왜 나는 항상 결심만 할까 - 게으름과 딴짓을 다스리는 의지력의 모든 것
켈리 맥고니걸 지음, 신예경 옮김 / 알키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눌언민행(訥言敏行), 예로부터 군자는 말보다 실천이 앞서는 사람이라고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또한 행유여력 즉이학문(行有餘力 則以學文)이라 하여 실천하고 나서 남는 힘이 있으면 공부하라는 문장도 있다. 노자의 『도덕경』에도 강행자유지(强行者有志)라 하여 힘써 실천하는 사람이 뜻이 있는 사람이라 했다. 불교에서도 문불수행(聞不修行)이면, 불이불문(不異不聞)이라 하여, 듣고 실천하지 않으면 듣지 않음만 못하다고 하였다. 이외에도 언행일치, 실천궁행, 지행합일, 백언불여일행(百言不如一行), 소언다행(小言多行) 등 말보다 실천을 강조하는 옛 가르침이 한 둘이 아니다. 성경에도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이익이 있으리요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 / 네가 보거니와 믿음이 그의 행함과 함께 일하고 행함으로 믿음이 온전케 되었느니라(야고보서 2장 14절, 22절)"며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실천을 강조하는 이유는? 당연히 인간의 속성이 게으름인지라 결심만 할 뿐 작심삼일, 쉽게 딴 짓의 유혹에 빠지기 때문 아니겠는가.


금연, 금주, 다이어트, 자격증 공부……. 도대체 우리는 왜 항상 '결심은 창대한데 결과는 미약'할까? 이런 의지력 박약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 답하는 <왜 나는 항상 결심만 할까?>란 책을 읽었다. "3일째만 되면 의지력이 바닥나는 이들을 위한 스탠퍼드 대학교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심리학 강의"답게 제법 읽을 만한 책이란 느낌을 먼저 적어야겠다. _ 아참, 정확히는 평생교육원 강의 - 의지력이란 무얼까? 우리가 충동을 조절하여 목표를 달성하고 말썽에 휘말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세 가지 힘인 긍정, 부정, 열정의 신경과학을 의지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자기절제에 성공하고 싶으면 실패하는 방법부터 배우라고 강조한다. 자제력을 기르는 최고의 방법은 자제력을 어떻게 잃고, 왜 잃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최근의 과학적 연구를 소개하한 후, 의지력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자기탐구 생활'등을 통해 자각(자기인식력)하게 하여 '의지력 도전과제 _ 의지력 실험실 _'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방법을 제시한다.


의지력을 강화하는 뇌 훈련으로 '명상'을 권하는 대목에서 역시 마음을 다스리는 영역에선 동양이 앞선다는 생각을 해본다. 명상이 주의력, 집중력, 스트레스 조절, 충동 억제, 자기 인식 등 광범위한 자기절제의 효능이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인데, 서양인에게는 이런 것이 여전히 신비로운 모양이다. 저자가 <의지력 실험실>에서 소개하는 '뇌를 훈련하는 5분법 명상'을 보면 첫째, 가만히 앉아서 움직이지 마라. 둘째, 주의력을 호흡에 집중하라. 셋째, 호흡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주목하여 지켜보고 마음이 어떻게 흐트러지는지 살펴보라는 건데, 제법 핵심적 접근은 하고 있지만 그 수행과정과 방법에 대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생각을 정리하는 느린 호흡법'이나 5분 동안만 밖으로 나가 산보해 보라는 '녹색 운동', 수면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수면시간 늘리기' 등은 명상과 함께 의지력을 충전시키고 자기절제력을 증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자기절제의 위협인 동시에 의지력의 원천인 것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 바로 '욕망'이다. 마음이 울적할 때 기분을 전환하고자 하는 욕망은 위험에서 달아나고 싶은 본능만큼이나 인간 본성에 태생적으로 존재하는 건강한 생존 작용이다. 이럴 때 '보상의 약속'은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시켜 스트레스를 완화시킨다. 기분이 나빠지면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유혹에 굴복하면 수치심, 죄책감, 자제력 상실, 절망감이 뒤따른다. 이럴 때는 '자기용서'가 긍정적 결과를 가져온다는데, 놀랍게도 책임감을 키워주는 것은 죄의식이 아니라 용서라는데 밑줄을 긋게 된다. 또한 "희망은 변화를 위한 올바른 전략이 아니다(246쪽)"며 '헛된 희망 증후군'의 덫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말은 기존의 이론과 다른 주장이라 한 번 더 읽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낙관적인 비관주의' 대목도 인상적이다. 낙관주의는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지만 약간의 비관주의는 성공의 길잡이가 되기도 한다는데, 한 연구에 의하면 맹세를 어기고 싶은 유혹을 언제 어떻게 받는지 예상한다면 결심을 지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유혹에 빠진 미래의 자아를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272쪽)? 미래의 자아와 친해지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286쪽)? 이런저런 방법들이 제법 읽을 만하다. 미래의 추억을 창조하고, 미래의 자아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미래의 자아를 상상하라는 건데 조금 건조하게 느껴진다. 의지력도 전염이 되므로 우리의 결심을 좌절하게 하는 각종 유혹으로부터 면역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최선책은 하루를 시작하면서 단 몇 분이라도 투자하여 나의 목적에 대해, 목적을 무시하고 싶은 유혹을 물리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이때 목표에 함께 몰입할 수 있는 사람들을 항상 주변에 두면 목표를 지키는 것이 표준처럼 느껴질 거라고 조언한다. 이와 함께 자부심을 이용하는 것도 유혹에 위력을 발휘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이 책은 소개하고 있다.


명문대 강의답게 제법 괜찮은 구성이다. 저자는 말미에서 "책을 읽으면서 의지력과 자기절제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는가?", "이 책에서 어떤 교훈과 정보, 그리고 어떤 전략을 얻어 간직할 셈인가?" 묻는다. 나의 머릿속에 남은 것을 가만 생각해 본다. 의지박약형 인간이 의지굳건형으로 탈바꿈하는 핵심은 자기 자신을 아는 '주의집중의 힘'이고, 이런 의지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전략으로 '명상'을 권하는 내용만 남아있다. 링컨은 "반드시 성공하고 말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도 훨씬 중요한 것임을 명심하라"고 하였다. 이런 책은 단박에 읽고 이해할 성질은 아니다. 10주 프로그램이니만큼 천천히 한테마씩 접근한다면 좀 더 깊이있게 의지력을 키울 수 있을거란 것은 믿어진다. 결심에 따르는 실천! 동양이나 서양이나 언제나 쉽지 않은 주제라는 것을 확인한 책읽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