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매듭을 푸는 법 - 뒤엉킨 마음을 풀어야 삶도 풀린다
이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뒤엉킨 마음을 풀어야 삶도 풀린다.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이런 당연한 일이 정작 자신의 일이 되면 쉽지 않은 일이 된다. 어디서부터 실마리를 찾아야할 지 그저 헤매기만 할 뿐이다. 이것이 인간의 속성이지싶다. 살다보면 정말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공허감이 마음 저 깊숙한 곳에서 슬며시 고개를 들 때가 있다. 우울과 슬픔, 분노와 좌절, 시기와 질투가 한 번 마음을 헤집고 가면 어느새 자신감은 사라지고 한없이 초라해진 자신을 발견한다. 결연해야 할 순간에 망설이게 되고, 나아가야 할 순간에 도망가게 되며, 외쳐야 할 순간에 침묵하게 되고, 떠나야 할 관계에 연연하게 된다. 허둥거리는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은 비극이다. 허둥거릴수록 마치 깊은 수렁에 빠진 듯 불안은 증폭되고 어긋난 관계는 더더욱 골이 깊어질 뿐이다. 사는 게 힘이 든다. 내적 고통은 자신의 환멸을 가져와 세상에서 자신을 로그아웃시키기도 한다. 결국 뒤엉킨 마음을 풀려면 마음 속 자신과 마주해야 할 것 같다. 용기를 내어 아프고 시린 '마음의 매듭'을 찾아 그 꼬여버린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매듭을 풀 수 있다. 마음 속 불안과 통증이 주는 소중한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매듭을 푸는 시작이다.

 

여러 가지 감정 중에서 가장 크게 마음을 흔드는 것은 불안이다. 현대 사회의 다변화와 다양화 속에서 내면의 불안이 더욱 깊어지면서, 흔들리는 마음의 해결책을 밖에서 찾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의 중요한 선택에서 숨은 결정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마음 속 불안이다. (181쪽)

 

외로움의 덫은 마음 속 비밀과 수치심에서 나온다(40쪽). 마음을 들여다보면 불안에 맞닿아 있는 숨겨진 내적 갈등, 억압된 욕망, 현실에 대해 불완전한 판단을 내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우울이나 불안, 공포 등의 심리적인 증상들은 마음 저편, 무의식이라고 하는 심리 영역에서 우리의 의식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이다. 칼 융은 이처럼 가라앉아 숨겨진 마음의 부분, 열등한 자신의 또 다른 인격 부분을 그림자라고 설명하면서 이를 '자기로부터의 소외'로 파악한다. 우리가 삶의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지키고자 하는 사회적 얼굴인 자신의 '페르소나'는 온전히 자신을 이루고 있는 전체가 아닌, 사회적인 적응 과정에서 필요한 일부의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내적 성숙과 충만이 아닌 외적 기준을 향한 몸부림은 진정한 자기가 소외되는 불균형 상태가 되어버린다. 불편하고 불안하다. 이런 마음 속 불안에는 모두 이름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자기 내면을 향한 성찰의 요구다(208쪽). 문득 알 수 없는 불안으로 마음 한 가운데서 스산한 바람이 불 때, 어쩌면 내면의 자기 자신을 향한 진중한 두드림이 함께 들리지는 않는지 귀 기울여 보자는 책이 있으니 바로 이소영 정신과 전문의의 심리처방전 <마음의 매듭을 푸는 법>이다.

 

밝은 햇빛 아래에 나서면, 우리 모두의 뒤편에는 각자의 긴 그림자가 생긴다. 앞을 보고 있을 때에는 자신의 그림자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본래 자신의 일부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숨겨진 열등한 인격의 부분들이 융이 말한 심리적 의미의 그림자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부분들이 의식에서 배제되어 무의식에 존재하게 된다. 이 그림자는 비록 앞에 나서지는 않는 것 같지만, 무의식에 존재하며 현실 세계, 의식적인 자신의 다른 뒷면을 이룬다.
그림자는 무의식에 존재하므로 스스로를 의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림자는 외부에 투사되어 바깥세상 다른 누군가에게서 그 존재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대상에게 투사된 그림자를 향해 부정적인 감장을 쏟아 붓게 된다.(46쪽)

 

대인관계에는 서로의 그림자가 뒤엉켜 있다. 불안한 세상, 불안한 관계. 그 속에는 각자의 마음속 그림자가 오롯이 투사되어 있는 것이다. 내 마음의 그림자는 어디로 향하는가?
책은 네 테마(마음 속 엉킨 관계를 풀다, 마음 속 맺힌 사랑을 풀다, 알 수 없는 내 마음을 풀다, 마음속 복잡한 세상의 매듭을 풀다)로 나누어 매듭풀기를 시도한다. 1장의 출발은 시기심이다. 오만, 질투, 탐욕이 사람을 마음을 태워버리는 세 가지 불꽃이라 했던가. 질투와 질시는 스스로 생각해도 참 밉살스러운, 내 자신도 자유롭지 못한 부정적인 감정이다. 시기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마주해야할 진실은 무얼까? 애써 기억하고 싶지 않은 정서적 기억의 파편, 한 번 깊이 박혀버린 트라우마도 알 수없는 불안과 분노의 원인이기도 하다. 어떻게든 자신의 분노와 두려움에 마주할 수 있어야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만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좀 더 진실한 모습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충분한 자기성찰을 통해 우선 자신을 돌보며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치유의 과정, 즉 자신을 용서가 우선임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배신의 굴레를 벗고, 자신의 삶 속으로 걸어가라. 거기에서 진정한 용서를 만나게 된다(66쪽)."

 

2장의 마음 속 맺힌 사랑에서 떠올린 것은 '건축학 개론'이다. 대학을 같이 나온 친구가 이 영화를 보라고 했지만 나는 외면했다. 대충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괜히 아련한 그리움에 눈이 촉촉해지지 않을까 염려스러워서……. 그 시절을 떠올리면 참으로 서툴고 연약하고 부끄러움이며, 미안하고도 고마운 첫사랑이다. 때론 보고 싶기도 하지만 일부러 찾아 만나야 할 이유는 없다. 그 기억과 존재만으로 첫사랑의 의미는 우리 삶에서 충분하다. 2장은 이렇게 사랑으로 인한 갈등과 안타까운 매듭을 풀려고 한다. 첫사랑, 불안한 사랑, 사랑이 어려운 사람들 등등 사랑에 집착하는 마음 속 함정에 빠진 이들에게 사랑의 참된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사랑이란 열망과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이다(Octavio Paz)"지만, 사실 사랑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자신이 자기를 먼저 사랑해야 한다."는 말이 오래 남을 뿐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을 안고 있는 젊은이들은 불안을 줄여 줄 것 같은 외적 조건들을 얻는데 더 열을 올린다. 그러다보면 정작 자신의 선택을 좌우하는 마음 속 불안의 실체를 알아채지 못한다. 또한 그 불안이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삶의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 불안에 직면하여 그 속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도 깨달을 겨를이 없다. 세상 어디에도 자신의 마음 속 불안을 없애 줄 완벽한 조건은 없다. 융은 한 사람이 갖는 인생의 의미는 그 사람 안에 있다고 했다. 인생의 모든 열쇠는 결국 자기 속에 있는 것이다. "마음이 활동을 쉴 때 달이 뜨고 바람이 불어오니, 인간세상이 반드시 고통의 바다인 것은 아니다(채근담)". 비록 불안을 전염시키는 사회이지만 그 속에서 나만의 지혜로운 필터가 필요하다. 힘들지만 살아있는 감정과 마주하여 가장 초라한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것. 세상으로 부터 로그아웃하여 내 마음속으로 로그인이 이루어지는 시간, 그 속에서 삶은 균형을 찾는다. 청춘을 지나온 사람들은 '불안하고 괴롭지 않은 20대가 어디 있느냐'고 말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과 갈등은 불가피한 요소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불안 안에는 가능성의 희망도 함께 있음을 저자는 이야기 하고 있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 생각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생략)……. 그렇다. 이 세상 상처 없는 사람 그 누가 있으랴. 하지만 우리나라는 OECD 평균자살률보다 148% 높은 '자살 공화국'이라 불리기도 한다. 불안에 사로잡힌 시선은 어느 새 어떤 희망이나 가능성도 부정하는 심리상태에 이르고, 그 절망의 끝에서 극단적 회피를 택하는 것이다. 자살의 비극은 절망 안의 불안, 단절의 그림자 속에서 일어난다. 불안과 우울함에 빠진 이에게 진심어린 관심과 진지한 대화로 다가간다면 그들이 삶에 대한 새로운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이 책은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자기의 내면에서 생명의 싹을 들여다보게 한다. 저자는 전문의답게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현상을 인식하게 하여 무의식 속에 숨은 인생의 열쇠를 찾도록 유도한다. 내용 하나하나에 어떤 따스한 진정성이 전해져 공감을 참 많이 했다. 좋은 책이다. 고백컨데, 이 리뷰의 대부분은 이 책에 나오는 구절을 나름대로 재배열하여 느낌을 정리하였다. 그만큼 기억할만한, 밑줄 그어야할 대목이 많았다. 괜찮은, 느낌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