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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의 권리 찾기, 국민 소환제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103
이경주 지음 / 책세상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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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국의 민주주의하에서 유권자의 의미는 무엇일까. 표면적으로 유권자라는 존재는 민주주의의 근본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돌려서 생각해보면 선거를 할 수 있다는 유권자의 위치는 선거때만 의미있다는 소리일 수 있다. 따라서 유권자는 결국 '선거때만 민주주의의 주인이었다가 선거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가는 위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선거권을 가진 유권자가 주인이 되는 정치제도인 민주주의 하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민주주의제도의 이론적인 기반이 되는 주권이론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주권이론은 기본적으로 두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주권이란 국민의 총체로 불가결한 요소라고 보는 nation(국민)주권이 존재한다. 또 다른 하나는 유권자의 총체로서 그 권리가 유권자 개개인에게 있다는 peuple(국민)이 있다.- 외래어인 nation과 peuple은 모두 '국민'으로 번역된다. nation주권에 따르면 주권은 나눌 수 없으며 국민의 뜻을 알기위해서는 반드시 대표를 선출해야 하고 선출된 대표에 의해 의사를 대변해야한다. 유권자는 선거 이외에 대표자에게 어떠한 요구도 할 수 없으며 대표자의 자유는 전적으로 보장된다. 하지만 peuple주권에 따르면 유권자는 대표자에게 선거 이외에도 다양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한 대표제를 반대표제 또는 반 직접제 라고 한다.

 

결국 이러한 기초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살펴보면 한국은 국민주권을 nation주권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이루어질 수 있었고 헌법에 반하는 이라크 파병도 강행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비리 국회의원에 대한 징계도 쉽지 않았다.

 

책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기초 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 주권이론에 대해서부터 이러한 다양한 주권이론이 나올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등을 차분하게 설명한다. 프랑스 혁명 당시 부르주아가 주장했던 nation주권과 무산계급이 주장했던 peuple주권의 대결에서 부르주아가 수적으로 소수였음에도 불구하고 nation주권이 채택됨에 따라 부르주아의 이해관계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었던 역사, 이로 인한 폐해로 인해서 생겨난 사회주의 이론의 탄생, 그리고 지금의 절충된 주권이론의 비교헌법학적인 고찰까지 주권이론에 관한 체계적이고 역사적인 설명이 책의 중반까지 이어진다.

 

이런 역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지금 한국의 상황에서 대표에 대한 소환제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으며 그 의미가 무엇인지 주장한다. 유권자가 노예인 지금의 상태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소환제의 도입은 필수적이며 도입을 하려면 필요하다는 헌법의 개정은 주권에 대한 해석을 달리하면 필요치 않다고 주장한다.

 이후에는 소환제 도입의 구체적 방법과 다른 나라와 비교헌법학적인 고찰을 통해 한국적 상황에 적합한 소환제의 비젼을 제시한다. 저자는 법적인 차원의 소환제와 정치적 차원의 소환제를 구분하는데 법적인 소환제의 경우 정치적 차원의 문제일 경우 소환이 불가능하고 법에 저촉되는 사안의 경우만 소환이 가능하지만 정치적 차원의 소환제일 경우 유권자의 뜻에 반하는 정치적 사안의 경우까지 소환이 가능하다. 저자는 정치적 차원의 소환제를 주장하고 있으며 결국 이러한 모든것의 시작은 새로운 주권이론의 적용(peuple)이라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지난 탄핵정국 당시 우리 모두는 민주주의를 지키기위한 투사가 되었고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광장으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이런 행동만으로 우리의 권리를 찾기는 많이 부족하다. 행동과 함께 헌법이론의 기초가 되는 주권이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이해를 갖추기 위해 이경주 선생님이 쓰신 이 책은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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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쓰신 교수님께 헌법을 처음으로 배웠습니다. 그전까지는 헌법은 존재하나 우리생활에 별 관계없는 추상적인 법조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께 헌법을 배워가면서 헌법이 이렇게 중요한 거구나 , 인권이란 그런것이었구나 하는것을 배웠습니다. 그전까지 인권이 중요하다고 외쳤지만 인권이 무엇인지를 몰랐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그 법적인 근거가 어떻게 되는지 몰랐지만 하루 하루 수업을 들어가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수업시간이 즐겁고 기다려지기는 그때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부족한 서평으로 괜히 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비판과 토론이 가능하겠지만 저자의 학자적 양심과 성실성은 의심하지 않아도 됩니다.

선생님께 헌법수업을 들었던 1년전이 생각나는군요.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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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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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구도 그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마치 우리와는 상관없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 같이 느껴지는 그들만의 法. 이것이 우리가 지금까지 법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법을 이용할줄 아는 소수 기득권자에게 더 많은 권력을 부여하며  법과 우리를 더욱 괴리시킬 뿐이다. 법과 거리감을 줄이고 그들만의 법이 아닌 우리들의 법이 필요하다.

헌법의 풍경은 법과 친해지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저자는 먼저 Legal mind부터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다. 보통 법률가들은 자신들이 가졌다고 착각하는 리갈 마인드를 무기삼아 일반인들에대해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데 저자는 리갈 마인드란 결국 허구적인 개념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다음은 正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정의란 법률가들이 법정에서 정해줄수 있는 것이 아니고 사회의 구성원들이 토론과 협의를 통해서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법의 토대가 되는 국가에 대한 장에서는 국가라는 괴물에게서 인권을 지켜내는 방법을 이야기 한다. 국가는 충성을 다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의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존재라고 설명한다. 법률가에 대한 장에서는 그들의 기득권의식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 또 그런 기득권을 어떻게 권력이 되는지 알려준다.

법을 작동시키는 여러 가지 장치들에 대해 설명한 후 헌법정신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저자는 헌법정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두 단어로 요약 가능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의 헌법정신은 ‘인정한다. 그러나’였다고 비판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신을 역설한다. 헌법에 명시된 여러 기본권조항은 부작용이 없을때 지켜지는게 아니라 여러 어려움이 있음에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것이 괴물로 변할 가능성이 언제든지 있는 국가로부터 개인의 인권을 지키는 헌법의 기본정신이 된다는 것이다.

 수사과정에서 피의자의 인권을 지킬 수 있는 진술거부권에 대한 설명에서는 진술거부권이 헌법에 보장된 중요한 기본권인 동시에 잘못된 수사방법, 관행 등을 바꾸수 있는 무기가 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마지막으로 우리사회에 널리 퍼져있지만 우리가 느끼지도 못하고 있는 차별의 사례를 들고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차별의 부당함을 지적한다. 

 결코 주류가 되지 못하는 법학자의 법비판은 법에 대한 많은 오해를 바로잡고 그들의 법이 아닌 우리의 법을 만드는데 커다란 일조를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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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혼
김원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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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혁명당 사건.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에는 북의 지령을 받는 간첩의 내란음모사건으로 알려졌고 주동자로 지목된 8명은 모두 사형되었다. 그후 30년이 지난 지금 인혁당 사건은 박정희 정권이 자신들의 독재를 유지시키기 위해 날조한 사건이라는 것이 드러났고, 사건의 주인공들은 거물간첩에서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투사로 그 위치를 바꾸었다.
 푸른혼은 최초로 인혁당 사건을 소설의 주제로 선정하고 있다. 그동안 이야기하기에도 꺼려졌던 사건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주의를 끌만하다. 하지만 소설은 단순히 진실을 파헤치는데 그치지 않고 문학만이 가지고 있는 힘으로 사건에 연류된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들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소설은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8명을 중심으로 사건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사상이나 정치적 소신 등이 자세히 이야기되고 그들이 참여했던 단체나 활동내용 등도 주요 줄거리를 구성한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내용을 자세히 알리거나 그들에게 씌워졌던 누명에 대한 정치적 해명을 하는 것은 소설이 의도했던 것이 아니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권’이라는 한가지 주제를 이야기 하고 있다. 인혁당 사건이라는것도 군사정권 하에서의 인권유린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에 선택된 것이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말할 수 있고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히 인정되어야 할 기본적인 자유마저 죽음을 각오한 투쟁으로서만 성취할수 있었던 비정상적인 사회에 대한 분노가 작가가 진정 말하고자 했던 것이다.   

 소설이 한가지 사건을 중심에 놓고 쓰여진 연작소설이기 때문에 각각의 소설은 중복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건을 서로 다른 주인공이 자신의 시선으로 이야기 하기에 결코 지루하지않다. 또한 사건의 사실성에 기초한 소설이기에 자칫 현대사 교과서 같은 건조성에 빠지기 쉬운데 사건의 진실에만 치중하는게 아니라 희생당했던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추기에 오히려 어느 픽션소설보다도 진한 감동과 긴장감을 준다.

 소설에서 주인공들과 함께 자유를 위해 투쟁했던 예전의 투사들은 이제 밝은 정치무대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마음껏 펼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좌파논쟁과 색깔공격으로 시름하고 있는 현실은 사형을 당했던 8명의 주인공들과 작가가 이야기 하는 ‘생각할 수 있는 자유’가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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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발견 - 어떻게 개인을 찾아가는가 1500 - 1800
리햐르트 반 뒬멘 지음, 최윤영 옮김 / 현실문화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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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자본주의의 발달에 있어서 개인주의는 없어서는 안될 요소였다. 르네상스시대 개인이라는 개념이 생겨남에 따라 근대가 시작되었고 자본주의도 있을 수 있었다. 개인이라는 개념은 근대이후를 공부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개인주의가 가져온 여러 사회변화에 대한 연구는 많은 진전을 가져왔다. 사회제도, 과학, 의학 등의 연구는 모두 개인이라는 것과 관계되어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개인의 탄생과 관련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는 가운데 진정 개인이라는 개념의 역사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찾기 힘들다. 개인이 탄생된것은 알겠는데 그러한 개인이 어떤 역사적 기반에서 탄생되었으며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는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학문적 공백을 Š멘의 이 책은 훌륭히 메우고 있다. 저자는 먼저 개인이 르네상스시대 특정한 지역에서 탄생되었다는 견해에 이의를 제기한다. 중세의 기독교 문화에서도 개인주의의 특성을 보이는 것이 발견되며 다른 시대에서도 그렇다고 주장한다. 개인이 근대 르네상스 그것도 이탈리아 등 특정지역의 산물이라는 우리의 통념은 깨어진다.

  개인의 탄생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님을 주장한 저자는 이제 그런 개인, 개인주의의 모습이 사회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준다. 학문의 분야에서 골상학, 심리학, 인류학 등 인간 자신에 대한 관심이 증대했으며, 글쓰기 분야에서는 자신의 일을 기록하는 자서전과 일기 편지 등이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이러한 개인주의적인 특성은 결국 사회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게 되는데 공동체의 이익보다 사익이 중요하게 인식되었으며 결혼도 공동체의 결합이 아닌 사랑하는 두 사람의 결합으로 인식되었다. 이밖에도 핵가족이 등장하고 국가에 대한 인식도 개인주의적으로 바뀌게 된다. (이때의 대표적 사상으로 홉스, 록크, 루소를 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근대초기 프랑스 혁명 등을 거치면서 현대적인 개인주의가 정착된 과정을 설명하고 그러한 배경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인권에 대한 인식변화 등을 지적하며 책을 마친다.

  최근 역사학계에서 인기가 많은 미시사 분야는 필연적으로 개인의 탄생과 관련을 맺는다.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사고해야 개인들의 삶의 모습이 풍부해지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시사 연구는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개인은 르네상스시대에 탄생하여 근대에 완성되었다는 인식을 무비판적을 수용하고 있다. <개인의 발견>은 이러한 인식에 일침을 가하고 개인의 탄생 자체를 주제로 삼음으로써 미시사 연구발전에는 물론 전체적인 역사연구에도 많은 기여를 한것 같다.

 * 내용이 상당히 재미있고 분량도 많지 않으므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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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정곤 2009-03-19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개인,사생활,근대라는 언어는 서로 중첩되는 공간이 큰 언어들이다. 사적으로, 특히 유럽사에서는 그 고증과 해석에서 서로 상이한 결과를 보여준다. 한반도에서 이 어휘들의 역사와 기원에 대해서 논란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그런데, 메타이론으로 사유한다면, 서로 중첩되는 점은 있으나 서로 상이한 연구결과들의 대립은 또다른 결론을 낳는다. 개인, 사생활, 근대의 기원과 역사는 더욱 많은 대화와 교류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과거사를 어떻게 정리하는가는 지금시점의 현실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나와 이어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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