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 디텍티브 - 할인행사
안지걸 외, 두기봉 외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PTU’에서 시작해야 한다. 두기봉은 총을 잃은 경찰과 그를 도우려는 동려들을 따라가며 홍콩의 밤의 세계를 훑는다. 홍콩의 저변에 깔려, 밤의 질서를 내세우는 이들의 세계를 (수사권이 있는) 경찰의 추적으로, 그 실체를 들어냈다. 홍콩의 밤의 질서를 내세우는 이들은 훑어졌다가 영화의 말미 한 곳에 모이자 파국을 맞는다. 은밀히 이어졌던 질서의 충돌은 당연한 듯 파멸하는 것이다.




  두기봉은 위가휘와 손을 잡고 다시 한번 홍콩을 수사한다. 이번에는 타인의 인격을 볼 수 있는 ‘번형사’(유청운)과 함께 총을 잃은 체 실종된 형사를 추적한다. 타인의 인격을 보는 번형사의 홍콩은 온갖 범죄의 소굴이다. 그 홍콩을 어둠을 잔뜩 드리운 체, 사물에 희미하게 조명은 형식적이라기보다 리얼함 그 자체로 여겨질 정도다. 편집증에 걸린 듯 자신의 집의 온갖 곳을 메운 사건 스크랩에서 볼 수 있듯 흉악범죄가 쏟아진다. 여기서 번형사가 귀신을 보는 것이 아닌 인격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다중인격의 온상지인 것 같은 그 도시는 그 분열된 자아가 하나의 질서이기 때문이다. 그 질서에 반하여 진실을 보는 것만으로 번형사는 광인의 자리로 추방당한다. 번형사의 전부인의 말대로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인격들을 인정하지 못하는’ 잘못인양, 번형사는 사회에서 추방당한다.




  신경질적이게 증폭된 영화의 사운드와 번을 따라 편집증인 듯 같은 루트를 맴도는 진행은 그 자체로 광기와 같은 긴장감을 품고, 다소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분열된 자아와의 공존을 이루어 낸다. 번형사는 그 광기를 품은 도시를 맹렬히 들쑤시고 다니는 가운데, 번은 분열 전의 온전한 자아, 과거가 되어 버린 양심의 인격들과 조우한다. 번의 전부인은 자신의 양심의 인격를 선택한 번을 책망하고 스스로 그 인격을 유령화 시킨다. 치와이의 양심의 인격 또한 모든 것이 엉켜버린 그곳에 유령처럼 버려진다. 그 과거가 되어버린 양심의 인격들이 증명하듯 홍콩의 분열은 ‘변화’로 촉발된 것이다. 그렇게 양심의 자아와 맞닥뜨리며 진실을 추적하는 번의 뒤를 진실을 열망하는 호형사가 따른다.




  호형사는 풀리지 않는 사건을 풀기 위해 ‘진실’을 보는 번형사를 택하고 그를 따른다. 그의 기괴한 행동이 진실을 보기 위한 행동이라 여기며, 호형사는 애써 번형사를 따라하며 희미하게 진실의 근방을 맴돌게 된다. 그의 궤적이 진실에 다가갈수록 홍콩이 품고 있는 폭력성에 더욱 다가가게 된다. 그 궤적이 핵심에 가까워질수록 질서를 내세우며 다중인격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다중인격자들에게 추방당하여 번과 같은 미치광이가 될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수없이 조우하게 된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호형사의 행적에서 우리는 번형사의 전부인의 ‘신체’를 만날 수 있다. 그녀의 첫 등장에 우리는 호형사가 번형사의 능력을 이어받은 것이라 착각하게 된다. 그것을 분기로 영화는 별다른 장치를 내세우지 않지만 관객은 분열된 인격과 실체를 구분할 수 없는, ‘매드 디텍티브’가 내세우는 혼돈 속에 던져지게 된다. 그때부터 호형사가 맞이하는 모든 질문은 관객에게도 부여되고, 호형사와 같이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 혼돈에서 허우적되던 호형사는 홍콩의 저변에 자리 잡고 도시를 지탱하는 폭력에 짖눌려, 인격의 분열을 선택하고 진실을 회피한 체 숨어 자신을 방어한다.




  호형사가 분열되었음을 알게된 번형사는 적극적으로 혼자 진실을 향해 돌진한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실체인지, 번이 미친것은 아닌지 등의 수많은 물음의 어느것에도 명확한 답을 내세울 수 없어 극중인물과 함께 혼돈을 맞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하고 비정하고 황량한 도시를 오롯이 체험하며 파국의 현장으로 던져진다.




  인도인을 찾아들어선 호, 치와이, 번은 그곳에서 분열된 자아들과 진실을 촉구하는 목소리, 진실의 증거들이 뒤섞인 체 광기어린 한번의 충격전을 벌이고 대치상황을 맞는다. 그 대치 상황을 부감으로 잡아낸 숏에서, 부서져 널려있던 거울에 분열된 자아들이 들어난다. 분열된 자아들의 위에 껍데기로 돌아다니는 신체들과의 위태로운 대치를 잡아낸 이 숏은 ‘매드 디텍티브’의 세계를 압축하여 담아낸다. 총을 서로에게 겨누고 (다시)한 곳에 모인 인물들은 진실과 맞닥뜨린다. 중경삼림에서 보여 졌던 (아직도!) 골칫거리인 인도인은 도시의 분노의 대상이 되지만, 그 분노는 내부에서, 그것도 공권력에서 자신의 잘못을 기리기 위한 희생양이였음을 들어낸다. 인물들을 이곳으로 이끈 총 또한 내부의 조직임을 들어났고, 그럼으로 모든 매듭이 내부에서 조여졌음이 들어난다. 총구는 진실을 보라는 자들과 질서를 지키려는 자들을 압박하며 선택을 촉구한다.




  결국 질서 유지를 선택한 이들에게서 터져 나온 총알은 인물들을 파국으로 이끈다. 모든 것은 어둠 뒤로 물러나고 질서를 선택한 호형사는 살아남게 된다. 그가 치와이가 걸은 길을 선택한 듯 냉소를 품은 자아가 호형사에게 다가온다. 영화의 마지막 부감 숏으로 알리바이를 꾸미기 위해, 인물들의 총을 옮기는 호형사의 모습이 보인다. 총의 지목, 동선, 총격전의 시작점을 조작하며, 내부에서 짖는 매듭을 다시 반복한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번형사가 미친 것인지, 진실을 보는 것인지 명확히 들어 나지 않는다. 두기봉과 위가휘는 수많은 단서들과 질문을 남긴다. 이 도시를, 이 세계를 어찌 판단할 것인지를 우리에게 남겨둔다. 그 파국의 장에서 번형사는 ‘나도 인간인데’란 말을 남기며 치와이를 죽인다. 번형사가 말한 인간은 양심의 자아들을 보고 함께하며,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의 의미를 생각하며 감사할 줄 아는 ‘인간’이 아닌, 번형사의 전부인이 번형사에게 분열된 인격의 인정을 촉구하며 ‘모든 인간은 그래’라고 외친 그 ‘인간’일 것이다. 결국 번형사는 양심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전부인의 ‘인간’에 굴복하고 파멸을 맞는다. 난 번형사가 본 것들이 진실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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