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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 상 ㅣ 북공간 세계문학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 북공간(프리치)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시스템 속의 개인이다. 시스템이 개개인을 어떻게 다루어 집단화하고 전복과 반기를 억제하고 처단하는지 등이 가장 큰 관심사다. 지금까지 시스템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 중 가장 흥미롭고 설레며 읽은 책은 푸코의 감시와 처벌이다. 감시와 처벌은 감옥의 역사를 집어내면서 기득권이 법 집행으로 자국민을 어떤 식으로 다스리고 감옥이 시스템 안에서 어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에 대해 밝히는 내용은 충격과 흥분의 연속이었다.
그 흥미롭고 흥분되었던 푸코의 작업을 톨스토이의 부활에서 볼 수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집어든 소설에서 푸코의 성과를 만났을 때, 읽어가며 그 성과의 질이 동질에 가까움을 느껴가는 흥분이란 정말 대단하다. 푸코가 국가를 한정치 않고 감옥의 역사를 탐방했다면, 톨스토이는 러시아 사회에 집중한다는 차이를 제외하곤 두 책이 말하는 바는 분명 같다.
소설은 네플류도프라는 시스템의 모순에 각성한 귀족의 눈으로 러시아의 법 집행과 처벌 행정의 전반을 들여다본다. 귀족이란 계급으로 인해 그의 탐방은 순조롭게 행해져, 러시아의 법-처벌 행정의 상위부터 하위까지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되는데, 인맥을 타고 계급을 내세우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자체에서 러시아 시스템의 모순을 알 수 있다. 네플류도프의 탐방에 수많은 모순들이 발견되는데, 그 중 가장 중점적으로 논해지는 것은, 불공정할 수밖에 없는 인간이란 존재가 법 집행을 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패악과 법-처벌 시스템이 기득권층의 안위 보장과 그 처벌로 인한 지속적인 범죄자 생성 문제이다.
범죄자의 범죄는 범죄자의 자의여도 자의가 아니다. 그것이 자의가 아닌 것은 구조상 필연적으로 범죄를 생성할 수밖에 없는 모순된 시스템 때문이다. 그렇게 필연적으로 생성된 범죄자를 강압적 처벌로 권력의 위신을 내세우고, 폐쇄적이고 모순적인 감옥 체계로 인도함으로 인해 끊임없이 퍼지는 점염병과 함께 범죄의 연쇄를 촉발한다. 이 모순의 싸이클은 연쇄 작용으로 끊임없이 충족되며 작용한다.
이러한 시선과 많은 질문들로 가득한 소설은 말미에 단점을 남긴다. 성경책을 펼쳐 본 네플류도프가 계시라도 받은 듯 성경 구절을 통해, 소설 속 문제들을 기독교적 관점으로 해결을 제시하는 것이다. 너무 관념적인 제안으로 지금까지의 성과를 비약하고 봉합해 버릴 때는 감동은 증발하고 실소만이 가득해진다. 철저히 기독교적, 종교적 과장으로 비약하여 그 수많은 성찰이 흐릿해져버리기에 아쉬움은 크다.
아니 어쩌면 그 비약적 봉합이 단점이 아닐지도 모른다. 네플류도프가 귀족이 아니였다면 소설의 진행이 불가능했던 것과 같이, 그런 과장과 비약이 아니면 그러한 모순점들에 대한 해결은 가당치도 않다는 것의 증명이라는 역설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