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vy - Insomniac Doze
엔비 노래 / 파스텔뮤직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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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분, 절망, 절규... envy의 음악은 함부로 글로 옮길만한 무게를 지니지 않았다. 그들의 음악을 듣고 들을수록 그리고 그에 대한 글을 쓰려하면 할수록 그것이 불가능한 일임은 지속적으로 인지 된다. 그 절망에, 그 울분에, 그 절규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단지 열광뿐이다.

  그들의 음악에서 받는 인상 중 그들의 음악에 그나마 가장 근접한 것이 무엇일까? 다분히 노동적이라는 인상이다. 땀에 절고 절어, 피곤에 절고 절어, 쌓이고 싸인 모든 것을 해체한다. 그 해체의 과정이 폭발이 아닌 노동적인 땀의 외침으로 인한 해체이다. 그 증거를 그들의 공연에서 목격할 수 있다. 내리쬐는 태양과 같이 작렬하는 조명을 등진 체, 육체의 한계에 다가가며 내뱉는 괴성으로 둘러싸일 때 느껴지는 숭고함이란 노동의 그것과 같다. 그들의 몸이 예술적 노동으로 인해 땀에 베어가고 그 땀들이 흔들어 되는 몸짓에 의해 흩뿌려질 때 그들을 보며 열광하고 날뛰는 우리의 몸에도 땀이 베어간다. 그 끈적임이 싫지 않다. 땀으로 뒤범벅 된 사람들끼리 부대껴도 싫지 않다. 우리는 그 땀의 가치를 안다. 그 땀의 숭고함을 느낀다. 그렇기에 그 땀이 고맙고 그로인해 생기는 열기가 고맙다.

  그들의 음악의 뿌리는 다분히 서구적이다. 허나 그들의 음악의 장르를 함부로 규정할 수 없듯이 그들의 음악을 서구적이라 평할 순 없다. 그들의 음악이 주는 감흥은 다분히 동양적이다. 한이 서려있고, 그 한은 잔뜩 웅크리고 있다. 4번째 정규앨범인 'Insomniac Doze'에서의 한의 웅크림은 더욱 낮아졌다. 한의 해체의, 해체에 대한 해체에 힘을 쏟기 보단 한에 대한 완전한 해방을 위해 그들의 음악은 기다린다. 그 드라마틱한 역동적인 움직임은 음악적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이미지의 운동 또한 눈물겹게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 아름다움을 지닌 이번 앨범의 기치를 집대성한 곡은 'warm room'일 것이다. 전반부의 그 황홀한 고요함. 쏟아져 나올 울분의 스펙타클을 기다리는 그 값진 시간들. 막혀있던 둑이 터지 듯 쏟아져 나오는 후반부 울분의 외침은 듣고 들어도 다시 들어도 항시 동일한 감흥의 값을 지닌다.

 

  온갖 것들이 우리에게 울분을 심어 놓는다. 그것들은 끝없이 우리에게 분노를 심는다. 그 끝없는 반복이 경이로울 뿐이다. 우리의 반복되는 분노 또한 경이롭다. 도시의 스모그 낀 갑갑한 회색, 분노로 울분으로 가득 메워진 도시의 회색이 주는 강박감, 이제 그것을 해체할 때다. 그 강박적 회색을 회색으로 해체할 때가 온 것이다. 회색성 짙은 노동적 울부짖음으로 우리는 그 분노의 회색을 해체하고 해방을 맛 볼 때가 온 것이다. 아쉽지만 그것의 해방이 영원하진 않을 것이다. 허나 음악이 재생되는 약 1시간여의 시간동안 우리는 완전한 해방을 맛 볼 것이다. 한줄기의 빛이다. 그 빛은 진실 되어 밝지만은 않다. 그 회색성 빛이 주는 해방감의 순간을 우리는 온 몸으로 받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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