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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의 쾌변독설
신해철.지승호 지음 / 부엔리브로 / 2008년 3월
평점 :
내가 생각하기에 남한은 편견을 이빠이 채우고 가동되는 점이 많은 땅이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그러니까 좌든 우든 편견에 사로 잡혀 세상을 보는 이가 상당수고 그 상당수들은 모여서 대중을 이룬다. 나 역시 편견에 휩싸여 있고 벗어나려 발악하지만 편견 속에 매몰되어 멍 때릴때가 셀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편견을 박살내는 건데, 그 편견의 부서짐 속에 있을 당시에는 몸 둘 바를 모르겠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지만 결국 지나고 보면 굉장히 고마운 순간이었달까? 분명히 지금도 상당부분 편견에 틀어박혀 있지만, 내가 그런 부서짐을 지나오지 않고 편견의 옹성에 군림하고 있었다면 정말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을게 분명하다.
‘신해철의 쾌변독설’도 편견을 부수는 망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읽는 내내 머리 속에 나를 비추는 거울이 상기 되었는데 그것들이 소리를 내며 박살날때의 느낌이 통쾌하다. 이 책은 내 몇가지 편견을 박살 냈는데, 그 중 하나는 ‘신해철은 사기꾼’이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나는 편견에 많이 해방되었다’였다. 신해철은 사기꾼이 아니고 나는 역시 편견이 ‘이빠이데스’다.
나는 여지 것 신해철과 싸이와 같은 급이라 생각했었다. 분위기 띄워 돈벌고 이름빨 좀 날린뒤 대출해서 차 사달라는 광고를 찍을, 그러면서 논리없이 논리있는 척 말을 씨부리길 잘하는 싸이와 신해철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평소에 세상을 대하는 태도나 음악가로써 당연한 프라이드, 음악가로써의 정당한 행위와 요구, 이런 가수 하나 있어야 뽀다구 좀 나지 않나 했는데 있었다... 말 잘해서 띠껍고, 돈 많아 보여서 띠껍게 보는 이들에 결국 나도 낑겨 ‘아? 저 사기꾼!’이러고 있었던 꼴인데... 쪽팔리다고 밖에.
역시 감동은 신해철이 음악에 대해 언급할 때이다. 무슨 분야든 전문가가 언급하는게 재일 재밌있는데, 특히 진공관, LP, CD, MP3로 넘어가면서 바뀌는 음악에 대한 태도나, 그런 매체들이 음악을 듣는 태도에 끼치는 변화들을 얘기할 때가 완전압권이요, 감동의 물결이다.
자본주의에서 음악인으로써 음악을 하기위해 음악산업 구조에 대한 진지한 관찰과 그에 상응하는 고민과 행동 등을 보면서, 그가 체제 안에서 직업에 위해 투쟁하는 모습들은 더 이상 함부로 음악가 신해철을 사기꾼이라 할 수 없게 만든다. 음악산업 안에서 돈이란 목적보단 음악을 하기 위해서란 목적이 있음을 알게 될 때 함부로 음악가 신해철을 언급하기 힘들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 ‘후진국에서 음악을 하려면 한 손에 계산기 한 손에 마이크가 있어야 된다고 여겼는데 그 말을 한지 20년이 지났는데, 20년이 지났으니 계산기는 내려놓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감동, 고등학교 때부터 다짐한 자신의 신념을 토시하나 안바꾸고 지키는 신해철의 모습을 볼 때, 음악가란 직업에 대한 오만하다고 할 수도 있을 그의 프라이드를 동의하게 만든다.
사회에 대해 거대해서 눈 돌아가는 담론을 언급하는 것이 아닌 당연한 상식을 언급하며, 왜 그래?란 질문하는 그의 모습은 스트레이트성 쨉이란게 이런거다란 걸 알 수 있었다. 대단한 담론이 아니라 상식이다. 그 상식에 놀라는 건, 그 상식에 신해철을 특별하게 대하는 건 우리가 편견에 겁나게 휩싸여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주먹으로 갈기다 두꺼운 옷으로 몸을 가리면 망치로 후려치는 그의 상식들은 화려하다. 그의 모든 의견에는 동의할 순 없지만, 자신과 맞닿아 있는 대중에 대한 그의 언급은 고민할 거리를 던져 주지 않나 생각이 든다. 흝어져 있다가 뭉쳐서 권력을 요구하는, 그래서 그들이 짖눌으려는 대상이 ‘사람’이라는 상식을 자꾸 잊는 행위에 신해철의 망치는 통렬하다. 다른이가 뭐라하건 내 생각엔 신해철은 ‘껍데기는 가라’란 말을 할 자격이 있다.
그의 음악은 라젠카만 들었다. 그를 몰랐다. 그리고 그를 사기꾼이라 여겼다. 허나 신해철은 사기꾼이 아니었고 만만치 않고 그래서도 안되며 뽀대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같다. 그를 모름으로 생긴 편견들은 박살 났고 그의 전진을 흥미롭게 지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남은 건 그의 음악을 신나게 들어보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