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끊임없이 지식을 생산해왔으며 그 지식을 학습해왔다. 심지어 지식에 대한 학습을 강요해왔다. 특히 "아는 것이 힘"이라는 그 유명한 격언과 "지식강국"이라는 표어가 함축하고 있듯이, 개인 뿐 아니라 사회, 심지어 국가의 운명이 바로 이 지식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이 생산하고 축적해온 지식이 인간과 국가, 나아가 지구의 운명을 긍정적으로 발전시켜왔는지는 한번 의심해봐야 한다. 예컨대, 수많은 전쟁의 기록들이 보여주듯이, 인간의 지식은 다른 인간의 인간성을 짓밟기도 하고 심지어 그 인간 자체를 말살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물론 인간의 다른 인간에 대한 정신적, 물리적 폭력을 법이나 도덕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제재하고 있는 것도 인간의 지식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하였듯이, 인간의 지식이 인간의 운명의 발전을 가져왔다는 주장은 절대적인 진리는 아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의 주변을 둘러보기만 하더라도, 인간의 지식이 가져온 문명과 그리고 과학기술 등은 다른 인간 뿐 아니라 인간 주변의 다른 환경을 착취 또는 남용한 결과라는 사실을 어디에서나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그 유명한 성경의 지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성경에서는 인간의 지식이 어떻게 정당화되고 있는가 또는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지식은 어떤 의미인가? 성경의 구절 구절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창세기의 선악과 나무를 알고 있고 그것이 성경에 나오는 지식에 관한 구절이다. 아담과 이브는 지식의 나무에서 선악과를 따먹은 후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지극히 인간적인 삶을 살아가게 된다. 왜 하느님은 아담과 이브에게 지식을 금지시켰는가? 지금까지의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간의 지식이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인간의 성장을 가져왔는지를 의심하게 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하느님의 금지한 지식은 바로 그러한 인간의 지식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인간의 앎과 지식은 어떤 지식이어야 하는가? 이 또한 성경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을 듯 하다. 인간은 선악과를 먹고나서 자신의 존재를 재인식하고 자신의 몸을 나뭇잎으로 가린다. 다시 말해 인간은 금지된 지식을 알고 나서 나와 다른 사람, 나아가 나와 다른 존재의 차이를 인식하게 된다. 또한 그 지식을 통해 그 차이를 점점 넓혀왔다. 따라서 하느님이 금지한 지식은 나와 다른 것을 구분하고 그 안에 위계를 부여하는 것이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아니며 하느님은 인간에게 만물을 지배할 권한을 주지는 않았다.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권리만을 제공하였다. 따라서 인간이 지향해야 하는 바람직한 지식이란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것을 확대하고 공고히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슈마허의 "작은 것은 아름답다"에서 말하고 있는 인간 지식의 (겉으로 보기에) 대표격인 현재의 경제학에 대한 비판 또한 이러한 생각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최근의 생태학에서 슈마허의 글은 더욱 더 의미가 있어 보인다. ![](http://image.aladin.co.kr/product/33/45/coversum/8931001843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