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그 자연의 일부인 인간은 참으로 대단한 존재이다. 기계적으로 말한다면 자가진단 기능이 있고 그 진단에 따라 항상 자신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려고 한다. 흔히 항상성(homeostasis)라는 생명체의 기능은 외부 환경의 변화, 즉 자극에 체온을 일정한 상태로 유지한다. 그런 면에서 생명체의 강한 생존 의지는 대단하다. 어찌 보면 그와 같은 기능에는 신성성까지 느껴진다.

그런데 최근 자연의 변화는 심상치 않다. 장마 기간보다 장마가 끝난 후의 강수량이 더욱 많아지면서 점점 아열대기후로 변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또한 소나무 재선충병은 점점 북상하고 있으며 대나무의 성장한계선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와 함께 인간의 몸 또한 변화하고 있는 듯하다. 점점 증가하는 성인병, 정신병 등은 만성적인 자연 환경의 변화로 유발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물론 인간의 병들의 대부분이 인간 스스로 자초한 것이며 자연 환경의 변화 또한 인간의 책임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문제의 심각성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간은 그 책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어떤 의미에서 자연 환경과 인간의 변화는 앞서 언급한 생명체의 호메오스타시스 기능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우려는 낳는다. 경제와 환경의 관계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자연 환경의 보존과 그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온 슈마허는 그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신성하지 않다"고 말한다, 종교적으로 인간을 비롯한 자연의 모든 것이 신의 창조물이라면 그 창조물에는 신성함이 존재하고 그 신성함을 설명하는 일부가 항상성인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인간의 활동은 그 신성함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니 인간은 참으로 대단하다. 바로 이 시점에서 갑자기 바벨탑의 신화와 인간의 비극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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