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끝났다. 왜 끝났는지는 나도 몰라.
아무와도 나는 완전히, 절대로, 또 지속적으로 공감을 나눌 수 없는 모양이다.
결별은 돌연 이유도 없이 우리를 엄습하는 감정인 것 같다.
나 자신으로 파고 들어가고 나를 이룰 계절이 온 셈인가?

1964년 1월 18일 일기중

 

전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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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어
안 소피 브라슴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소녀?! 작가들이 꽤나 화제를 불러 일으킨다
얼마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리사씨라든가.
그리고 이 숨쉬어,의 작가 안 소피 브라슴도
열일곱에 쓴 소설이 출간 3일만에 5천부가 넘게 팔리면서
프랑스 문단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킴.

스피드 하게 진행된다
단어를 주욱- 읽어나가고 있는 듯한 느낌.

오히려 미숙함이 어울리는 책이다
어느 정도 이름있는 작가 혹은 기성 작가가 썼다면
분명 지루해졌을 법하나
스물 한 살의 아이가 열 일곱에 썼다는 이 책은
그 미숙함이 돋보인달까.
심리묘사를 잘 했다기 보다는
사실을(조금의 과장을 섞어) 사실대로 썼다는 것,
이것이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딱히 신선할 것도 없으나
열 일곱,이라는 그 나이,때문에 해몽이 더 좋았다고 할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엔 별로다.
이 책에서 살인을 저지른 여자애는
자기 자신조차도 자기 자신을 정당화 시키지 못했다
뫼르소(알베르 까뮈의 이방인에 나오는 인물)의 아류-였달까.
쫌 더 나쁘게 말하자면 이방인"을 욕보인 것 밖에는 안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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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일구
안동일 지음 / 김영사 / 1997년 3월
평점 :
절판


2004년 : 4.19 혁명 44주년

선인들이 흘린 피를 씻어내려주기라도 하듯이 비가 내렸고
싸늘한 기운이 남은 채 사월 십구일-이 돌아왔다,고.

사-일구는 혁명이라 불리운지 고작 11년째다
그 전까지는 의거,라 칭해졌으며
1993년 김영삼씨가 대통령 자리에 오르고
군사정부 끝 문민정부 탄생, 이렇게 해서
사일구 의거가 사일구 혁명이 되었고
묘지는 95년 국립으로 승격(승격-이라 해야 하나 여튼)

이이팔 대구 학생운동부터 시작해서
삼일오 부정 선거를 거쳐
古김주열씨의 시체가 떠오른 그 날로부터
사-일구.

잊을 수 없는 말 하나,
당시 외신기자가 했었던-

한국의 민주주의의 나무는 더 많은 피를 먹어야 한다,고.


*새로운 사·일구*는 안동일씨의 책 제목이다
이 책은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1960년도의 상황을 전해주기에는 충분하다

나에게 사-일구는 그저 민주주의를 위한 한 운동,이라는 인식이 전부였다
열 아홉에 이 책(새로운 사·일구)을 계기로 나는 사·일구를 기리게 되었다
기린다,라고는 하지만 묘지엘 찾아가 참배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잊지않고
그들이 흘린 피를 기억하는 것, 되새기는 것도 기리는 것 중의 하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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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38
알베르 카뮈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199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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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갑자기 뒤에서 나의 목을 졸랐다, 아주 잠깐.
순간 탁,막혀오는 숨구멍.
뭐지? 하고 생각하곤 하던 일을 하는데
그녀가 다시 나타나 내게 말했다

"이방인(알베르 까뮈)에서 뫼르소가 왜 살인을 했는지 알아요?"

"왜요?"

"태양이 너무 강렬해서,,"


태양 없잖아요 지금!!이라고 되묻는 내게 그녀는
뒷모습이 예뻐서ㅡ 라는 말을 던지곤 들어가버렸다


July 28th 2003' 오후-


이방인은 이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읽을만한 것이였다
이 경험뿐만이 아니라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것도 이유가 되고
수많은 책들에 인용이 된다는 것도 이유가 되고

이 책을 높이 사는 이유는
뫼르소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후회하지 않았다는 것-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뉘우치라 말했지만
그는 후회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후회하지 않았다는 것-
그런 거짓을 내보이지 않았다는 것.
알베르 까뮈는 그 명성을 저버리지 않는군.하고.

그런데, 충분한 이유이지 않은가?
태양이 강렬해서 죽였다는 것-말이다

여튼, 내 인생의 best book list-에 오르게 됐다




tip.
미셸 깽-의 겨우 사랑하기-에 보면
이방인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프랑스 작가의 가장 유명한 소설-이라고 하며
안 소피 브라슴의 숨쉬어-는 까뮈의 이방인-을 읽고 쓴 책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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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나에게는 취기의 계절, 광기의 계절로 느껴진다.
자연과 인간에서부터 어떤 사랑을 취하게 하는 강렬하고
새로운 생기가 발산하여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뜨겁게 고조된다.
사육제의 광기와 회색 수요일의 허망과
부활주일의 흰수선화에 싸인 길과
이런 나의 젊은 날의 추억들과 봄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뿐 아니라 내가 나의 첫번 출산의 이적을 겪은 것도 3월이었다.
겨울생인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사실은 겨울이다.
언제나 가을만 되면 '내 계절'이여 빨리 오거라! 하고 기다리며
내 심신이 모두 생기에 넘치게 된다.
마치 목마른 생선이 물을 만난 것 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내 계절은 지나고 말았다. 그와 함께 해마다 내 계절이면
나에게 찾아와 나에게 생의 애착을 가르쳐주던 로맨틱도 동경도 가버리고 말았다.
비가 오던 날 뮌헨의 회색 하늘빛 포도에 마연히 서서
길바닥에 뿌려진 그 전날의 카니발 색종이 조각의 나머지가
눈처럼 쌓여 있는 것을 바라보던 슬픔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부터 나는 봄을 슬퍼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 그 허전함을 잊기 위해 도취와 광기를 구하게 된 것이 아닐까?
미친 듯이 그로크를 마시고, 회전당구를 끝없이 회전시키고,
흰 수선화를 잔뜩 사 들고 공원의 호수에 가서 백조에게 뿌려주었던 것도 모두 뮌헨의 봄에 있었던 일들이다.
혼돈과 깨어남과 감미한 비애와 도취...... 이런 것이 나의 봄이었다.
지금 벌써 삼심대에 맞은 봄은
그렇게까지 강한 긴장감으로 나를 가득 채워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관능을 흔드는 먼지 섞인 봄바람과 해이하게 풀린 연한 하늘을 보면 어떤 머언 메아리처럼 취기의 여음이 가슴속을 뒤흔든다.
그래서 막연히 거리를 걷고 있는 자기를 문득 발견한 때가 있다.
뮌헨에서라면 이럴 때 나는 공동 묘지에 갈 것이다.
가서 조각과 꽃으로 에워싸인 조용한 어둠 속을 돌아다닐 것이다.
이름을 하나씩 읽고, 살았던 기간을 세어보고 풀밭에 주저앉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갈 곳이 정말 없다.
공원, 독일적인 의미의 묘지도, 미술관도,
아니면 인적 없는 광대한 수풀도 이 도시에는 없다.
그래서 나는 나의 먼ㅡ메아리 같은 광기를 가슴속 깊이 꽉꽉 닫아놓고 어떤 상실감에 앓고 있다.
내 봄은 언제나 괴롭다. 올해는 더구나 그렇다.
찬란했던 겨울과 결별한 후 나에게는 지칠 듯한 회한과
약간의 취기의 뒷맛이 남아 있다.
그것을 맛보면서 나는 아무 기대도 없이 끔찍한 여름을 향하게 된다.


(1964)



전혜린 - 목마른 계절" 중에서 봄에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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