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소설을 기다리겠습니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김영하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김영하씨는 나랑 함께 늙어가는(?)  아니 같은 세대를 살아가는(!) 선배같은 사람이다. 
거의 데뷔작부터 쭉 읽어왔으니깐.....  김영하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책은 아마 다 사고 읽었던듯.....


그의 감각적 글은 나의 취향에 언제나 딱 맞았고
그의 성장과 삶의 행적이 옆집 오빠를 보는 듯 했다. 

----------------------------------------

시칠리아 여행기!!

처음에 로마 떼르미니역에서 기차시간 엉망이고 제멋대로에 열받아하는 부분이
작년의 내 경험을 회상하게 만들어서 어찌나 술술 읽히던지...
(아직도 기차에서 낸 예약비 19유로가 제대로 낸건지 바가지 쓴건지 모르겠다.
파업에 막혀 섬에 못들어간 김영하씨 보다는 그래도 조금 당하고 온거라고 위안을 삼으면서 마구마구 읽었다.)
이 외에도 리페리 섬, 지명도 처음 들어보는 시칠리아의 도시들의 역사와 사진들로 구성된
작가의 여행기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
 
내용인 즉 그냥 이렇게만 쓰기로 하고....

예술가적 영혼이 죽어가는 걸 느끼고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휘리릭 떠날 수 있는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한국에서 가진 기득권적 위치를 다 버리고
자신의 감성 충전을 위해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
물론 그것조차 김영하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만
어쨌든 그의 떠남에 마음으로부터 축하를 부러움과 더하여 보낸다. 
 
그리고 더욱 바라는 것은
그가 택한 이런 유목민적 삶을 통해서
누구나 쓸 수 있는 여행기가 아니라
그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을 썼으면 하는 점이다. 
 
여행...
분명 사람에게 있어서 새로운 경험이고 영감이고 활력이다.
그 느낌을 사진으로 남기고, 글로 남기는 건
한비야 같은 사람들에게 맡겨주고
최고의 글쟁이인 김영하는
밤새워 읽을 수 밖에 없는 장편소설, 나아가 대하소설을 남겨주었으면 좋겠다. 

캐나다까지 잘 다녀오세요.... 당신의 소설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