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 - 권여선 장편소설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권여선의 장편소설은 처음이다. 사실 장편까지는 아니고 중편쯤 된다.

게다가 그간 봤던 권여선의 글과는 다른 결이다. 우선 화자의 언니가 살해당한 살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예전엔 이런 소설을 추리소설, 요즘은 장르소설이라고 하더라. 암튼 시작은 그러한데, 사건의 범인엔 별로 관심이 없고 그 사건으로 인해 영향받은 주변인들의 한20년 동안의 삶의 변화와 고통에 대해 그려진다.

그간 권여선의 글에 열광한 나였지만, 이번 <레몬>은 좀 억지스러운 것도 많고 글의 행간이 너무 펑펑 비어서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어서 아쉬웠다. 노란색이 애도를 상징하는 것 같은데, 피해자가 입고 있던 노란색 나시, 레몬, 다언의 노란원피스랑 너무 억지로 엮었다는... 레몬과 리본(애도)의 어감이 왜 얽혀서 연상되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여성피해자의 외모 묘사도 그러면 피해자가 되기 쉽다는 편견을 가지게 한다. 다 읽고 나면 누가 범인인지, 어떤 복수가 행해졌는지 알겠지만, 그 또한 허술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장르소설이 아닌게 확실하다.

그렇지만 툭툭 깔려있는 문장들 하나하나가 알토란 같다.
- 어떤 삶은 이유 없이 가혹한데, 그 속에서 우리는 가련한 벌레처럼 가혹한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
- 나는 궁금하다. 우리 삶에는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걸까. 아무리 찾으려 해도, 지어내려 해도, 없는 건 없는 걸까. 그저 한만 남기는 세상인가. 혹시라도 살아 있다는 것, 희열과 공포가 교차하고 평온과 위험이 뒤섞이는 생명 속에 있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의미일 수는 없을까.

인용하지 못한 많은 문장들과 함께 그녀의 모든 문장이 내 가슴을 후벼판다. 그래서 이번에도 나는 권여선에 완전 정복당했다.

#레몬
#권여선
#무슨책읽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