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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의 탄생 - 차가움을 달군 사람들의 이야기 ㅣ 사소한 이야기
톰 잭슨 지음, 김희봉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냉장고의 탄생>의 출간은 학창시절 열역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무척 반가우면서 약간은 의아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 일이었습니다. 열역학 관련 분야는 천문학이나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같은 분야에 대한 좋은 책이 계속 편찬되는데 반하여 더 이상 학문적 발전이 거의 없는 분야이고, 이 분야에 대해 흥미를 가진 일반 독자들이 있을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연관되는 분야를 학창시절 공부하였기 때문에 성급하게 책내용에 대해 열학적 법칙, 냉동 사이클, 전도, 대류, 복사 등의 열전달 메커니즘 등이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였는데, 책 내용은 제 생각과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습니다.사실 영문 제목이나 부제가 한글 제목보다 내용에 가깝습니다. 한글 제목 <냉장고의 탄생>보다는 영문 부제 <How refrigeration changed the world and might do so again> (냉장, 냉동산업이 세상에 미친 영향)이 책 내용을 잘 설명합니다.
제가 개대했던 내용과 가까운 부분은 6장 열과 운동인데, 냉동 사이클의 핵심현상인 Joule-Thompson 효과가 소개됩니다. 최근 동남아에서 패트병을 이용한 에어콘을 만들었다는 사기 기사가 인터넷 상에서 이야기된 적이 있었는데, 제가 볼 때 외부공기가 부어와서 패트병들을 통과한다면 Joule Thompson효과가 나기때문에 냉각되는 것은 맞지만 계속 공기가 이 방향으로 불어와줘야한다는 것이 함정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바람이 불어와 준다면 그냥 그 바람을 쐬면된다고 생각해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페이스북 내 <과학책을 읽는 보통사람들>그룹에 계신 한 분이 Joule-Thompson계수를 따져보시고 그 패트병을 이용한 냉동효과가 극히 미비하다는 것을 보여주신 일이 기억납니다.
냉장고 역할을 한 고대의 유물이나 추운 지방의 얼음을 더운 지방으로 운송하여 파는 산업 등이 소개되면서 그 사이에서 냉장고의 발전 역사가 간략히 소개되는데, 위의 역사적 사실과 에피소드에 비하여 냉장고의 개발에 대한 내용은 너무 간략하게 언급되어 이 부분을 기대했던 사람으로서는 조금 실망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책의 내용이 일반적인 독자들을 위해서는 더 좋은 선택이 되었으리라 생각되기도 합니다.
극저온이나 Sterling엔진같은 이 분야의 첨단 기술도 언급되는데 역시 과학적인 내용이나 기술적인 내용은 많이 소개되지 않은 면이 있습니다. 냉동기술을 이용한 첨단 기술로 암흑물질 탐사나 양자컴퓨터, 자기부상열차 등이 나와 미래의 과학기술 발전에서 냉동기술이 무척 중요한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언급된 미래의 과학기술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텔리포테이션입니다. 초강력 냉장고를 이용하여 어떤 물체를 보스-아인슈타인 응집물로 바꾼 다음 이 물질 파동의 정보를 레이저 빔을 이용하여 먼 곳에 있는 보스-아인슈타인 응집물로 보낸 후 따뜻한 상태로 바꾸고 기존 물질을 파괴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 이러한 내용을 미치오 카쿠는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의 문제로 언급하면서 어느 정도는 실현가능한 문제로 분류하여 놀라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척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인데, 앞으로는 좀 더 과학적인 설명이 보강된 책도 출간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