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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우연 - 세계 석학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결정적 순간
필립 코틀러 외 지음, 허병민 엮음, 오수원 옮김 / 다산3.0 / 2015년 3월
평점 :
우선, 한글 제목보다는 영어 제목인 Turning point가 책 내용에는 더욱 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우연한 기회에 다른 길로 접어 들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78편 실려 있는데, 이 책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자신을 이끈 그 갈림길은 어떻게 오고, 그 갈림길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있어야 하는 지 (한글제목으로는 이런 내용이 중심일 것 같았다) 등에 대한 깊은 내용이 있기를 기대하였는데, 그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담을 소개해 주는 것에 중점을 둔 책인 것 같습니다.
일단 이 책에서 제가 기대하였던 내용은 이 책의 기획한 분의 서문에서 나옵니다. 문학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한 설렘과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순수한 긍정의 감정을 가지고 신춘문예에 도전하고 입상한 사연을 보니, 얼마 전 읽었던 <인비지블>이란 책이 떠오릅니다. 어렸을 떄부터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알아내어 그 분야에 인생을 걸고 성공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마도 세상에는 그런 사람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마 그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우연한 기회에 그것을 발견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고,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인상적인 몇 편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는 1955년 형편없는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마지막 학기 중간고사에서, 60점을 받아 수학과 물리학은 낙제하고, 히브리어는 65점으로 통과하고 영어는 85점으로 그나마 나았던) 한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돈도 연줄도 없는 집안이었지만 다행히 뉴욕시 주민에게 등록금을 면제해 주는 브루클린 대학에 합격한 후에는, 고등학교에서 낙제점을 받았던 과목까지 포함해서 모든 과목에서 최고 우등생이 되고, 학생회장과 토론팀장에 당선되고, 교내 스타급 운동선수로 활약하게 되고, 그 후 입학한 예일대 로스쿨에서도 3년내내 1등을 차지고 예일 로 리뷰 편집장으 활약하는 등 완전히 다시 태어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바로 세계 최고 하버드 로스쿨의 최연소 조교수가 된 앨런 더쇼비츠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참여하였던 유대교 캠프에서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별 볼 일 없는 학생이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새로운 사람들과 생활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 속에 있는 자신감과 리더십을 발견하면서 성공에 대한 강한 욕망을 일깨우게 되었다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편견이 없는 사람들이 캠프 생활 속에서 그에 대해 똑똑하다고 말해줌으로서 그 스스로가 그 안의 잠재력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분의 이야기를 보니 주위사람들 때문에 진정한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자신이 접해보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보거나 경험해 보지 못했던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인생에 있어 필요하고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음 에피소드는 종교학자 폴 니티의 이야기인데, 인생의 비약적인 변화라기 보다는, 바티칸 공회의에서 큰 깨우침을 얻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에는 교회 외부에 구원이 없다는 엄격한 교리를 배운 신학도였지만, 공회의에서 나온 '비그리스도교에 대한 선언'등을 통해 다른 종교가 모두 심오한 종교적 의미를 통해 사회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으며, 인간을 계몽하는 진리의 빛을 반영하고 있다는 내용을 배우고,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신중하고 애정어린 태도로 대하고, 기독교적인 신앙과 삶의 증인으로서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견된 영적, 도덕적 선을 인정하고 보존, 증진시키라는 권고를 받아들이는 등의 '종교 간 대화와 만남'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평생을 바치게 된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는, 이 공회의 참석전에도 그 스스로의 성찰에서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 및 다양한 토속종교 속에서도 무한자와 유한자의 합일, 대지의 신성함, 지각있는 존재를 위한 희생정신 등의 심오하고 매력적인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던 열린 사고의 소유자였기에 공회의의 내용에 공감이 가능하고 이에 따라 실천하는 삶을 살 수 있었다고 생각되고, 제 자신에게도 종교에 대해 전과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 같습니다.
그 밖에 아버지가 회사에서 받은 복권이 당첨된 돈으로 PC를 사게 되어 남들보다 앞선 컴퓨터를 활용한 삶을 살게 되어 결국 IT분야 교수가 된 엔리케 단스, 첫번째 학술논문을 학술지에 출판하지 못한 것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성공한 제이콥 골드버그, 신년모임에서 혼자앉아 있던 중년신사에게 말을 걸었다가 유전 과학자가 된 ,라틴 아베리카의 경제, 정치를 연구하던 후안 엔리케즈 등의 이야기는 정말로 우연이 그들의 인생을 완전히 바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기도 하지만, 그 들이 얼마나 열정적이고 자신이 꽂힌 분야에 완전히 전력투구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려주기도 한다.
앨런 더쇼비츠처럼 주위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기회나 turning point 를 기다리고 있지만 그것을 잡고 활용하여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길은 결국 열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운 독서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