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Spolier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금희 작가의 신작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창경궁의 대온실을 수리하는 공사를 맡은 건축사무소에서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하면서, 고향을 떠나 어린 나이에 혼자 창경궁 근처의 집에서 하숙을 하며 지내는 동안 받았던 상처를 극복하고, 또한 자신이 하숙한 집의 주인 할머니가 홀로 숨겨왔던 상처를 알게 되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매우 흔하지 않은 소재를 다루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김금희 작가가 과거에 일했던 경험을 살려 쓴 이야기였다. 내가 좋아하는 너무 한낮의 연애경애의 마음처럼 상처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사람들 사이의 교류를 다룬 이야기라고 볼 수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 다루는 상처는 전작들에 비해 상당히 크고, 주인공이 상처를 입고 아파하는 장면에서는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함께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었다.

 

고향을 떠나 어린 나이에 서울에서 하숙을 하면서 학교를 다니는 자체도 마음이 그리 편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우연한 기회에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자 친구도 사귀게 되고 다소 까칠한 성격의 하숙집 소녀와도 조금은 가까워지면서 어쩌면 좋아질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욕심 많고 남에게 상처를 잘 주는 다른 여학생에 의해 사랑을 비롯해서 서울에서 살면서 얻었던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을 돌아 갈 수밖에 없었던 작중 화자가 과거의 상처가 다시 살아날까 보고서 쓰는 일을 맡는 것을 꺼려하지만, 결국 일을 하게 되면서 나름의 책임감으로 대온실 아래 숨겨져 있던 배양실의 존재와 그 속에 숨겨진 사연을 추적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중 화자가 상처를 받게 되는 과거의 사연이,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학교 내에서 발생한 성적 처리 관련 부정에 연루되었다고 의심을 받게 되는 엄청난 사건이라 무척 안타까왔고, 가족과 떠나 어린 나이에 홀로 타향에서 하숙을 하는 입장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서 고민, 고민하다 상대방에게 사과하려 할 때, 이에 대한 아무런 관심과 생각도 없이 행동하는 상대방의 모습을 보면서 더한 상처를 받게 되는 모습도 안타까왔고, 이 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좋아하던 남학생과도 헤어지게 되면서 (자신의 속마음과는 별개로 주위의 눈치 때문에 남학생을 피하게 되어 외부 상황만이 아니라 자신의 용기 없음 때문에 더욱 가슴이 아픈 상황이고), 평소 서로 자신들이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머리를 짧게 자르거나 단무지를 먹는 장면이 연출하면서 행동으로 결별을 선언하는 장면이 무척 가슴이 아팠다.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야기가 후반에 달하면서 밝혀진 하숙집 할머니의 숨겨진 사연도 충격적이었고, 할머니가 그 상처로 인해 평생 마음을 닫고 주위와 담을 쌓고 살지 않았으면 그녀가 사랑했던 존재들과 다시 만날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다시 한번 마음이 아플 수 밖에 없었다.

 

이야기 마지막에서 작중 화자에게 상처를 준 존재들이 자신들이 가진 욕심과 날카로움으로 스스로 상처를 받고 죽거나 약해진 모습을 접하면서 위안(?)을 받고 회복될 가능성을 보게 되고, 우연히 과거의 옛사랑을 만나면서 옛 사랑을 회복할 가능성도 보여주면서 이야기는 비교적 훈훈하게 끝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공문성애자라 불리는 공무원 장과장의 존재가 흥미로왔는데, 여러 가지 사연으로 그 동안 받은 상처가 쌓여 매사에 상처를 받을 경로를 차단하는 습관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 그 역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가 깊은 존재이면서 동시에 그의 행동거지가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의미에서 생각해볼 거리를 전해준다는 느낌도 받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형의 주인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배지은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노벨문학상 단골 후보인 조이스 캐럴 오츠에 대해서는 팟캐스트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첨음 접하였다. 이동진 기자의 그들에 대한 극찬을 듣고 언젠가는 작품을 읽어보겠다고 생각하고 오랜 시단이 지난 후, 그녀의 작품집을 두 번째 접하게 되었다. 단편집만 두권을 접하여 작품세계를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그녀에 대한 인상은 스티븐 킹의 공포소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아 순수문학가라기 보다는 장르소설 작가라는 생각이 훨씬 강하다.

 

인형의 주인에 실린 6개의 작품들 모두 공포소설 또는 범죄소설로 분류할 수 있어 장르소설작가라는 내 생각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 작품집 중에서 가장 재있게 읽은 미스터리 주식회사는 추리물의 일종으로 범죄자와 피해자의 두뇌게임(?)이 치열한 작품이다. 그리고 인형의 주인’, ’군인‘, ’총기사고는 현재 미국 사회에서 매우 심각한 총기사고, 인종차별 문제를 폭로하고 있다. 특히 군인은 뉴스에 간간히 등장하는 백인들에 의한 (실수에 의한) 흑인 청소년 살인문제의 진상을 이야기하면서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실린 다른 범죄소설은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공포물로 볼 수 있는데 반하여, ’군인은 미국사회의 추악하고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는 조이스 캐럴 오츠의 장편을 읽어서 이동진 기자가 어떤 이유로 극찬을 했는지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방법서설 - 이성을 잘 인도하고 학문에서 진리를 찾기 위한
르네 데카르트 지음, 이재훈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학을 전공한 나에게 데카르트는 철학자 이전에 좌표계를 도입하여 과학과 수학을 접목시킨, 공학적 해석의 시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데카르트가 없었다면 공학 문제를 컴퓨터를 이용하여 해석하는 일은 현재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해석이 AI기술의 발전으로 향후에는 접근방법이 바꿀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상에서 전공자들 사이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이러한 사고를 하게된 그의 생각의 기초가 궁금하여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사실 방법 서설은 그가 탐구한 다른 과학적 사고 - 세계, 인간, 굴절광학, 기상학 등- 와 하나의 책을 구성하는 머리글에 해당하고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지동설 주장에 따른 그의 수난을 목격한 데카르트가 그의 주장 중 일부를 책의 내용에서 삭제하여 단독의 내용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원서의 맛을 살리기 위한 이유라고 생각되는데, 번역된 문장이 대부분 만연체로 구성된 것도 어려운 점 중 하나이다.

 

과학적인 내용은 심장을 중심으로 한 혈액순환에 대한 내용이 소개되는데 생각보다 깊은 내용이 담겨져 있어 당대에도 해부학을 비롯한 의학, 생물학 연구가 활발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에는 기대했던 좌표계 내용은 실리지 않았지만, 그의 가장 유명한 문장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가 등장하고 이러한 결론에 이르게 된 그의 사유의 단계를 보여준다.철저하게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존재들을 제거하고 분명한 것들만을 선택하여 사유하는 그의 사고방법은 논문을 쓰면서 비로소 배우게 되는 과학적 사고의 기본을 보여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처음 논문을 쓰면서 내 자신 내부의 (주관적)생각과 연구를 통해 얻어진 (객관적) 결론을 혼용하여 글을 쓰면서 평가자들의 질타를 받은 기억이 있는데, 이러한 사고방식이 데카르트를 시조로한 서구의 철학적 사고에서 기인했다고 생각된다.

 

책의 후반에 실린 옮긴이 해제가 내용 파악에 무척 도움이 되었는데, 이 부분을 먼저 읽고 본문을 보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느껴진다. 아마도 해제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을 때 재독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혼의 집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8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오래 전 제레미 아이언스 등이 출연하는 영화로 접했던 영혼의 집을 책으로 읽기 시작했다. 토속적, 또는 무속적인 분위기와 함께 한 집안의 흥망성쇠를 다루는 내용이 무척 흥미롭게 진행되다가 후반부 칠레 쿠데타 등의 정치적 격변이 일어나면서 영화의 분위기가 바뀌게 되는데, 책에 대한 느낌도 크게 다르지 않다. 1권은 남미 특유의 무속적인 분위기가 강하지만 그 속에 숨어있는 정치적 메시지에 비해 크게 와 닿지는 않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조금 완화시키는 가면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자가 피노체트 쿠데타군에게 살해된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조카이기에 칠레 피노체트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쓰여졌으리라 생각해서, 책 구석구석에 담겨진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인 에스테반 트루에바는 영화에서 본 것보다 자본주의자 또는 식민주의자의 특성을 강하게 담은 나쁜 사람으로 느껴졌고, 그의 아내 클라라는 무속적인 능력이 무척 강하게 묘사되었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영화와는 내용이 조금 다르다고 느껴졌다. 사실 영화는 쿠데타 후 피노체트 정권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에스테반 트루에바가 반성하면서 급마무리되었지만 책에서는 군사정권의 시대가 2권에서 자세하게 묘사될 수 있을 것 같아 무척 기대된다.

 

오랜만에 예전에 본 영화의 원작을 보면서 과거의 추억도 떠오르고, 이야기의 흐름이 흥미진진하면서도 정치적인 메시지도 담겨져 있어, 무척 만족스러운 독서였고 2권이나 저자의 다른 작품들도 무척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술의 역사 - 표현하고 연결하고 매혹하다
샬럿 멀린스 지음, 김정연 옮김 / 소소의책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름 미술에 대해 관심을 키우고 관련 책자도 제법 접하고, 국내에서 유명한 작가의 전시회가 열리면 찾아가는 노력을 해서 미술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이 맞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 이 책에 실린 내용 중 반 이상을 접하지 못하는 내용이 무척 많았다. 물론 이 책이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 작가에 대해 소개하려는 노력도 많이 하고, 다양한 사조에 대한 소개도 많이 담았기 떄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 고흐 등의 인상화 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일본화를 제외하고 그 이전의 동양 회화를 비롯하여 동양화 등에 대한 소개는 거의 없다는 점은 무척 아쉬운 점이다.

 

각각의 화가에 대한 소개나 그들의 인생역정에 대한 소개가 거의 없다는 점도 다른 미술책과 다른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화가들이 작품을 내기까지는 역사적 배경 이외에도 개인적인 경험도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 점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에서 소개된 화가들 중 인상적인 화가들을 꼽아보면 여성작가로는 젠틸레스키가 가장 인상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기전에도 그녀의 개인사를 접하고 그 개인사를 작품에 투영한 홀로페르네스를 참수하는 유디트 등의 작품이 무척 의미있데 다가왔는데, 이 책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작가였다. 영화를 통해 잘 알려진 까미유 클로델의 경우는 이 책에서는 거의 소개되지 않아, 저자가 책에 실을 작가를 선정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는 지가 궁금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전에 최근 점차 주목하게 된 화가가 있는데, 터너이다. 예전에는 배를 주로 그린 화가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노예선 등의 작품을 보면 미술작품을 통해 세상을 변혁하고자하는 화가의 의지를 배울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화가들 중에서 가장 배울 점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주 오래전에 국내에서 전시회가 개최된 적이 있는 것s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다시 한 번 전시회가 개최되었으면 한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흥미로운 화가는 카라바조이다. 그 역시 그의 인생역정과 작품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내용 등이 무척 흥미로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화가인데, 조만간 국내에서 전시회가 개최된다고 하여 무척 기대된다.

 

생각보다 내용이 쉽지않고 방대한 내용에 그 동안 모르된 내용이 많아 공부할 내용이 많은 미술책으로 생각되었고, 좀 더 내공을 키운다음에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