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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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세계대전의 동남아 전장에 참전한 오스트레일리아인의 이야기로 소개된 책이기에, 전쟁의 비극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휴머니즘에 대한 책으로 기대하였는데 그 이상과 생각할 점을 담고 있는 책이다. 물론, 인간으로 살아가기에는 너무 참혹한 전쟁의 비극.지옥같은 환경 속에서 고통받는 포로들의 이야기가 책 중심을 관통하고 있는데, 그 바탕에서 전쟁으로 자신의 삶이 파괴되는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고, 그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기회가 된다. 

이야기 앞 부분은 주인공 도리고의 사랑 이야기이다. 불륜이지만 자신의 의지로는 어쩔 수 없는 강렬한 사랑이야기가 책의 전반부를 차지하고 있어 기대했던 책이 아니라 다른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나 강렬한 사랑의 포로가 된 상태이지만 마음 속으로는 끈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기존의 작품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모습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렬한 사랑이었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사랑이 끝나고 주인공은 전쟁에 참가하게 되는데, 그 사랑에 대한 주인공의 전쟁이 끝난 후에 대한 태도가 충격적이다. 

그토록 사랑하는 대상이었지만 전쟁을 치른 후 그 상대를 찾지 않고 서로를 잊는 모습, 전장에서 포로를 참혹하게 다루던 일본인 장교가 전후 자신의 겉모습을 세탁하고 평탄한 삶을 사는 모습과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일제의 하수인으로 살아가다 처형당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보면 인생의 허무함이 너무나 강하게 다가온다. 사람들의 참 모습은 평화로운 시절에 만날 수 있었던 것이 진실된 것일까 아니면 전쟁이란 극한 상황에서 보여지는 것이 참된 것일까? 등장인물의 전 후 모습은 전쟁에서 받은 충격에 인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서 주는 느낌은 오히려 전쟁이 인간의 참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여졌다.

책을 끝까지 읽은 후 주인공 도리고 에번스의 삶에 대하여 계속하여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그는 인생을 살면서 과연 진실한 삶을 산 적이 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아마도 에이미를 사랑하던 시기보다는 한 명이라도 사람을 살릴려고 노력하던 의사의 모습을 가졌던 순간에만 진실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책을 다 읽었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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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세계사 - 오늘, 우리가 사는 세계를 한눈에 꿰뚫는 현대사 명장면 25
김윤태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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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라는 제목이 있고 책의 각 장의 서술방식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내용 자체는 시민의 상식 또는 시민의 교양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책의 내용을 보면 근대를 거쳐 현대로 오면서 세계를 변혁시킨 여러가지 생각들을 따라가면서 이해하는 과정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혁명과 미국, 프랑스 혁명에서 시작하여, 중세에서 근대로 변화하면서 인류의 정신을 발전시킨 마르크스, 프로이트, 다윈의 생각이 언급된 후 다시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여러 형태의 혁명들이 소개된다.


이 책에서 소개된 여러 혁명 정신들 중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68혁명과 대처에 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68혁명은 정치적인 변혁이나 국가체계를 바꾼 혁명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과 내용을 바꾼 중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적, 경제적, 정치적인 혁명은 다른 나라에서 오랜시간에 걸쳐 언든 혁명적 성과를 짧은 기간 동안 이뤄내었지만 68혁명 같은 과정은 아직 거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하다. 우리 주위의 문물은 선진화되었지만 아직까지 보수적이고 구태의여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 내부에 너무 많은 갈등 요인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언젠가는 68혁명같은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찌보면 온라인 상에서 비슷한 과정을 이미 겪고 있다고도 생각하는데, 이 경우 일부 나이층만 그 과정을 거치게 되어 갈등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는 사회 전체가 기득이나 권위주의를 버리고 각각의 개인이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려면 앞으로 갈 길이 무척 먼 것 같다.


대처주의는 미국의 레이건, 부시 그리고 최근의 트럼프로 이어지는 신자유주의를 의미하고 우리나라도 현재는 그 그늘 아래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대처의 정책이나 신자유주의에 대해 그리 좋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성과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대처의 정책은 장점이 전혀 없어 보이는 탐욕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를 지지하고 칠레의 피노체트를 후원하는 사람이 어떠한 정의감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만델라가 대통령이 된 후 취한 화해와 통합의 과정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겪어야할 화해와 갈등 해소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훌륭한 성과이지만, 그에 앞서 잘잘못을 철저히 가리고 잘못을 저지른 자들의 철저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제대로 된 지난 잘못에 대한 자기반성 과정이 없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자신의 상식이나 교양을 쌓고 재미도 얻을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었지만, 자라나는 학생들이나 청년들이 읽으면 더 좋을 책이라 생각한다. 진학이나 취업을 위해 전공공부나 스펙만 쌓고 제대로된 독서를 하기 어려운 세대들에게 이 책에 담긴 내용만큼은 머리와 가슴에 담고 살아가라고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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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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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정말 재미있다고 감탄한 책이다. 저자의 글솜씨도 뛰어나지만, 그보다 훌륭한 것이 유머감각이고, 머리좋고 똑똑한 사람이 구사하는 유머라 그 유머를 즐기는 느낌이 정말 쏠쏠했다. 책을 다읽고 책장을 덮으면서 아쉬운 느낌이 들면서 후속작이 언제 나올까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1장 사기공화국은 저자가 접한 사기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았기에 이 책에서 언급되는 정도의 사기꾼들은 만나보지 못했는데, 정말 세상에 별의별 사람이 다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계속해서 책을 읽다보니 법에 헛점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우리나라의 법체계가 이러한 사기꾼들을 낳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하나 사기꾼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다 느끼는 것이 있는데, 사기는 사기꾼들만의 힘으로 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피해자의 허황된 욕심이 있어야만 사기꾼들이 활동할 수 있는 것이고, 뻔한 거짓말에도 속아 넘어가게 되는 것이다. 


2장 사람들, 이야기들은 법에 의해 고통받았거나 저자가 만났던 수많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감동적인 사연이 많았다. 이러한 이야기들 자체도 무척 재미있었지만, 이야기 구석구석에 끼여있는 저자의 유머와 깐죽거림이다. 실제로 검사생활을 하면서 이 책에서 나온 것같이 깐죽거리지는 않았을 것 같지만, 첵을 읽는 입장에서는 정말 재미있고 그 속에서 볼 수 있는 저자의 해박한 지식도 대단하다.


자신이 검사생활을 하면 느낀 생각 그리고 현행 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도 무척 좋았다. 법관을 임명제가 아닌 선출제로 하여야만 진정한 민주주의가 되고 국민의 권리를 100%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현재 이야기하는 개헌에서 이런 내용이 꼭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학교폭력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그 학생의 인생을 망칠 수 없다는 논리로 처벌하지 않는 현 세태에 대해 매우 강하게 비판하였는데, 우리 사회는 남을 괴롭히는 우등생보다는 남을 아낄 수 있는 평범한 학생들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저자의 말처럼 학교폭력 등에 대해 제대로된 처벌을 했다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를 망치고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등생의 자리를 유지하면서 정권을 차지하고 주요한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 지 궁금하다. 


많은 분들이 읽어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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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사다리 - 불평등은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키스 페인 지음, 이영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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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이 사람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책인데, 예전에 읽었던 <평등이 답이다>라는 책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과거에 비해 전체적인 부는 성장하였고, 불평등 역시 성장하였다. 절대적인 부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불평등으로 인하여 고통을 더 느낀다는 내용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뒤처졌다는 느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절재적인 빈곤에 비해 더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물론 충격적이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앞서있는, 또는 부유한 사람들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수명까지 줄어든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다. 즉, 그렇게 남들을 짓밟고 자기의 이익을 위해 애쓰는 것은 결론적으로 자신을 좀먹고 병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떠오르는 책이 있었다. <92년생 김지영>. 이 책의 주인공 김지영은 자신의 어머니나 외할머니보다 훨씬 평탄한 삶을 살았고, 앞으로의 인생도 그렇게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훨씬 어려운 인생을 살았지만 무능한 남편 대신 집안살림을 책임지면서 어느 정도는 자아실현을 할 수 있었던 어머니에 비해, 차별이 줄어들었다고 이야기하는 시대를 살면서 오히려 자신의 역량을 펴볼 기회가 줄어든 김지영씨는 차라리 시대적 한계때문에 자신을 희생한 외할머니의 인생보다 자신의 인생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여 자신대신 외할머니의 생을 살기로 정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바로 불평등이 절대적인 빈곤보다 삶을 훨씬 파괴한다는 뜻이리라.

사회의 문제점만 지적하고 해결책을 제시하지않는 책만큼 무책임한 것이 없는데, 다행히 이 책은 마지막 장에서 수직사회를 살면서 각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적인 부나 사회에서 성취한 것의 비교대신 인생을 살면서 더 소중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것이 아닌 것처럼 보일 지 몰라도, 내 생각에는 정말 좋은 방법이고, 인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느꼈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할 때 매우 중요한 가치관을 제시하는 책이라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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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내전 - 생활형 검사의 사람 공부, 세상 공부
김웅 지음 / 부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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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진짜 재미있다. 세상에 있는 별의별 사람, 별의별 사연도 알게되지만, 무엇보다 학교를 떠난 다음에는 보기 힘든, 머리좋고 재기발랄한 사람의 깐죽거리는 글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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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당살롱 2018-01-29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다니까 눈길이 가네요. ㅎ
담아놓아야겠어요.

마키아벨리 2018-01-29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도 아주 있고 후반부에는 현 사법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담겨있어 유익하기도 합니다.

vmin-tea 2018-02-04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사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