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맛 - 셰익스피어처럼 쓰고 오스카 와일드처럼 말하는 39개의 수사학
마크 포사이스 지음, 오수원 옮김 / 비아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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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하는데 사용되는 많은 기교나 테크닉을 익혀 글 쓰는 능력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읽은 책이었는데, 영어에서만 사용될 수 있는 기법이 많아 우리말에서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느껴져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또한 문학적인 글에만 사용될 수 있는 기법이 많아 일반적인 글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직접 글을 쓰기보다 문학작품을 읽을 때 사용된 수사법을 발견하고 그 숨은 의미를 알아내거나, 영문학 서적을 직접 읽거나 번역을 할 때 참조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영문학의 경우 독해를 통해 얻은 의미와는 다른 의미를 전하는 글이 많다는 것을 알게되어 번역이라는 작업이 결코 싶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오랜 시간 전에 영어 회화 방송에서 셀린 디옹의 Power of Love라는 노래를 소개하면서 그 의미가 사랑의 힘이 아니라 Powerful love라고 하는 강사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여기서 사용된 수사법이 이사일의 (hendiadys)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기법을 사용한 수 많은 글의 의미를 제대로 알 길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운 수사법보다 훨씬 다양한 수사법을 영어에서 사용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정말로 영어를 잘 하는 것은 산 넘어 산이라는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 특히 소리와 연관된 운율 등에서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우리말에서는 최근 랩에서 라임을 맞추는 등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영시외국어로 쓴 시를 이해하거나 쓰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느끼게 되었다. 원래 생각했던 복적과는 다른 결론을 얻게 된 독서였지만 의미있는 경험이었고, 영어를 한찬 공부하는 학창시절 접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도 함꼐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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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초록 천막 2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11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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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어떤 선배왈, 프랑스 혁명도 100여년에 걸쳐 진해되고 그 와중에 나폴레옹 같은 황제나 왕권 복귀가 나오는 등 갖은 우여곡절을 통해 진행되고, 우리나라도 아마 비슷한 시간을 필요로 하여, 미래에서 현재를 본다면 아직 419가 진행중인 시대라고 할 겅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논리보면 2023년 지금도 아직 419는 진행중이다.

 

소련이란 나라는 사라지고 주변국가들이 독립한 이 시점에서 러시아가 과거 권위주의의 복귀를 꿈꾸는 현 시점,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르지만 (볼세비키 혁명 이후로는 국민적 움직임은 없어서) 보다 자유롭게 행복한 삶을 꿈꾸는 러시아인들의 여정은 계속 진행중이라 할 수 있다. 류드밀라 울리츠 카야의 커다란 초록천막은 아직 그 목표에 다다르지 못한 러시아인들의 여정을 다룬 소설이다.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이야기의 배열이 시공간 속에 흐트러져 이야기를 읽기 시작할 때 다소 진입장벽이 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앞선 이야기의 퍼즐이 맞춰지는 등 흥미를 끄는 구석이 무척 많은 이야기이다. 일리야, 미하, 사냐라는 세 친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주위사람들의 면면도 무척 흥미를 끈다. 스탈린 사후 꿈꿨던 좀 더 자유로운 삶이 좌절되어가면서 그들을 위로해준 것은 문학과 음악 등의 예술이었다. 이 작품에서는 무척 많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여 그 시점마다 작품을 찾아 감상하면서 등장인물이 느꼈을 감정을 한꼐 나누면서 긴 호흡으로 책을 읽으면 등장인물들의 일생을 통한 희망과 좌절을 함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도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역시 비슷한 좌절과 고통을 겪은 바 있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위의 세 친구들은 각가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 분야에 재능이 있었지만 잘 키우지고 못하고 사회적으로도 좌절하는 삶을 살게 되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하거나 나라를 떠나는 등의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스탈린 사후 큰 기대를 했지만 결론적으로는 정치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던 시대를 다루었기에 각 개인의 삶은 그리 희망적이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 간간히 예술과 함께하고 매 순간 주위사람들과 정을 느끼고 장난끼를 버리지 못한 모습을 모면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 같다. 비교적 긴 세월을 다루고 있어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할 수 있는 생각할 거리와 재미를 함꼐 주는 독서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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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힌 거인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결 옮김 / 민음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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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지만 작품을 많이 접하진 못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파묻힌 거인을 읽었다. 그를 사장 좋아하는 작가로 꼽은 이유는 나를 보내지마를 읽으면서 문학작품에서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작가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수식을 들었을 때 안목을 인정받은 느낌이 들었다. 파묻힌 거인도 나를 보내지마, 클라라와 태양처럼 청소년들을 위한 소설 같은 문체이지만 담고 있는 이야기는 무척 심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르는 기사와 용이 등장하는 중세 이야기이지만, 기존에 알던 모험 이야기가 아니고 아더왕과 기사가 약소민족을 살육한 지배자였고, 용은 이민족 간의 평화를 간간히 유지할 수 있는 망각을 만들어내는 존재였다는 점 등 기존의 이야기를 비튼 내용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다른 작품처럼 문장이 무척 아름답고, 책을 읽는 동안 글 속에서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호흡 속에 독자의 호흡이 그대로 일치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강한 흡인력이 있는 이야기였다.

 

특히, 이야기 전체를 흐르는 모험 이야기 이외에 인생에서 망각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주었는데, 망각은 두 민족 간의 갈등과 증오를 가까스로 덮어두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두 사람 간의 과거 속의 상처도 덮어주기도 했다. 사람들은 흔히 감추어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과연 그것이 최선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야기의 결말까지 읽고 나면 진실을 감춘 상태에서 이루어졌던 평화는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고,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진정한 평화가 온다는 생각이 든다. (일종의 열린 결말 형태로 끝이나고 작가의 의도가 애매하여 해석을 어떻게 해야할 지는 아직까지 고민이 된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 중에서는 비교적 성공하지 못한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흥미롭고 만족스러웠고, 그의 다른 작품도 계속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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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과학 수업 : 양자혁명 - 플랑크의 양자 입자에서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까지 노벨상 수상자들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배우는 과학
정완상 지음 / 성림원북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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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의 오리지널 논문으로 과학을 배우는 시리즈는 처음 접하지만 양자역학에 대해 과학 교양서적보다 한 단계 높은 지식을 접하고자 과감하게 도전하였다. 처음에는 잘 몰랐지만 책을 읽다 보니 양자역학 전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양자역학 시대를 연 막스 플랑크의 논문을 이해할 수 있는 가이드 (아마도 학부 물리학과 강의 수준일 것으로 생각된다)이므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상당 부분은 열역학에서 다루는 내용이라서 전공과 연결되어 이해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플랑크의 논문, 플랑크 상수 등을 유도하는 과정을 위해 몇가지 수학이 이용되고 이 책에서 설명되는데 고등학교에서 배운 수학에서 출발한 내용이라 어렵지 않았고 (실제로 연필을 들고 계산하지는 않았지만) 흥미로왔다. 특히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나 리만가설 등에 나오는 제타함수에 대한 내용이 나온 것과 물리적 불확실도를 의미하는 엔트로피를 계산하는 식이 나온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불확실도는 무척 애매하고 막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경우의 수를 사용하여 구체적으로 계산한 것이 정확하게 들어맞는다는 점이 무척이나 묘하게 생각되었는데, 당대에 이를 연구하던 인물들이 얼마나 흥분하고 좋아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은 양자역학을 교양과학 서적을 통해 개념만 이해하는 수준으로 접해왔는데 수식을 직접 다루는 책을 보니 더욱 의미가 다가왔고, 앞으로도 가능하면 이런 시리즈를 통해 좀 더 구체적인 공부를 하면 과학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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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자오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8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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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접한 바 있는 코멕 매카시의 소설이다. 그 동안 접한 영화처럼 서스펜스가 강한 흥미만점의 소설을 기대했지만, 작품 자체는 산문과 운문 중간 정도 형식으로 읽기 쉽지 않른 작품이었고, 현실 속인지 꿈 속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묘사로 읽기 힘들었다. 소년이 주인공인데 소설 중간 부분에는 그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어진 것도 읽기 어렵게 만든 한 요인이 된다.

 

낭만이 있고 언제나 마지막에는 정의가 구현되는 서부극과는 달리 살육과 잔인함만이 남은 서부의 실상 (등장인물들이 실제 인물들을 참조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을 보면 좀비와 인간과의 항전 속에서 인간들끼리 서로 다투고 살해하게 되는 상황과도 유사하다고 생각하게 되고, 어쩌면 기후위기로 인해 인류의 문명이 파괴되면 이런 지옥도가 펼쳐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인디언들과 싸운다기보다는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마구 살육하고,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추적당하고 서로 싸우는 과정이 조비 영화의 전형적인 흐름과 닮아 있다)

 

작품 속에 철도건설을 위해 버팔로라는 한 동물 종을 멸종시킨 이야긱가 나오는데 비슷한 과정으로 인디언들도 살아남지 못한 역사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소설을 통해 이러한 자신들의 추악한 모습을 들쳐낸 코멕 매카시에게 경의를 표한다. 앞으로도 그의 작품을 몇 작품 읽을 예정인데 다른 형식의 작품이었으면 읽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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