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로맨스 - 사랑에 대한 철학의 대답
M. C. 딜런 지음, 도승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사랑에 대한 책이기에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대충이나마 책을 한 번 보고나니, 저자의 머리말에 써 있는 니체의 말을 딴 글귀처럼 이 책은' 만인을 위한, 그러나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것이라는 말이 이해가 될 듯합니다. 물론 사랑에 관한 책이니 현재 사랑을 하고 있거나, 미래의 사랑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저자가 책의 맨 앞에서 적어 놓은 것 처럼, 각 개인에게 있어 사랑의 특성은 세상 그 무엇보다 우리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사랑'이란 말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사랑'의 의미를 알려주고자 저자는 우선 가장 세속적인 사랑인 낭만적인 사랑(책제목에서는 로맨스라고 한 것)을 이야기합니다. 이 낭만적인 사랑의 대표적인 예로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들 수 있는데, 이 들이 서로 사랑한 이유는 그들이 서로에게 금지된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라던가 기네비아와 란슬롯 등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 들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낭만적 사랑은 자신을 제한하는 금지를 먹고 자랍니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사랑은 타인을 만나고 상대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지만, 낭만적인 사랑은 서로에 대한 앎으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환상을 유지시켜주는 장애물이 존재하여야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강렬한 사랑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스스로 모순점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낭만적 사랑의 대상은 우리가 그대상의  실제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실제 모습을 알기를 거부하고 그 대상에 자신이 욕망하는 자신의 이상형을 투영한 우상입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대상을 제대로 알지못하므로, 그 사람과 깊은 사랑을 나눌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고, 결국 낭만적 사랑의 결과는 상대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상실감과 슬픔뿐 일 것입니다.


이에 반하여 진정한 사랑은 사랑하는 연인에 대해 알아가면서 자라나는 것입니다. 그에 대해 알아가면서 낭만적 사랑의 대상인 자신의 환상을 깨버리는 것이고, 그가 내가 살아오지 않았던 역사를 가진 것을 아는 것이고, 상대가 나와는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사용한 표현을 이용하자면, '바이올린 연주자가 소나타의 음조에 맞추어 스스로 음조에 맞추어 스스로 음악안에 젖어들어가는 것처럼, 사랑하는 연인들도 그들을 변화시키는 사랑 안으로 젖어들어간다.' 


두 가지 사랑의 차이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이 나이들어가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낭만적인 사랑은 사랑의 대상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늙어가는 모습을 용납하지 않지만, 진정한 사랑은 서로를 꾸준히 알아가는 관계이므로 나이들어가는 모습도 아름답게 볼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결론을 정리하다보니, 영화 <그녀에게>가 생각납니다. 예전에는 이 영화의 주제가 자신의 사랑을 상대방에게 전하고 싶지만 전할 방법을 찾지못해 애태우는 사람의 이야기로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고난 후에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녀에게>에서 표현된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었고, 자신의 욕망을 투영한 것뿐이라는 것을. 책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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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1-28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서평단 공지를 확인했을 때, 신청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왠지 어려운 내용의 책일까봐 그냥 도서관에 빌려 읽기로 했습니다. ^^

마키아벨리 2016-01-28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읽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내용보다는 번역이나 용어 사용 등의 문제로 어려윘던 것 같습니다.

컨디션 2016-01-28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점 두 개를 주셨길래..^^ 저로선 더 꼼꼼하게 앤드류대디님의 이 리뷰를 읽게 되었음을 자백(?)하며..ㅎㅎ
`철학`이란 부제가 들어가서 그런건지는 모르지만 대체로 이런 인문학(?) 번역서의 맹점이 난해한 문장이 많다는 거, 아닐까 조심스럽게.. 반면에 소설은 차라리 외국 게 더 재밌는 경향이 있는 듯 해요.

마키아벨리 2016-01-28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작가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기위해서 직역을 하느라 그랬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너무 많아서 별점을 낮게 주었습니다. 사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으로 유추해보면 정말 재미있게 쓰여질 수 있는 내용이고 그다지 학술적인 내용도 아니라서, 번역을 좀 더 잘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읽는 내내 하였습니다.

서니데이 2016-01-30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앤드류대디님, 좋은 저녁 되세요.^^

2016-01-30 2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