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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게일 - The Life of David G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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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을 대할 때에 외모나 첫인상만 보고서 그 사람을 평가 해서는 안되지만, 어떤 사람을 보고나서 '저 사람을 왠지 어떨것 같아...'라고 속으로 생각해 본 경험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관상학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은 아니지만, 희한하게도 깨나 썩 그 외모의 '이미지'와 '성격'이 일치한 적도 있을 거다. 내 경우에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간에 어떤 사람을 보면 선입견 비슷하게 그 사람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를 머리속에 스케치하게 되는데 100%까지라고는 못해도 아마 70% 정도는 나의 첫 스케치와 크게 다른 그림이 나오는 것 같지는 않다(이런 생각 자만이기도 하고, 위험하긴 하지만). 그리고 그 확률을 확인할 방도는 없지만, 가끔은 영화나 TV를 보며 등장하는 인물들에 이런 못된 장난질을 하기도 한다. (말한 바와 내 같이 추측이 맞는지 틀린지는 확인할 수 없음에도 무의식적으로 -_-;)  

그렇긴 하더라도, 뭐 특별하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 노홍철 같은 사람을 보면  '평소에도 시끄러울 것 같아...' 라던가 알 파치노를 보면서 '왠지 화내면 굉장히 무서울 것 같아...', 혹은 제니퍼 러브 휴잇을 보며 '평소에도 귀엽겠지...' 정도의 생각을 하는게 전부다. 하지만, 보통의 경우 화면의 그 한 명에 대한 평가에서 그쳤는데, 좀 달랐던 경우가 있었다. 'Kevin spacey'가 바로 그 경우였다. 이 사람은 자신과 닮은 사람 모두에 대한 편견을 내게 남겨버렸으니까... -_-; (사실은 그렇게 믿을 만한 아주 주관적인 근거가 있기도 하다)

 케빈 스페이시를 처음 봤던 건 아마 '네고시에이터'를 통해서 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98년 개봉작이니까 과자 한봉지에 벌벌떨던 초딩이 영화관에 가서 보진 않았을 것이고, 수능 끝나고... 쯤? 밖에 술먹으러 나돌아 다니다 지쳐서, 집에서 뒹굴거리다 우연찮게 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본 영화가 거짓말 조금 보태서 수십 편은 될 테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이 나는 이유는 물론 반전도 반전이지만서도 끊임없이 논리적인 말들을 뱉어내던 케빈 스페이시의 연기 때문이었을 거다. 그것도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말이다. 인질 협상가로서 조근 조근 사무엘 L.잭슨에게 따져대는 케빈 스페이시의 모습은, 흠...뭐랄까? 솔직히 내가 인질범이었다면 짜증났겠다 싶을 정도였다 -_-;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나중에는 사무엘 잭슨이 말려들어서 대체 누가 누구를 설득하는건지 헷갈릴 정도다.  

 그렇게 처음 케빈 스페이시를 접한 후 잊고 지내다가 한참이나 뒤에,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그가 출연한 작품을 찾아 보았다. '데이비드 게일'과 '유주얼 서스펙트' 두 영화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어떤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맡든, 그의 차분한 표정과 냉정하고 논리적인 말투는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때 나는 '이거 연기 아닌거 같아 -_- 이 사람이라면 실제로도 말문을 막아버릴 만큼 멋지게 말을 뱉어낼 것 같아...'라고 반쯤은 무의식적으로 생각?했었다. 단지 그냥 말을 논리적으로 뱉어낸다기 보다, 농담인듯 시크하게 말을 꺼내 놓고서는 따끔하게 목을 졸라멜 것 같단... 생각말이다.  

 그리고 이런 나의 억측은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경험으로 증명?이 됐는데, 애꿎게도... 내가 아는 어떤 형이 그 증거물이 되어버렸다. 아직 그 형에게 얘기해주진 못했지만, 케빈 스페이시를 닮은 형이 있는데, 그 형이 가끔 농담인듯 말을 꺼내 놓고는 조근조근 말하면서 내 목을 졸라버리곤 한다. -_-a. 음... 실명을 거론하진 않겠지만 아마 케빈 스페이시 사진을 보면 자신도 느끼지 않을까? 반쪽 짜리긴 해도 아마 용의자를 찾는 건 어렵지 않을듯; 여튼, 케빈 스페이시와 그 형이 닮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내 추측을 기정사실화 해버렸다 ;; 저렇게 생긴 사람들 아마 조근조근 말하는 데에는 도가 튼 사람들일 거라고ㅋ  

 

 


                              이게 범인 몽타주다 -_-  =========>  

                                그리고 아래는 '케이트 윈슬렛'  

                                이 분 또한 내가 참 좋아하는 배우다

 

 말은 이렇게 하긴 했어도 사실 이 배우,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다. 물론 침착하고 지적으로 보이는 그의 외모도 외모지만, 그 이미지를 구체화 시키는 연기 또한 일품이다. '유주얼 서스펙트'에의 불안한 표정의 절름발이의 모습, '데이비드 게일'에서 보여준 슬프면서도 비장하고 의연한 모습의 게일, '네고시에이터'에서의 냉정한 카리스마의 크리스 사비안까지 침착한 표정과 논리적인 말들로 영화의 긴장감을 더한다. (중간 중간 약간 망가지는 장면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아마 케빈 스페이시의 이런 이미지와 시종일관 긴장감을 유지하다 탁 터트려야 하는 '반전 영화'의 특성상 이 배우가 종종 캐스팅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이 영화들에 이어 비교적 최근 개봉한 '21'까지도 반전 영화인 것을 보면 뭔가 있긴 있나보다 -_-;)  

최근에는 연세도 좀 있으셔서 그런가 주연으로서의 활동이 뜸해 그의 조근대는 말투를 듣지 못해 아쉽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그에게 아카데미 주연상을 안겨준 '아메리칸 뷰티'를 보지 않고 남겨 놓았으니, 아껴 놓았다가 언젠가 귀 간지러울 때 봐야겠다. 아니면 그 형한테 전화나 한 번 할까...ㅋㅋ 

 PS. 케빈스페이시가 주연한 위의 세 영화는 추천하니 안 보신 분은 꼭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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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향기 - Scent of a Woman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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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이 영화를 알고 있었다. 당 해의 아카데미 주연상 등을 싹 쓸었던 영화기도 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이유는 편의점 새벽 알바를 할 때 즐겨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던 영화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이름은 생각이 나지 않지만,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해주고 감동적인 장면을 실제로 음성만 틀어주는 그런 프로였다. 처음엔 무슨 영어 학습 프로그램인가... (오성식의 영어처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침도 아닌 새벽 2시에 그런 학습 프로그램을 진행 할 리 만무했다. 그 프로는 세상의 모든 고민을 혼자 짊어지고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새벽의 상담자’랄까? 나도 일하다 지쳐 카운터에 앉아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밖에서 벤츠 몰고 빵빵거리며 새벽에 여자 꼬시며 돌아다니는 애들도 많은데...”하는 따위의 투정을 하며 여성 진행자의 나른한 목소리에 취해 멍하니 앉아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프로그램에 소개된 영화는 많았다. 그런데도 기억하고 있는 영화는 이 것 하나뿐이다. 거기엔 물론 알 파치노라는 배우의 역할이 지대했을 것이다. 대부와 데빌스 에드버킷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영화를 잘 모르는 나조차 격이 다름을 느꼈으니까. 하지만 그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라디오에서 들려주는 영화의 줄거리에 알 파치노의 연기는 보이지 않으니까. 난 그 영화의 일상의 누구라도 겪을 수 있지만 특별한 그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거기서 작게 빛나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의 감동들도.

찰리(크리스 오도넬)는 하버드대학을 목표로 시골에서 올라와 장학금을 받으며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고, 프랭크(알 파치노)는 수류탄 사고로 눈이 멀고 퇴역 장교가 된 마초적이지만 자신의 철학과 교양을 숨기고 있는 사람이다. 크리스마스에 집에 갈 차비를 벌기 위해 사람을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찰리는 조카가 휴가를 떠나 돌봐줄 사람을 필요로 하는 프랭크와 만나게 된다. 둘의 첫 만남은 정말 끔찍했다. 프랭크는 말년 병장이나 가질 법한 근거 없는 권위와 장님의 히스테리를 지닌 사람이었다. 그리고 가끔 “후아!~”하며 혼자 짧게 웃는 것을 좋아 하는. 찰리는 내키지 않았지만 프랭크 조카의 간곡한 부탁에 어쩔 수 없이 주말을 같이 보낼 것을 승낙한다. 

여기까지는 평범히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퇴역 장교인 장님을 돌봐야 한다는 건 약간 특별할 수 있지만, 노인을 돌보는 아르바이트는 미국에서는 흔하다니. 그러나 프랭크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를 준비해 놓았었다. 뉴욕으로의 여행.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여행을.

이미 1등급 비행기편과 최고급 호텔 그리고 최고급 양복 등을 준비한 프랭크는 찰리에게 같이 죽음을 준비하는 여행을 떠날 것을 강요한다. 장님이 되었다는 사실은 자존심 강하고 인생을 즐기길 원하는 프랭크에게는 너무나도 큰 절망이었을까. 프랭크는 뉴욕으로 “최후의 만찬”을 준비하기 위해 떠난다.

그저 마초적인 줄만 알았던 프랭크는 전혀 색다른 모습을 지닌 인물이었다. 제목이 ‘여인의 향기’이듯 여자를 좋아하고 프랭크 자신 또한 여자들에게는 세련되고 열정적인 매력으로 여자를 끌어들일 법한 남자다. 사람 가득한 식당에서 처음 보는 미인을 꼬셔 탱고를 멋지게 출 수 있는. 여자가 탱고를 잘 추지 못한다고 하자 “스탭이 엉키면 그것이 탱고에요”라고 여자를 설득하는 프랭크는 누가 봐도 작업의 고수다. 나도 이 장면을 보고 춤을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을 정도로 그의 춤은 멋졌다. 프랭크의 이런 새로운 매력과 진솔함에 찰리는 서서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찰리의 고등학교에서 교장이 학생들에게 호되게 당해 자신의 차와 함께 페인트를 뒤집어 쓴 일이 있었다. 찰리는 친구와 함께 전날 그 사건의 주모자 3명을 목격했다. 이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교장은 찰리와 그 친구에게 주모자를 불 것을 강요한다. 그렇지 않으면 퇴학을 당하고 주모자를 불 경우 하버드 대학으로 장학생 추천을 받아 갈 수 있다고 유혹과 협박을 한다. 하지만 찰리는 친구를 팔아먹는 비겁자가 되고 싶지 않았고, 프랭크는 이 당시에는 현실적으로 생각하라고 충고 했다. 하지만 결말은 다르게 난다. 그 결말을 말하기 전에 우선 죽음을 위한 여행이 어떻게 끝나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짓자.

여인과 탱고를 추고 최고급 호텔에서 잠을 자고 비싼 술을 마시며,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빨간 페라리를 운전해보기도 한 프랭크는 이제 죽음을 준비한다. 최후의 만찬은 이제 끝난 것이다. 

찰리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고 프랭크는 자신이 가장 영예로웠던 순간인 장교 때의 복장을 차리고 죽음을 준비한다. 미리 프랭크의 죽음을 예견했던 찰리는 담배를 사려다 다시 돌아와 프랭크와 총으로 자살하려는 프랭크와 몸싸움을 한다. 프랭크는 자신이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절규한다. 

그러자 내내 프랭크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크리스 오도넬(찰리)의 명대사가 작렬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대보라며 프랭크가 묻자 찰리는 “당신은 세상 누구보다 탱고를 잘 추고, 누구보다 페라리를 잘 몰아요”라고 답한다. 맙소사! 적절한 농담은 언제나 현답이 되어 버린다. 물론 이 말이 진심이었고 농담이 아닐 수 있지만 나는 이 대목에서 농담의 힘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프랭크가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하지?” 라고 묻자, 똑똑한 찰리는 예전 프랭크의 대사를 고대로 갔다가 써먹는다.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에요”라고. 휘청거리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인생이라는 선은 반드시 직선일 필요는 없다. 그렇게 찰리와 프랭크는 서로 친구가 되고 최후의 만찬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아직, 찰리의 이야기가 남아있다. 이제 학교로 돌아온 찰리는 교장이 마련한 청문회에서 진실을 밝히거나 친구를 옹호하거나 해야 한다. 전교생과 교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연단에 선 찰리와 친구... 친구의 옆에는 부유한 그의 아버지가 있고 찰리는 혼자다. 그런데 집에 간 줄 알았던 프랭크가 와 연단에서 찰리의 옆에 앉는다. 

찰리의 친구는 청문회에서 애매한 말로 그 세 명의 주모자의 이름을 분다. “어두워서 확실하진 않지만 그들이었던 것 같아요...”라며. 이제 모든 것은 찰리에게 달린 것이나 나쁜 친구 녀석... 결국엔 찰리에게 몫을 떠넘기려던 것이다. 하지만 찰리는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교장은 찰리를 나쁜 녀석, 학교의 명예를 더럽힌 녀석으로 몰아가며 청문회를 마치려 한다. 여기서 이 영화의 두 번째 명장면이 등장한다. 프랭크의 변론.

“이아이의 영혼은 순수하고 타협을 모릅니다. 당신은 아시죠? 밝힐 수 없지만 누군가가 그의 영혼을 사려고 했어요. 그러나 찰리는 팔지 않았습니다.”... “난 지금도 인생의 갈림길에 서 있어요. 난 언제나 바른길을 알았어요. 하지만 그 길을 뿌리 쳣어요. 왜냐면 그 길은 너무 어려워서죠.” 이렇게 프랭크는 찰리의 순수함과 정직함을 감싸고 그의 침묵은 비겁하고 학교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이 아니며 숭고한 정신이라고 변론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전교생의 기립박수. 여기에 감동한 배심원단?(결정을 내리는)은 찰리의 무죄를 선고한다. 찰리는 프랭크를 살렸고 프랭크는 찰리를 살린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영화의 제목을 배신하지 않고, 프랭크의 연설에 감동한 정치에 관심 많은 여교사를 프랭크가 꼬시는 장면으로 마무리 된다.

이 영화는 크게 두 줄기로 구성 된다. 그리고 그 두 줄기가 오묘하게 노인과 젊은이의 만남으로 하나의 이야기로 승화된다. 눈이 먼 퇴역 장교의 삶에 대한 회의와 그에 대한 극복, 그리고 선택의 기로에 선 젊은이의 갈등. 나는 물론 후자에 많은 감동을 느낀 편에 속한다. 아무래도 내 나이 또래에 할 수 있는 고민에 동감하기 쉬운 거니까. 때문에 프랭크의 연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내게 큰 과제로 다가온 것은, 프랭크와 같은 사람을 찾는 것이다. 인생의 스승. 그것이 반드시 나의 부모가 될 필요는 없다. 그리고 꼭 나와 피로 인연을 맺은 사람일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 내가 가진 신념을 같이 믿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영화를 보는 내내 하게 됐다. 자신의 신념을 믿고 살기란 얼마나 힘이 드는 것인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협박과 유혹 둘 다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난 꽤나 우유부단한 편이다. 내가 믿는 것이라 하여도 전교생 앞에서 그것을 “이것이 나의 신념이오!”라며 자신 있게 말하기 힘들 것이다. 

제목과는 꽤나 괴리가 있는 나의 후기이지만 신념과 그를 지지해 줄 수 있는 경험이 많은 동반자, 그것이 영화를 보며 내가 부러웠던 찰리의 모습이고 또 닮아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농담을 즐기고 탱고를 배워보아야겠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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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터 - Highlights
스웨터 (Sweater) 노래 / Beatball(비트볼뮤직)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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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이런 때도 있다. 영화 '동감'처럼 이미 지난 과거를 사랑하게 되는 것 말이다. 노래라곤 가요 밖에는 모르던 소년이 비틀즈를 처음 들었을 때 그랬고, 가사의 맛을 모르던 철부지 스무살 청년이 처음 김광석을 들었을 때 그랬다. 스물 넷의 '군인 아저씨'가 된 지금엔...'스웨터'란 그룹이 내게 그 아쉬움 섞인 환희를 던져 주었다.   


내가 이 노래를 통해 '스웨터'란 그룹을 알게 되었을 땐 이미 '스웨터'란 그룹은 해체되고 난 뒤였다. 1999년 결성 돼 작년, 그러니까 2008년에 해체되었단다. 처음 저 노래를 접하고서 공연 찾아볼 생각에 붕 떠 있었던 난, 푸쉬쉬...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글아들어 버렸다 =_=; 하아... 아쉬운 거. 나는 그저 파르테논 신전을 바라보는 관광객마냥 숨결이 없는 빈 유적과의 사랑을 나눠야 하는건가...

하면서, 아쉬움에 빠져 한숨만 쉬어 봤자 나 때문에 재결합 할 것도 아닐 것이므로. 정신 차리고 다른 밴드들에게 나의 사랑을 나눠주려던 찰나 발견한 재밌는 사실은. 이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밴드가 바로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_-; '타루', '요조' 등등 섬세한 감성을 지닌 분들의 원조격? 스승이란 거다. 

물론 객관적으로 '어디어디어디'가 닮았기 때문에 분명 영향을 받았을 거야! 라며 콕 찍을 순 없겠지만, 저 곡이 풍기는 샤방샤방함 만을 보아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쩐지 듣자 마자 바로 입에 착!하고 땡기는 게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정말 팀이름과 잘 어울리는 곡을 만들어내는 그룹이다. 저 리듬으로 옷을 짠다면 정말 스웨터가 만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로. 보들보들하고 간지럽고 따듯할 것 같은 스웨터 말이다. 

그런 느낌을 실제로 공연장에서 느껴볼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다만, 저 보들보들한 목소리의 주인공인 보컬 이아립씨만은 솔로로 활동하고 있다고 하므로 약간의 희망만은 남아 있는 셈이다. 클럽에서 방황하다보면 언젠가 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제대부터 하란 말은 말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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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의 우린 결코 알 수 없었떤
그 때의 우릴 둘러싼 많은 이유를

깨달음은 언제나 한 템포씩 늦어
영영 놓쳐버리고마는 아지랑이처럼

그 때의 우린 결코 알지 못했떤
자신을 좀 더 사랑하는 방법을

깨달음은 언제나 한 템포씩 늦어
영영 놓쳐버리고마는 아지랑이처럼

햇살이 우리 둘을 비추는 동안에
낮은 바람이 불어오는 이 거릴
걸어가고 뛰어가며 하이라이츠를 나와 함께 만들면 어떨까

그 때의 우리는 결코 알 수 없었던 내일을

깨달음은 언제나 한 템포씩 늦어
영영 놓쳐버리고마는 아지랑이처럼

햇살이 우리 둘을 비추는 동안에
낮은 바람이 불어오는 이 거릴
걸어가고 뛰어가며 하이라이츠를 나와 함께 만들면 어떨까

싸우고 우리고 너를 꼭 이겨보려 했지만
아무 소용없다는 걸 이제야 깨달게 됐어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란 걸 알아
너무 늦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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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 6집 - Ashes To Ashes
자우림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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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조건일 수 있지만, 내가 김윤아라는 가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한 목소리와 짙은 감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타이틀 곡으로 나오는 발랄한 노래에서부터, '봄날은 간다' '샤이닝' 같이 귓가부터 전신을 은은히 적셔오는 노래까지, 마치 "내가 언제 저런 분위기의 노래를 불렀었느냐"는 듯 새침하게 소화해내는 그 능력이 좋다. 그 새침함과 내숭적(?)인 매력 말이다.
 

 -이건 여담이기도 하고, 억측일 수도 있지만, 김윤아를 방송에서 보면 실제로도 새침하고 내숭(?)이 강한! (-_- 꼭 악담은 아니다)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방송에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언제나 새침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품위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밝게 웃거나 무대에서 열정적으로 공연 하는 모습을 보면 또 그리 내성적이고 신중하기만 한 사람은 아닌듯 하다.

 

 한 사람이 그렇게 다양한 감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건, 모르긴 몰라도 그 자신이 풍부한 감성을 지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 건 음의 높낮이, 혹은 기교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풍부한 감성을 표현해내는 능력은 음이나 기교를 향상시키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감성이란 몸이 아닌 정신이 뱉어내는 '음'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녀의 노래를 접하면, 가수이기 이전의 '인간 김윤아'에게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아마도 그녀는 멍하니 무색 무취의 삶을 살진 않았을 거라 조심스레 추측한다.

 

 그런 그녀의 감성을 증명해주는 게 바로 이 곡인 것 같다. 이 노래는 김윤아가 작사, 작곡한 노래로 깊이 있는 상징이나 은유 등은 조금 부족하지만 적어도 그 자신의 감정에 대한 표현은 솔직하여 가슴에 와닿게 해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약간의 아쉬움은 훌륭한 멜로디와 목소리로 보완해주니 말이다. 누구라도 이 노래를 들으며 외로움에 동조하고 곧 '그 어느 누군가'를 떠올리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써놓고 보니 노래에 대한 리뷰라기 보다는 김윤아에 대한 신화화에 가까운 짓을 해버린듯 해 부끄럽기까지 하다만;; 만약 누군가 김윤아의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면 그 자리에서 반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심심찮게 해봤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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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
가난한 나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목마른 가슴 위로 태양은 타오르네.
내게도 날개가 있어, 날아갈 수 있을까.

별이 내리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바보처럼 나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서 있네.
이 가슴 속의 폭풍은 언제 멎으려나.
바람 부는 세상에 나 홀로 서있네.

풀리지 않는 의문들, 정답이 없는 질문들
나를 채워줄 그 무엇이 있을까.
이유도 없는 외로움, 살아 있다는 괴로움,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목마른 가슴 위로 태양은 타오르네.
내게도 날개가 있어, 날아갈 수 있을까?

별이 내리는 하늘이 너무 아름다워
바보처럼 나는 그저 눈물을 흘리며 서 있네.
이 가슴 속의 폭풍은 언제 멎으려나.
바람 부는 세상에 나 홀로 서있네.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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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진 - Zeeny's
심은진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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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노래는 '인디'가 아니다. 실험적이거나 창조적이라고는 할 수 없고, 오히려 '예의 그 식상한 발라드를 계승한 노래랄까?'라고 악담한다면 악담도 할 수 있는 곡이다. 더욱이 이 곡의 가수는 '베이비 복스' 출신의 '심은진'이다. 그렇다고 개인적으로 '심은진'이라는 가수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베이비 복스 출신'임을 들먹거리는 건 다만 대중가수의 곡임에도 이 게시판에 올리고 싶은 이유를 말하려는것 뿐이다.

 

'호소력'이라는 게 어떤 건지 느껴 본 사람은 알거다. 그 마법같은 설득력을 말이다. 굳이 노래가 아니라 해도 좋다. 소설, 시, 영화, 연설 따위들에서도, 혹은 더 가깝게는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그 '한마디'에서도... 한 번 쯤은 누구라도 느껴봤을 것이다. 그 전적인 '동감'을 이끌어내는 마력을. 

 

이 호소력이라는 놈은 '논리' 만으로는 만들어 질 수가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무드'다. 아무리 빈틈없이 내용을 짜 맞춘다 해도 만들어 지지 않는 것이 호소력인 것이다. '무드'라는 날개가 달리지 않는다면 아무리 잘 짜인 '내용'도 비상하여 가슴에 박히지 못한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잘 짜인 연설문을 아무리 조목조목 딱딱하게 읽어봐야 귓가에 스치지도 않는 것처럼.

 

하지만 이 곡은 그 '무드'를 잘 갖추고 있다. 가사와 잘 어울리는 반주도 반주이지만 무엇보다도 심은진의 '목소리'가 그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다. 이 곡의 '무드'의 열쇠는 심은진의 보이스다. 노래를 들으며 그 곡의 감정에 동조하기는 오랜만이었다고 느꼈을 정도로 말이다.

 

이 만큼의 슬픔과 아쉬움을 담아낸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텐데... 나는 예의 그 여성그룹에 대한 편견 때문에 심은진이라는 가수를 너무 무시했었나보다. 이 만큼의 호소력을 담아낼 수 있는 가수가 왜 더 노래를 내지 않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왠지 모르게 심은진이 부르는 '아리랑'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며.

re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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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내려준 창가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한참동안 그 사람은 말도 없이 담배만
또 피워댔죠

숨도 쉬지 못한채 난 그 입술을 바라보며
처음 꺼낸 그 말이 너무 두려워
가슴만 쓰려내렸죠

또 사랑이 다시 가려나봐요
내게로 올 때보다 너무 쉽게
또 사랑이 다시 오려나봐요
기나긴 혼자만의 사랑으로

이렇게 좋은날 우린이별 하지만
울진 않을거에요

지금껏 너무나 멀리 돌아왔지만 알고 있었죠

담배맛이 났던 그때 그사람의 키스처럼
마지막도 쓰디쓴 기억 될까봐

입술을 난 깨물었죠

또 사랑이 다시 가려나봐요
내게로 올때보다 너무 쉽게
또 사랑이 다시 오려나봐요
기나긴 혼자만의 사랑으로
커피 잔을 다 비우면 그때 일어나줘요
그대 모습 조금이라도 담아갈수 있도록

천천히 한모금씩 마시려고
반쯤 남은 커피를 바라보며
눈물로 잔을 다시 채우는걸

또 사랑이 다시 가려나봐요
내게로 올때보다 너무 쉽게
또 사랑이 다시 오려나봐요
기나긴 혼자만의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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