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열차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01
도널드 크루즈 지음, 박철주 옮김 / 시공주니어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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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화물열차

지은이 : 도널드 크루즈 그림/글 박철주 옮김

출판사 : 시공주니어


기차가 철길을 달려갔습니다.

승무원이 타는 빨간색 화차 앞에

기름을 실어 나르는 주황색 화차 앞에

...........

비료를 실어 나르는 보라색 유개화차 앞에

까만색 탄수차와

까만색 증기기관차가 있습니다.

화물열차입니다.

화물열차가 달리고 있습니다.

터널을 통과하고,

도시를 지나가고,

철교를 건너고,

낮에도 달립니다.

달리고, 달리고...

달려갔습니다.


어린 아이들, 특히 남자 아이들은 자동차에 열광한다.

우리 아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동차, 기차, 트럭, 비행기 등 탈 것에 열광한다.

대부분의 장난감은 가지고 놀다보면 바퀴 빠지고, 문짝이 떨어지고 부서지기 일쑤여서 버리고, 사고의 반복이 이루어진다.

관심사가 자동차이다 보니 자연 그림책도 자동차 쪽으로 눈이 가게 된다.

<화물열차>는 일상생활에서는 보기 어려운 화물기차를 그린 그림책이다.

화물열차는 여러 가지 물건을 운반하는 열차라고 말로만 설명해 주는 것보다 직접 보여 주면 제일 좋기야 하겠지만, 그림책을 보여 주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도널드 크루즈가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화물열차>는 말과 글을 배우는 어린 아이들이 금방 알 수 있게 간결하면서도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운반하는 화물의 종류에 따라 빨강, 주황, 노랑 등 색을 구분하여 그림과 글자색을 통일하였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읽고 보면서 자연스레 색깔 구분을 하게 되고, 현재형과 진행형, 미래형의 시제를 배우게 된다.

빠르게 달려가는 속도감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개의 혼합색 가로줄과 긴 연기로 표현을 하여 자연스레 색의 혼합과 강약을 익히게 해준다.

자잘한 자갈이 깔려있는 긴 레일 위를 달려가는 화물열차 그림을 보며 까만 원으로 그린 바퀴도 세어보고, 화물의 종류에 따라 원통형, 사각형, 원뿔형의 화차를 보며 여러 도형의 모양도 각인 될 것이며, 뭉게뭉게 연하고 짙은 검정색의 연기를 보면서 진하고 옅은 색의 농도를 느끼게 될 것이다.

한두 번 읽고 마는 책이 아니라 두고 두고 꺼내보면서 자연스레 아이들의 호기심과 탐구심을 길러 줄 수 있는, 엄마의 입장에서 다양하게 놀이하며 교육시킬 수 있는 흡족한 그림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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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바다 쭈꾸미 통신 - 꼴까닥 침 넘어가는 고향이야기
박형진 지음 / 소나무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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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푸짐하고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의 바다에 빠졌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상상할 수 없는, 똥구멍이 찢어지도록 가난했던 '그때 그 시절' 이야기들을 한 점의 미화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 하는 저자의 입심에 반해버렸다고 할까.

지은이 박형진은 58년 개띠로, 전북 부안군의 모항이라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군 시인이다. 공식 학력은 중학교 중퇴지만 구구절절한 글 솜씨며, '농사꾼은 농촌에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몸으로 실천하는 '된' 사람이다.

얼마 전 국회를 통과한 쌀 협상 비준으로 수입쌀이 우리 밥상에 오를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언젠가부터 일부 상류층에서는 우리나라 쌀보다 미국 캘리포니아산 쌀이나 일본산 아키바레 쌀을 선호한다는 소문마저 돌았던 터라 더욱 심란해진다.

이 책의 큰 목차를 둘러보면 '고구마 두둑 쩍쩍 금이 가던 가을', '가마솥 콩 물 줄줄이 흘러 넘치던 겨울', '쑥개떡 향 아른아른 한 봄', '너벅너벅한 상추쌈 볼때기 터지는 여름' 등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유독 고구마에 얽힌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양식이 귀해서 보리에 고구마로 끼니로 때우던 그 시절, 새색시가 선을 보러 와서 그 집 고구마 저장 가마를 보고는 '원 없이 고구마가 먹고 싶어서' 시집을 왔다고 했을 정도로 빈한했던 시절이었다.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웠던 시절이지만, 별식을 하면 이웃과 나눠 먹는 푸근한 인심만큼은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온 식구들이 모두 농사일이며 집안일을 하는 덕인지 이 책의 곳곳에는 두부 만들고, 메주 쑤고, 김장하는 큰 것부터 자잘한 반찬들 예를 들면 밥하면서 쪄서 만드는 음식들(호박나물, 가지나물, 무 젖(양념게장) 찌기, 된장 찌기)에 박속 무침, 쭈꾸미 회무침 만드는 법까지 아울러 구수하게 들려준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들을 떠올리며 '나도 한 번 이대로 만들어 볼까' 하는 마음이 동할 정도이다.

지은이 박형진이 태어나고 자라 지금도 살고 있는 변산의 곳곳을 더듬으며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진솔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똥만 싸면 그것인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 이야기하다 말고 갑자기 "웬 똥이냐" 하고 의아할 것이기에 간단히 책 속의 한 에피소드를 추려본다.

'…들에 곡식이 영글고 추분이 지나 밤이 길어지면 동네 청년들의 본격적인 서리가 시작된다. 오십여 호 되는 동네에서 열일고여덟 살 때부터 군대 가기 전까지의 또래들이 모인 처녀총각들의 클럽이 몇 개 있었는데, 밭에서 나는 것은 곡식과 양념 채소를 빼고는 다 훔쳐다 먹었다. 초여름의 감자에서부터 여름의 수박, 참외, 밭 구석에 심는 단수수, 가을의 고구마, 강냉이, 단감, 정 없으면 반찬 하려고 심어 놓은 가지, 오이에 겨울이면 주로 닭과 제사 지내려고 해다 놓은 떡, 동지 때 쑤어놓은 죽도 동이째 들어다 먹고 집 뒤꼍 김치 항아리 속에 든 동치미까지 퍼다 먹었다.’

가히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이다.

'…첫 닭울음에 새벽 똥을 싸는 버릇이 있는 '김대장님'이라는 별명을 가진 분이 있었다. 닭 중에 청 좋은 새벽 울음으로 김대장님의 벗을 하던 닭이 있었는데 어느 날 하필이면 이 닭을 도둑을 맞은 것이다. 그날 따라 개도 짖지 않고 초저녁에 눈이 오다 그쳐서 닭장 앞에 도둑놈들의 발자국이 어지러웠다. 똥을 싸고 일어나면 울던 닭이 울지 않으니 자연히 닭장 앞의 발자국과 닭장 속의 횃대를 들여다 보게 되었다.

평소 말을 빨리하는 버릇이 있는 데다 더듬기까지 하는 김대장님은 그때부터 동네 술집의 독한 술에 취해서는 꼭두새벽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손짓 발짓으로 "아… 아 똥만 싸면… 똥만 싸면… 그 그그그것인디… 그것인디… 발자국이 바바바발자국이 여그 있고… 또또또 여그 있고…"라고 수도 없이 말 아닌 말을 반복하셨던 것이었다.

김대장님 딸과 함께 놀며 닭 잡아다 먹은 팔촌 형님이 김대장님의 그 넋두리 흉내를 하도 잘 내어 그해 겨우내내 웃고 놀았다. 그래서 지금도 동네 사람들은 앞뒤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일이 생기면 '똥만 싸면 그것이어야 하는디'를 들먹이는 것이다.'


박형진은 이 에피소드 말미에 따끔한 소회를 덧붙인다.

"소리개가 병아리를 채 가면서도 업고 간다고 하니까 시끄러운 요즈음 세상을 보면서 똥만 싸면 그것처럼 좀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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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신비 - 존 뮤어가 들려주는
존 뮤어 지음, 김용호 옮김 / 현대문화센터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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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8년 영월의 ‘동강댐’은 개발논리로 댐 건설을 밀어붙일 것인지,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는 쪽으로 갈 것인지의 설왕설래로 2000년 전면백지화되기까지 온 나라가 들끓었다. 세계적인 민간환경운동단체인 시에라클럽은 1999년 미셸 페로 국제담당 부회장이 내한하여 김대중 대통령에게 습지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댐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편지를 전달하여 ‘동강의 생태계보전지역 지정’에 일조를 하였다.

<녹색의 신비>는 바로 이 시에라클럽을 창립한 자연보전주의자 존 뮤어의 유년~청년 시절 기록이다.


존 뮤어는 1838년 스코틀랜드 던바에서 태어나 열한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위스콘신 주로 이민을 왔다. 스코틀랜드에서 곡물 도매상을 하다 미국으로 이주하여 농부로 변신한 아버지는 기독교 사상에 깊이 심취되어 있어 매우 엄격한 청교도적 분위기에서 3남4녀의 대가족을 이끌었다. 특히 맏아들인 존에게는 더욱 엄격하여 미국에서 농장을 개간하면서, 키도 자라지 못할 정도로 일을 많이 시켰다고 술회한다.


그가 자연보호주의자로 인생의 길을 틀어버린 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것은 아니었다. 어렸을 적부터 야생의 들판과 동물이 있었던 환경과 자연에서 뛰놀면서 자연스레 아름다움과 신비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장난꾸러기였던 유년시절에 트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눈은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면서 활짝 피었다. 존의 말을 빌리자면 “... 우리는 모든 자연의 수업을 좋아했다. 자연은 매질이 아니라 매력으로 그 수업에 열중하게 했다...   어린 마음, 어린 나뭇잎, 꽃, 동물, 바람, 시냇물, 호수 모두가 경쾌하고 즐겁게 뛰며 우리와 함께 기뻐했다! ...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놀랍고 신기해서 배고플 때나 아버지에게 매를 맞을 때를 제외하고는 감각을 느낄 수 없었다.”

존은 고된 농장일을 하면서도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에서 인간의 친구로서 동물에 대한 참 지식을 얻고, 동물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틈틈이 스케치를 하였다.


황새목에 속하는 아비는 겨울새로서 몸길이가 평균 63cm 되는 큰 새에 속한다. 어느 날 아비를 잡게 된 존은 자랑스레 집으로 가져가 부엌난로 앞에 내려놓았다. 아비는 마치 박제된 새처럼 미동도 않고 앉아 있었는데, 집에서 기르던 늙고 노련한 고양이는 자신의 영역을 침입한 손님을 그냥 놔둘 리 없었다. 이리저리 침입자를 탐색하는 고양이에게 미동도 않고 있던 아비는 커다란 부리로 순식간에 기회를 포착하여 두 눈 사이 이마를 정통으로 쪼았다. 이제껏 당당한 제왕이었던 고양이는 추운 겨울, 부엌에서 도망가고자 안간힘을 쓰다가 구석으로 들어가 무서운 침입자를 노려보며 상처를 쓰다듬고 핥았다.

‘이 물고기처럼 생긴 불한당 자식! 내가 뭘 어쨌다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 다리도 없고 코만 긴 비정한 놈 같으니라고!’ 이런 강렬한 경험을 보면서 존은 모든 동물에게 존재하는 인간적 속성을 알 게 되었다.


해마다 겨울이 되면 나그네 비둘기들은 남쪽으로 어마어마한 무리를 지어 먹이를 구하러 내려오곤 한다. 이때를 기다려, 농부들은 돼지떼를 배 불리는 절호의 기회로 이용했다. 해질 무렵 새들이 내려앉아 쉬는 숲에서 숨어서 기다리다 비둘기들이 내려앉으면 막대기를 휘두르고, 총을 쏘아 비둘기를 잡는 것이다.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비둘기들은 계속해서 날아오고 밤새도록 비둘기 사냥잔치가 벌어진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새들은 다른 방향으로 이동을 하여 아침이 되면, 날 수 있는 모든 것은 하늘에서 사라져버린다.

인간들의 비둘기 대사냥이 끝나면 늑대니 여우, 독수리 등이 전리품을 약탈하여 뒤풀이를 벌인다. 방법은 더욱 악랄해져서 사냥꾼들은 수천 에이커에 이르는 나무들을 모두 베어내고 그물을 이용하여 잡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드넓은 숲도 황폐해지고 번식지를 잃어버린 새들도 줄어들었다.


존 뮤어는 미국으로 11살 때 온 이후로 학교는 다니지 않고 농장 개간하는 일을 도와야만 했다. 큰 불평 없이 농장일과 자연관찰에 빠져 지내던 존은 15세쯤 되었을 때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커졌다. 아버지는 농장 일을 계속 한다는 조건으로 독학을 허락했다. 존은 독학으로 대수학, 기하학, 삼각술, 문법 등을 공부하였다. 아버지는 완고하여 저녁에 식구들이 잠자리에 들면 무조건 존도 같이 따라야 한다고 하였다. 책을 읽고 싶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하라는 완고한 아버지 덕에 존은 더욱 공부하고 싶은 의욕이 불타올랐다. 어느 날 아침, 기상나팔 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벌떡 일어나 촛불을 켜보니 새벽 한시였다.

“다섯 시간은 내 것이다! 다섯 시간이라는 많은 시간이 다 내 것이다!”

그는 자기의 인생에서 이 추운 겨울날 다섯 시간을 가졌을 때만큼 황홀하고 기뻤던 적이 없었다고 술회한다.

그는 새벽을 이용하여 작은 송곳, 펀치, 컴퍼스 등을 직접 만들고 그것을 사용하여 자동조절 제재 톱, 기압계, 나무 시계 등 많은 발명품을 고안하였다. 그는 의사 또는 발명가가 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웃으로부터 메디슨 시에서 ‘주박람회’가 열리니 참가해보라는 말을 듣고 존은 독립의 결단을 내린다.

아버지는 독립하는 데는 이의가 없었으나, 돈은 보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동안 모았던 용돈 15달러를 가지고 그는 세상 속으로 나왔다.

발명품을 박람회에서 전시를 계기로 알게 된 사람의 조언으로 위스콘신대학의 문을 두드린다. 대학에 다니는 내내 주경야독하고 여름방학에는 밀밭에서 노동을 하는 힘든 환경이었지만, 그는 열정을 잃지 않았다. 대학에서 그는 정규과정을 듣지 않고 자신이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과목들을 골라 들었다. 수학, 화학, 물리학, 그리이스어, 라틴어, 식물학과 지질학의 강의를 들었는데, 이때 알게 된 식물학과 지질학은 그의 평생의 학문이 되었다.


평생을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자연을 위해 살았던 존 뮤어가 친근하면서도 자상하게 들려주는 유년시절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 자신이 마치 그 속에서 그 장면을 보고 느끼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자신의 꿈을 좇아 인생을 살았던 그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어 줄 것이다.

“나는 지금 어릴 적 내 꿈을 좇아 살고 있는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가?”

진지하게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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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가르쳐 줄 때 배워라! - 논술만 나오면 자신 없어지는 학생들과 그 엄마, 아빠들을 위한 통합교과형 논술 정복 21강
이인석 지음 / 사회평론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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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논술이 뜨고 있다. 상위권 대학들이 200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논술비중을 강화하고, 서울대에서는 통합 교과형 논술을 출제할 방침이라고 한다.

서울시 교육청은 올해부터 중1과 고1부터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의 주요 과목 시험에서 논술형 문제를 30%로 출제하고, 매년 10%씩 범위를 확대하여 2007년에는 50%까지 늘린다고 발표하였다. 초등학교도 3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시행할 서술․논술형 학력성취도평가 예시문항을 개발하여 일선 학교에 이미 배포한 상태이다.


입시제도가 바뀔 때마다 한바탕 온나라가 휘청거리는 근본 이유는 주입식 교육, 사지선다형 문제로 학습능력을 검증하는 공교육의 경직성에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다. 이 경직성을 타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논술이고, 뒤늦게나마 초등학교에서도 서술․논술형 문제로 출제방향이 전환되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다.


이제 논술은 대입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학생이나 학부모는 사교육에만 의존하며 우왕좌왕 할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논술에 대해 알아보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다.


<논술, 가르쳐 줄 때 배워라!>는 저자가 논술교육 현장에서 10여 년간 몸담으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출문제 자료를 분석하여 논술교육의 방향과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뉘어 1부의 제목은 ‘논술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2부는 ‘철학을 알면 논술이 보인다’, 3부 ‘논술 완전정복의 길’로 지금 당장 대입 논술을 보지 않아도 되는 초등~고2학생들이 주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4부 ‘발등에 불 떨어졌을 때’는 시험이 가까운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우선 별도로 논술교재를 선택할 필요 없이 현행 국어교과서를 가지고도 충분히 논술을 잡을 수 있다는 희소식(?)을 알려준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국어교과서를 예로 들어 ‘읽기 전 활동’, ‘읽기 후 활동’, ‘생각 넓히기’, ‘자기 점검을 통한 보충,심화학습’, ‘생각해 볼 문제’ 를 차근차근 따라하면 된다는 것이다.

특히 고등학교 교과서는 언어, 사회탐구, 과학탐구 영역별 각 교과서들은 모두 실전 논술문제의 제시문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실제 출제된 문제들을 예로 들고 있다.


논술은 하나의 교과영역이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의 학업수행과정에서 길러져야 할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사고력, 논리적 글쓰기 등을 총괄적으로 평가하는 수단이므로 이미 여러 교과서들을 통해 배우고 있으면서도 공부를 하고 있지 않다는 착각에 빠져있음을 강조한다.

즉, 교과서를 중심으로 하는 내신 준비가 곧 수능과 논술 준비요, 수능준비가 내신과 논술과 직결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논술을 잘 하기 위해서 ‘삼국지’나 ‘서울대 권장도서 100권’을 꼭 읽어야 한다.”는 말을 저자는 “틀렸다.”는 한마디로 단언한다. 그 책들의 내용이 나빠서가 아니다.

논술은 철학시험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기본적인 사고력과 분석력이 없는 상태에서 ‘삼국지’를 읽게 되면 줄거리 중심으로 읽게 되어 재미 이외에는 별로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논술시험에 나오는 제시문은 원전을 반드시 읽지 않아도 지문을 해독할 능력이 있으면 되고, 다만 이런 문제들이 어떤 맥락에서 제시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포인트이며 이것은 철학공부를 하면 대부분 해결이 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철학(Philosophy)은 지혜(philo)와 사랑한다(sopia)란 말이 합쳐진 것이다. 실제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철학자’는 오늘날의 ‘학자’에 해당하며 ‘철학’은 ‘학문일반’을 지칭했다고 한다. 따라서 논술을 잘하려면 기본 교과서에 충실하고, 그 외 기본 교과서에서 미처 다 배우지 못한 논술준비는 철학공부를 통해서 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철학은 어떻게 공부를 하여야 하나? 철학의 기초를 바로 잡는 데는 고등학교 철학, 논리학, 도덕(윤리) 교과서가 가장 좋다. 그리고 나서 철학의 큰 줄기인 인식론과 윤리학의 큰 줄기로 철학의 기초를 잡은 후 자신의 지원학과에 관련이 있는 책을 읽어 지원학과에 대한 기초 소양을 쌓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교과서 외에 철학 입문서를 1~2권 정도 숙지한다면 좋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빌헬름 바이셰의 <철학의 뒤안길>, 도널드 팔머의 <참을 수 없이 무거운 철학 가볍게 하기>, 이진경의 <철학과 굴뚝 청소부>, 요슈타인 가아더의 <소피의 세계>, 윌 듀란트의 <철학이야기>, 모로하시 데쓰지의 <공자노자석가>와 <장자이야기>등을 들고 있다.

이밖에도 자주 논술고사에 등장하는 책들을 읽어두면 좋겠지만, 실제 논제를 보면 이 책들을 읽고 안 읽고는 크게 관련이 없으므로 자신의 관심분야나 장래 희망에 따른 자신만의 논술필독서 목록을 만들어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책에 들어있는 ‘대학생 선배들이 권하는 한 권의 책’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지금 당장 대입논술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이라면 이 책의 4부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시간이 없다면 ‘논술문을 작성할 때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는 책’ 즉, 자신만의 ‘주특기 책’을 1권 선정하여 제대로 읽으라고 권한다. 한 권의 책이라도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필요하면 중요 개념어나 사람 이름을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정독을 하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특기 책을 선정할 때 본인이 지원하는 학과에 맞추어 선정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읽었으면 그 다음엔 무조건 써 봐야 한다.

시간이 없으므로 기출문제를 위주로 처음에는 오픈북 테스트를 보는 것처럼 기출문제의 답안을 작성해보고, 어느 정도 요령을 익힌 후에는 스스로 본인의 생각으로 작성을 해보는 것이다. 또한 작성을 함에 있어서 광고에서 주로 사용하는 ‘아이우드카(AIUDCA) 공식’을 사용하라고 충고한다.

실전 답안 작성에 있어 도입부와 서론에서 채점위원의 주의(Attention)와 흥미(Interest)를 확 끌어서, 서론에서의 강렬한 인상을 치밀한 논증력으로 본문에서도 계속 유지하여 채점위원을 이해(Understand)시킴으로써 좋은 점수를 주고 싶은 욕망(Desire)을 불러 일으키고. 본론 말미나 결론에서 확실한 대안과 전망을 기술함으로써 채점위원의 긍정적인 호감에 확신(Conviction)을 갖게 하여, 최고의 높은 점수를 주게(Action)만든다는 것이다.

 

실 생활에서 논술의식을 가지고 교과서를 읽다가, 신문칼럼을 읽다가, 논술필독서를 읽다가, 생활속에서 부딪히는 수없이 많은 논제들을 자유자재로 뽑아내는 것이 논술의 기본요소인 철학적 사고력과 문제제기 능력을 기르는 것임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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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하는 공부 - 강유원 잡문집
강유원 지음 / 여름언덕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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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원은 참 특이한 사람이다. 대단한 독서가로 박학다식하고 '회사원 철학자'라는 필명답게 야간에는 철학 강좌를 하는 선생님이다. 외유(外柔)는 잘 모르겠으나 자기 자신을 엄격하게 다스리며 학문에 정진하는 내강(內剛)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본인의 글들을 스스로 '잡문'이라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 책에 대해, 지식인과 학문에 대해 이야기하는 폼이 사뭇 범상치 않다.

그가 묻는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우리 대부분은 공산주의라고 대답할 것이다. 정답은 "독재 또는 전체주의"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차원의 주제이고, 정치적 의사결정 방식에 따라 민주주의와 독재는 양극으로 나뉜다. 공산주의는 경제체제의 하나로 보아야 하고 공산주의의 반대는 '자본주의'가 되어야 한다.

그는 철학 선생님답게 이러한 통찰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국가는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가?", "자본주의 국가는 전체주의 국가인가?" 라는 명제를 던지고 패스트푸드의 대명사 맥도날드를 예로 들어 '패스트푸드 전체주의'를 설명한다.

'맥도날드화'는 패스트푸드점의 원리가 전 세계의 많은 부문들을 지배하게 되는 사회경제적 현상을 의미한다. 맥도날드의 경영전략은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 통제로 현대사회가 움직여가는 기본적인 작동원리이면서 동시에 특정집단에 속한 인간 전체를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전체주의적으로 움직이게 한다.

현대사회에서 기업은 우리 생활의 모든 측면을 지배한다. 태어나는 순간 엄마 젖을 먹기 보다 분유를 먹게 하고, 분유에 이어서는 이유식, 그 뒤를 이어 패스트푸드를 먹게 한다. 죽을 때도 고상한 장례식을 치러주는 장례 산업의 도움을 받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유포하고, 신상품을 출시한다.

기업은 정부를 움직이고 반대세력을 무력화시켜서 우리의 인생전체를 기업의 식민지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 기업의 전체주의'이고 이 전체주의를 움직이는 메커니즘이 바로 '맥도날드화'인 것이다.

우리의 일상을 파고 들어와 있는 자본주의 기업에 의한 전체주의는 '일상적 형태의 전체주의'이다. 정치적 행태의 전체주의가 농약이라면 일상적 형태의 전체주의는 생물학적 오염과 같다. 우리는 먹고살기 위해 기업에 취직하여 자신도 모르게 기업의 전체주의 지배를 돕고 있으나, 그것이 결국에는 우리의 목숨을 겨누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빤히 알면서도 어쩌질 못하는 이것이 바로 '일상적 파시즘'의 본질적 내용이고, '패스트푸드 전체주의'이다.

21세기를 정보화 사회라고 한다. 21세기에는 '창의력 있는 인간' 즉 자유로운 창조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창의력 있는 인간은 자유로운 인간이다.

현대사회는 수많은 선택과 결단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장인들은 당장 오늘 점심메뉴를 무엇으로 할 것인지 고민한다. 제대로 된 선택과 결단을 하기 위해 복잡하고 방대한 정보를 따라가다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알콜 중독자가 늘어나고, 점 보러 다니는 사람이 많아진다. 옳고 그름이 검증되지 않은, 사회에서 떠돌아다니는 풍문에 자신의 삶을 맡기는 것은 노예처럼 사는 것이다. 나치 독일의 억압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여 평범한 소시민이 유태인 학살계획을 담담하게 수행해나가는 아무 생각 없는 평범함이 바로 현대인의 악의 원천인 것이다.

마치 광야에서 외치는 세자요한처럼 그는 외친다. "고민하라, 번뇌하라, 아무 생각 없음은 악이다. 21세기적 인간이 되어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그것에 근거해서 독자적인 판단을 하도록 노력하라."

그의 박학다식함을 좀 더 맛보고 싶다면 그가 운영하는 사이트(http://armarius.net/)에 들어가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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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1-05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웰빙고 함께 친환경이 너무나 저를 괴롭힙니다. 피자와 햄버거 무지 좋아하거든요

spring 2005-11-09 0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들여진 입맛 바꾸기...참 어렵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