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4 - 현대편 - 상 교양 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역사 이야기 1 4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정병수 그림, 최수민 옮김 / 꼬마이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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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보았을 때 우선 부피에 놀랐다. 그러나 책을 펴보니 글씨가 큼직하고 곳곳에 삽화가 있어 안심이 되었다.

이 책은 책읽기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에게 권하여야 될 책이다. 아무래도 아직 책읽기 취미를 붙이지 못한 아이에게는 책의 크기나 두께에 눌려 내용도 보지 않고 지레 던져 버릴까 염려가 되는 까닭이다.

아이에게 읽으라고 권하기 전에 먼저 엄마가 읽어봐야 한다는 신념으로 첫 장을 펴자마자 엄마는 푹빠져 들어버렸다.

 

학창 시절의 세계사 시간과 오버랩되면서 앞자리에 앉은 아이들에게 침세례를 퍼부으며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들려 주시던 선생님이 새삼 그리워졌다. 선생님께서 들려 주시던 구수한 이야기 그대로 구어체로 씌여져 있어 아이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

아직도 초등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시리즈는 인류 문화의 시원이랄 수 있는 신화를 친근하게 접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문장을 읽으면서 누릴 수 있는 상상력과 논리력을 약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걱정스럽다. 우리 아이도 당연히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아 아직도 만화에 열광한다. ‘누구 엄마는 새로운 만화책이 나올 때마다 사주는 데, 우리 엄마는 어쩌다가 한 권씩 사준다’고 보통 불만이 아니다.


이 책을 쓴 수잔 와이즈 바우어는 학교가 아닌 가정에서 교육을 받았고, 자신의 네 아이도 남편과 함께 집에서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대안교육이라고 할까.

학교 교육의 여러 문제점과 부작용이 심화되면서 자연스레 ‘대안교육’에 관심을 돌려 보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대안교육’은 ‘불량 청소년’,‘문제아’라는 단어가 같이 떠올려 지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짙어 선뜻 호감을 갖지는 못하고 있다.


<교양있는 우리 아이를 위한 세계 역사 이야기>는 <고대 -초기 유목민에서 로마의 멸망까지->편에서부터 <현대 -아일랜드의 부활절 봉기에서 만델라의 대통령 당선까지-> 총 5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대> 편에서 <근대> 편까지는 아주 어린 아이들까지도 같이 읽고 들을 수 있도록 풀어서 쓴 반면 폭력으로 얼룩진 20세기의 이야기인 <현대> 편은 고학년 아이를 중심으로 읽혀달라는 작가의 당부가 있다.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세계 2차 대전의 말미를 장식한 ‘히로시마 원폭투하’나 ‘스탈린의 대숙청’등은 역사적 사실이기에 쉬쉬 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는 안목이 준비된 다음에 읽게 해달라는 뜻이다.

2001년 세계를 놀라게 했던 <9.11 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기가 난처했던 기억이 난다. 테러를 저지른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미국은 아무 잘못이 없다라는 논리도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 수잔 와이즈 바우어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은 ‘난데없이’ 일어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어떤 분명한 흐름이 있습니다. 우리 자녀들이 이런 흐름을 읽어 낼 수 있도록 열심히 도와주기는커녕 덜렁 ‘까막눈’으로 만들어 놓게 되면, 이것이야말로 우리 자녀들을 평생 겁쟁이로 살게끔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까막눈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난데없는’ 전쟁과 불안, 폭력 앞에서 ‘그저 벌벌 떠는’ 것뿐이기 때문입니다.......혁명은 묵은 땅을 갈아엎습니다. 낡은 사회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혁명에 성공하는 것과 자기 내면의 악과 싸워 이기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혁명가라고 해서 자기 내면의 악과 싸워 이기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20세기의 역사는, 포악한 독재 권력에 맞서 싸워 이기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자기 내면의 악에 휘둘리고 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학창 시절, 세계사는 내가 좋아하는 과목이기는 했지만 시험에 쫓겨 외우는 것이 주가 되었기에 역사의 흐름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기르지 못했던 게 아쉽다.

고리끼의 <어머니>,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 배경이 너무 생경스러웠던 느낌이 새삼스럽다. 진작 나도 이런 안목이 있었다면 보다 자연스럽게 작품 속으로 빠져들었을 텐데..


요즘 같은 책의 홍수 시대에 그 많은 책을 집에 쌓아 놀 수도 없는 형편이라 책을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들은 쉽사리 버릴 수도 없는 책이 큰 골치덩어리(?)이다. 자연히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인지 한두 번 읽고 버릴 책인지를 가리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 <세계 역사 이야기> 시리즈는 어린 아이에게는 부모가 읽어주면서, 자라나면서는 두고두고 읽힐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이 책을 덮으면서 우리의 역사도 이 책처럼 조근조근 알기 쉽게 맥을 짚으며 어린 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 나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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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L 2006-10-23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을 많이 받았는데도 왜 추천순에 안나오죠 제 서재는 고기맛우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