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상처를 말하다 -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예술가의 뒷모습
심상용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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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로 점철된 삶을 살아온 시대의 예술가들, 그들은 고통 속에서 예술의 혼을 불사르기도 하고 때론  재능을 마음껏 꽃피우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카미유 클로델, 빈센트 반 고흐, 케테 콜비츠, 프리다 칼로, 권진규, 백남준, 이성자,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방미셸 바스키아 열 명의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에 대해 담고 있는 이 책은 예술가이기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그들이 겪었던 내면의 갈등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예술의 세계에서 여성은 시대의 냉담한 시선과  차별로 더욱 힘겨운 투쟁을 벌여야만 했다. 외로움과 고독이 동반된 그녀들의 삶을 예술가로서 독립된 인격체로 대하기보다 그저 남성 예술가들의 그림자로만 존재하길 바랐던 사람들로 인해 그녀들은 더욱 고립되어 갔다.

 

로댕의 연인으로 알려진 카미유 클로델 역시 불운한 여성 예술가 가운데 한사람이었다. 여성으로서도 예술가로서도 결코 평탄하거나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없는 그녀는 대중들의 기억과는 사뭇 다른 생을 살다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사랑하는 연인의 배신과 그녀의 예술세계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늘 로댕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그녀는 끝내 자신을 외면하는 가족에 의해 강제로 수용소에 갇힌 후 30년이란 긴 시간을 갑갑한 병원에서 보내며 굴곡진 생을 마감하고 만다.

 

P.27

그녀의 주변을 둘러보라. 위선적인데다가 사티로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나 다름 없었던 로댕,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조각가가 아니라 정부로만 몰아붙이던 냉혹한 전문가들, 비방과 험담으로 그녀의 영혼을 갉아먹었던 주변 사람들, 보호와 보살피의 의무를 팽개친 가족들.....카미유가 미치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예술가들은 그녀들의 재능과 무관한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카미유를 로댕의 정부로만 보려고 했던 사람들은 카미유클로델이란 예술가의 작품을 폄하하고 비난하기 바빴다. 그런 세간의 시선들이 그녀를 더욱 어둠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어쩌면 로댕의 여성편력으로 인한 배신의 상처보다 자신의 작품을 로댕의 아류작으로만 치부하려는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더욱 컸으리라고 저자는 말한다. 카미유는 예술의 세계에서 철저히 약자에 불과했고 이같은 여성 차별적 시선은 비단 그녀에게만 해당되는 편견이 아니었다.

 

여성이기에 감내해야 했던 불합리한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야 했던 이는 또 있었다. 한국의 여류화가 이성자가 그러했다. 그녀는 먼 타국인 프랑스 땅에서 자신의 예술세계를 뿌리내렸고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성장했다. 그러나 그녀 역시 자신의 예술세계를 오롯이 인정받지는 못했다.

 

P. 207

이성자는 그의 예술적 성과가 아니라 실존적 소외에 의해, 즉 자신이 살았던 시대와 자신이 나고 자랐던 나라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함으로써 더더욱 시대의 대변자로 나서게 된다. 기억에서 멀어지고 반쯤 잊힘으호써 오히려 자신에세 부여된 시대적 소임에 충실했다 해야할까. 이성자는 뒤늦은 근대기를 서둘러 지나고 있던 조국에서 여성 화가라는 제도적 보호권 밖의 이방인으로 서성여야 했고, 은연중에 거부당하거나 세인의 관심사에서 서서히 멀어져 가는 존재로 남아야 했다.

 

그녀가 화가 이성자의 삶을 살게 된 것은 그리 행복한 일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에 예고없이 들이닥친 시련과 좌절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남편의 외도로 위기를 맞은 그녀의 결혼 생활은 그녀의 삶을 지탱해주던 아이들을 불시에 빼앗아가며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남겼다. 잔인한 이별은 그녀의 내면과 남은 생을 지배했고 절망적 상황 속에서 그녀는 피난길에 오르게 된다. 산다기 보다 목숨을 이어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렸던 그녀에게 한줄기 희망처럼 프랑스로 떠날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낯선 사람들에 둘러싸여 낯선 존재가 되어야 했던 이방인 이성자는 파리에서 화가가 되었고 예상 외의 성공을 거두게 된다.

 

P.212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를 때마다 "이성자는 더욱 작품에 매달렸다. 밥은 먹는지, 아프지는 않은지, 보고 싶은 아이들이 떠올라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듯, 옷을 입히듯, 붓질을 해대고 조각칼을 쥐었다." 아이들의 입에 음식을 넣어 줄 권리를 약탈당한 억울함과 비통함 떄문만은 아니었따.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가 그녀에게 뺴앗긴 권리를 조금씩 되찾는 회복과 치유의 상징적인 과정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투레트쉬르루의 인터뷰에서 이성자는 이렇게 평생을 품고 갈 아픈 여정을 술회했다.

 

카미유 클로델의 로댕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면 이성자는 빼앗긴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자책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그림을 선택했다. 이렇듯 상처와 고통이 녹아든 작품을 보면서 여성이기에 감내해야 했던 수많은 상처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야만 했던 그녀들의 삶이 예술가이기 전에 한 여인의 아픔을 말하고 있는 듯해 가슴이 시려왔다.

 

이 책에 담겨진 열명의 예술가들은 각기 다른 모습의 상처를 끌어안고, 그 상처로부터 예술을 끌어내는 삶을 살아낸다. 그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 인생의 아픔을 보고 슬픔을 느낀다. 상처의 깊이가 저마다 다르듯 그것을 극복하는 방식도 각기 다르다. 그러나 예술을 사랑하기에 상처마저 예술이 될 수 있었던 그와 그녀들의 시린 삶이 남은 이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다.

상처와 예술이 뗄 수 없는 연장선에 놓여있듯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도 언젠가는 빛나는 실을 뽑아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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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을 추억하는 공감 에세이
김성원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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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디오세대라고 말히기는 뭐한 어중간한 세대를 지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또래 친구들에 비해 라디오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았고

그중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은 가장 오랜시간을 함께 보낸 이야기창고였다. 매일 밤 DJ유희열의 목소리와 유쾌한 웃음소리를 통해 듣는 삶의 이야기들은 음악이 있어 더욱 진하게 다가왔었다. 그리고 라디오를 가까이하지 않은지 꽤 긴 시간이 흘렀고, 그렇게 다시만난 이야기는 한권의 책이 되어 나를 과거의 추억으로 이끌었다.

 

이 책은 달콤하고 감미롭지만 한편으론 쌀쌀한 겨울날씨처럼 느껴졌다. 인생의 많은 순간에 있어 나를 맞아주는 이야기들이 늘 내 편일거란 기대는 버려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내가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분명 나를 성장시켜왔지만 그보다 더 깊은 내면의 공간을 만들어 준 것은 읽는다는 것이었다.

좋은 꿈을 꾸면 좋은 방향을 바라보게 되고 큰 꿈을 꾸면 먼 곳까지 바라보게 된다는 저자의 말이 더 와 닿았던 것은 내가 안주하고 있는 현실이 내 이상과는 너무도 먼 곳에 자리한 이룰 수 없는 꿈과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바라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달콤한 말을 믿고 매달리기에는 내가 가진 꿈이 너무 큰 크지 않나 돌아보게 되고, 불가능하게 느껴지는 꿈에 내가 가진 온 열정을 쏟아붓기에는 현실의 팍팍함을 너무 잘 알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들자 씁쓸한 마음도 들었다. 또한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일상으로부터의 도피..그러나 탈출하고 싶었던 지금의 일상이과거의 내가 가장 바라던 삶이었을지 모른다는 이야기 또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소소한 일상에서 얻게되는 작은 반짝거림이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 듯 이 책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은 우리를 과거와 현재 미래 속에서 숨쉬게 만드는 따뜻한 공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일상에 찌든 이들에게 차분하게 들려주는 라디오가 그립 듯 책 속의 한구절 한구절이 참 마음에 박혀들었다. 내 삶의 의미와 지켜야할 가치들에 대해 돌아보게 만드는 선물같은 책이었다.

 

P.153

우리가 그리워 하는 것은 과거의 어느 순간일까, 아니면 그 시절의 자기 자신일까.

                                                                                                              -지난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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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 실크 하우스의 비밀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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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홈즈가 돌아왔다.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100년동안 감춰야 했던 이야기를 들고...
먼저 밝히자면 이 책은 코난 도일이 쓴 홈즈의 책이 아니다. 코난도일 재단의 유일한 공식 작가 앤터니 호로비츠의 이야기로 코난 도일 공식재단이 인정한 작품이다. 책 소개에 몇번이나 강조한 '공식'이라는 단어가 신뢰를 주는 동시에 의혹을 품게 만들었던 까닭은 그간 홈즈의 명성에 기대 터무니 없는 이야기로 종이를 낭비한 책들에 실망했던 기억때문이었다. 이번에도 혹시나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 새로운 홈즈의 이야기를 기대하는 한편으로 '그래, 어디 한번 보자! ' 하는 삐딱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책을 향한 열린 마음으로 '얼마나 재미있을까~'기대하며 읽어도 시원찮을 판에 '재밌어 봤자, 진짜 홈즈만 하겠어"란 의혹의 눈초리로 책을 읽는 다는게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님을 알면서도 나의 오랜 홈즈 사랑에 찬물을 끼얹느냐 마느냐를 판가름하는 책인지라 신나게 읽을 수 만은 없었다. 그렇게..여차하면 책을 덮어버릴 심산으로 단단히 벼르며 책을 펼쳐들었다.
 
"내가 그만한 여력이 될지 모르겠지만 집필이 끝나면 원고를 봉투에 넣어 채링 크로스에 있는 콕스 사로 보내
내 개인적인 서류를 보관한 금고에 넣어 달라고 할 것이다. 향후 100년 동안 봉투를 개봉하면 안 된다는 지시 사항도 첨부할 것이다.
.......(중략)
나는 그들에게 지금까지 본 적 없는 관점에서 그린 셜록 홈즈의 마지막 초상을 유품으로 남긴다.
-(P.16) 왓슨 박사의 서문 중-
 
왓슨 박사의 서문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내 의혹은 거둬지지 않았다. 굳이 표현하자면 '오 이것봐라 제법 흉내 좀 내고 있는데~정도? 그러나 이런 편견은 책장을 넘기면 넘길 수록 보기좋게 무너졌다. 이어지는 사건들 앞에 정신없이 홈즈와 왓슨박사를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새 경악스런 실크하우스 안에 서있는 나를 발견했다. 손목에 묶인 하얀 실크조각은 그야말로 욕지기가 나올만큼 충격적인 비밀을 담고 있었다. 홈즈가 안내한 그 비밀스런 공간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추악한 행태 앞에 예나 지금이나 인간이란 존재만큼 타락한 생물이 또 있을까 생각할 뿐이었다. 사실 어렴풋이 짐작은 했었다. 내 추리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이야기에 등장한 인물의 연령대로 미루어 볼 때 벌어질만한 가장 잔혹한 일이란 게 이런 문제말고 또 있을리 없지 않은가.. 몇년 전 대한민국 국민을 분노로 몰아넣었던 실존 사건을 능가하는 파렴치한 일들이 그 곳 실크하우스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애둘러 표현하자니 답답하지만 내 입으로 비밀을 누설해 버리면 그야말로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자세한 설명은 할 수가 없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이 짤막한 서평안에 왓슨박사의 글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것이 훨씬 더
 
이야기를 끌고 가는 능력이  정말이지 대단했다. 구성이 탄탄하다는 말로는 부족하지 싶다. 읽는 이로 하여금 '이게 지금 한 권의 책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여러가지 사건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데, 그 이음새가 흐트러지는 법이 없다. 이 사건에서 저 사건으로 넘어가다 보니 어느새 맞물리는 부분이 등장하고 지나쳤던 단서들을 하나씩 짜맞춰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짜임새있는 스토리를 짜는데 뛰어난 능력이 있는 작가라 생각든다. 게다가 홈즈 특유의 행동과 성격을 정확히 짚어 내는 묘사 역시 탁월하다. 책을 읽는 중간중간 '맞아, 홈즈라면 이러고도 남지..'싶어 슬쩍 웃음이 나기도 한다. 코난도일 재단이 인정한 작품 답다. (아까 전까지 '그래봤자 코난은 아니지'라며 불신에 차 있던 여인은 어디에...?)
 
무튼 이야기는 미술품 판매상 카스테어즈에서 시작되고 그에게서 끝난다. 이름한번 희안한 납작모자단이라 불리는 무자비한 갱단이 푼돈에 눈이 멀어 정작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귀중한 미술품은 몰라본 채 열차를 폭파시킨다. 허무하게도 열차에 실려있던 작품들은 갈갈이 찢긴 채 세상에서 사라져버리고 이에 분개한 카스테어즈는 복수를 꾀하다 반대로 갱단의 원한을 사게 된다. 결국 미국에서 영국까지 쫓아와 자신을 위협하는 존재에 두려움을 느낀 카스테어즈는 홈즈에게 그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자신의 주변을 배회하는 남자의 정체를 밝혀달라 요청한다. 그러나 그가 묵고 있는 호텔을 찾아 낸 홈즈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남자는 이미 살해 된 후였다. 도둑질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는 작은 교훈을 남기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들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가고 홈즈를 도와 남자를 감시했던 소년 로스가 온 몸이 부러진 채 끔찍한 시체로 발견된다. 이후 소년의 누나마저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이 과정에서 거대한 음모에 휘말린 홈즈가 샐리를 죽인 범인으로 지목되어 살인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로스의 과거를 쫓던 중생전에 샐리가 무심코 남긴 한마디 '실크하우스'라는 단어에 주목한 홈즈는 서서히 감춰진 비밀에 다가간다. 실크하우스의 비밀에 한걸음 가까워질 수록 비밀을 지켜야하는 이들의 몸부림이 거세지고 홈즈를 향한 칼날이 서서히 다가오며 어둠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리고 마침내 실크하우스 안에 들어선 홈즈와 왓슨박사.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실크하우스의 정체는 악마들의 천국과도 같았다.
 
이쯤되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작가와 내가 벌인 어이없는 신경전의 결과는.....한마디로 나의 완패였다. 책을 덮자마자 또다른 이야기는 언제쯤 나오나 기다리는 모습이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 지조도 없지 싶다. 몇시간 전만 해도 홈즈를 이어갈 후속작은 결코 없을 거라고 썩소를 날리며 책장을 넘기던 내가 이러고 있다~그러나 지조 좀 없으면 어떠하랴 새로운 홈즈가 내 앞에 나타났는데 말이다.
그동안 셜록홈즈의 이야기들을 제법 많이 읽어봤다고 자부하는 내게도 이 새로운 셜록홈즈는 고전 셜록홈즈의 매력을 고스란히 전하며 다른 아류작과는 차원이 다른 흥미진진함을 선사했다.
반가운 왓슨박사의 서문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마지막 장으로 치달으며 숨가쁘게 이어지는 동안 책 전반에 걸쳐 중요한 열쇠를 쥔 인물들이 시시각각 바뀌며 단순한 반전을 넘어서 자연스럽고 치밀한 흐름으로 독자를 실크하우스로 안내한다. 너무나 충격정이고 기이한 이야기라 백년동안 숨길 수 맊에 없었다는 왓슨박사의 이야기는 허풍이 아니었다. 결말에 대한 언급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사그라들게 할까 우려되어 숨길 수 밖에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언제나 그렇듯 홈즈의 이야기는 위험하지만 그래서 더욱 매혹적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를 긴장시키는 묘미 역시 그대로 였다.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이토록 많은 이들을 흥분시키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싶다. 너무도 흥미로웠기에 순식간에 끝나버린 이야기를 아쉬워 하며 이 원고를 100년 후에 개봉해달라고 요청한 왓슨 박사라면 분명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덧, 책을 덮으며 이 책이 하드커버로 제작된 것에는 이유가 있지 싶었다. 이 엄청난 이야기를 가능한 오래 보관할 수 있을테니 얼마나 다행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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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마워, 듀이 - 도서관 고양이가 건네는 위로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걷는책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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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고양이는 특별하다.' 이 당연한 사실을 처음 알려준 고양이가 바로 듀이였다. (그전까지 나는 오직 우리 냥이만의 특별한 존재라고 믿고 있었다. 지금도 우리 냥이가 최고로 사랑스런 고양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말이다.)

'정말 고마워 듀이'는  온 마을을 넘어 세계를 감동시켰던 특별한 고양이 듀이의 속편 격이다. 그러나 스펜서마을에 온기를 불어넣었던 듀이가 세상을 떠난 후의 이야기가 아니라 듀이처럼 자신의 반려인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한 많은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 비키 마이런은 듀이가 생을 마감한 후에도 변함없이 듀이를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이 보내온 편지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듀이를 사랑했는지, 듀이로 인해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알게 된다. 비키 마이런은 세계를 여행하며 그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그 따뜻한 사연을 모아 우리에게 들려준 것이다.

 

고양이 듀이는 경제적 위기를 겪으며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어가던 스펜서 마을에 나타난 작은 기적이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스펜서 도서관의 차가운 도서 반납함에 버려진 어린 새끼고양이를 당시 도서관의 사서였던 비키 마이런이 발견한다. 그녀는 차갑게 식어가던 새끼 고양이의 언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고 도서관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도서관 고양이로서 더할나위 없이 어울리는 듀이 리드모어 북스라는 품위있는 이름을 얻게 된 이 작은 고양이는 그날로 스펜서 도서관을 찾는 이들의 기쁨이 된다. 도서관 고양이 듀이를 만난 사람들은 이 작고 특별한 존재에게 금세 마음을 빼앗겼다. 그리고 16년이란 시간동안 도서관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안겨 주고 무지개 다리를 건넌다. 듀이의 마법은 듀이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점점 많은 사람들에게 퍼져갔고 그 결과 두 권의 책이 탄생했다. 그 첫번째 책인 '도서관고양이 듀이'가 듀이가 행한  따뜻한 기적들을 담고 있다면 두번째 책' 정말 고마워 듀이'는 듀이를 사랑했던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듀이만큼이나 특별했던 각자의 반려묘를 추억하며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비키 마이런이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들의 삶에서 고양이란 작은 동물이 행한 커다란 기적을 이야기하며 그로인해 인생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음을 털어놓는다. 책 속에 등장한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읽고 있노라면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실로 따스하고 행복한 기운이 전해져 책을 읽는 내내 곁에서 자고 있는 작고 사랑스런 존재를 몇번이나 쓰다듬었는지 모른다. 저자가 인터뷰한 이들 모두 자신의 곁을 지켜준 작은 친구를 통해 경험한 놀라운 일들을 진솔하게 이야기해나간다. 그들의 삶에서 고양이가 차지하는 부분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나 역시 우리 냥이와 함께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들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했다.

 

P.354

듀이가 보냈구나.

그의 눈을 보았을 때 나는 생각했다.한순간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글렌과 듀이가 닮아서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듀이가 보냈구나.

물론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랑이란 매우 총체적이고 복잡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며 비논리적인 것이다.

그러니 과연 어느 누가 사랑을 진짜 확실하게 안단 말인가?

 

 

 

 듀이의 마법은 먼 한국땅의 내게도 찾아왔다....."정말, 고마워. 듀이! 사랑해 예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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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미로 - 신화.꿈.상징의 원형을 통한 삶의 탐색
제레미 테일러 지음, 이정규 옮김, 고혜경 감수 / 동연출판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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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읽기 시작한 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그러나 이 책은 읽을수록 예상했던 것과 너무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 속도를 내지 못하다 오랜시간동안 포기해버렸다. 끝내지 못한 숙제처럼 내내 찜찜한 기분을 안고 있다 오랜 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다시 펼쳐든 책은 여전히 기대와는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그래도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게되자 읽는 것이 조금은 수월해졌다. 사실 내용 자체가 어려운 책은 아닌데 애초에 기대했던 바와 달랐던게 문제였다. 그러나 책 소개에 버젓이 꿈과 신화가 숨쉬는 미지로 떠나는 여행이란 문구가 적혀있는데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내 실수였다. 인간은 늘 보고 싶은 것만 본다더니 그 말이 맞다. '꿈과 신화'에서 꿈은 쏙 빼놓고 멋대로 신화라는 두 글자에만 집중하고는 평소 관심있던 그리스신화와 관련된 책이라고 철썩같이 믿어버렸으니 말이다. '신화와 꿈'이 아니라 '꿈과 신화'로 적혀있다는 걸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다. 

더군다나 작가가 정의한 신화의 개념과 내가 생각한 신화의 의미가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치 못한 것 역시 나의 실수였다. 작가는 신화란 단어를 가장 포괄적인 개념으로 생각했고 나는 단순히 신화하면 떠오르는 대상 그대로만 받아들였기 때문에 둘 사이의 간격이 너무도 컸던 것이다. 그 차이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꿈과 신화의 통로로 들어가기에 앞서 작가가 미리 언질을 주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도 전에 일찌감치 의욕을 상실해 버린 부분도 있었다. 작가는 신화라는 단어를 신성한 서사라고 표현하며 가장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한다고 밝힌다.

 

P15.

인도유럽어에서 신화는 '입'과 어원이 같고, '의미있는 말'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렇게 보면 깊이 믿고 있는 신념이나 깊이 느낀 심리 영성적인 체험에 어떤 구체적인 모양을 부여하는 전동적인 이야기는 모두 신화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깊은 신념과 체험을 바탕으로 설득력이 있으면서도 상징적인 모양을 줄 수 있는 모든 지어낸 이야기 또한 그것이 오랫동안 이름 없이 전해진 구전 전통이더라도 '신화적'이다.

 

바람둥이 제우스와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등장해 인간을 농락하고 유치하게 싸워대는 그리스신화만을 떠올렸던 나의 무지함이

초래한 결과가 이 책에 대한 나의 잘못된 기대였음을 깨닫고 몹시 당황스러웠다.

 

실제로 읽어 본 결과 이 책은 그리스로마신화와는 거리가 멀다. 저자는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오랫동안 꿈 작업에 매진한 사람으로 꿈을 통해 나타나는 인간의 다양한 심리와 가치에 주목한다. '살아있는 가장 경험많고 통찰력이 뛰어난 꿈 탐험가로' 불릴 정도로 그의 연구는 특별하다. 꿈을 분석한다는 게 언뜻 생각하기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어보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꿈 속에 나타나는 일들은 분명 이유가 있고 저마다 뚜렷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듯 하다.

 

꿈은 우리 삶의 전반을 반영하며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영향을 미치는 마음 깊은 곳의 감정과 신념, 삶의유형들도 드러내 보여줍니다. 꿈은 아처럼 어주 깊은 곳에 자리잡고 서 우리가 깨어있을 떄 경험하는 것들의 바탕이 됩니다. 삶의 의미와 중요성을 의식에서 보다 잘 이해하는 데 꿈은 더할 수 없이 좋은 통로입니다.

                                                                                                               -작가의 말(꿈 작업에서 지켜야할 것)중에서-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잠재의식 속에 자리한 경험과 생각들이 꿈을 통해 나타난다고 이야기한다. 내 경우에도 이유없이 꿈을 꾸는 경우보다 왜 이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짐작가능한 경우가 더 많았기 때문에 꿈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인 결과물이란 생각이 든다. 저 멀리 의식의 바다를 헤엄쳐와 잠이 든 머릿속을 불시에 침투해 오는 꿈이란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나를 돌아보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동화와 전해내려오는 민담등 다양한 이야기 속에 나타난 양상을 분석한다. 같은 이야기더라도 각 나라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결말을 보이기도 하는데 보편적 유형으로 존재하는 등장인물이 이야기 안에 담겨진 인간의 내면과 하나의 원형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마법에 걸린 개구리나 신성한 아이, 신화에 빈번히 등장하는 납치사건, 그밖에도 요카스타여왕의 이야기처럼 생소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평소에 알고 있었거나 혹은 그렇지 못한 이야기까지 많은 동화와 민담, 신화등을 통해 이 많은 이야기들이 궁극적으로 담고 있는 바가 무엇인지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신성한 아이를 예로 들자면 크리슈나, 무하마드, 헤르메스, 헤라클레스,아스클레피오스, 호로스 등을 들 수 있다. 이 신성한 아이들은 모두 비슷한 탄생 비화를 지니고 있는데 축복받은 탄생이라기 보다는 박해에 가까운 탄생으로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기적적으로 헤쳐나간다. 우리가 잘 아는 예수의 탄생도 신성한 아이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신성한 아이의 원형은 꿈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신성한 아이는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수준의 의식으로 도달하는 가능성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가가 꿈 작업을 통해 만난 한 여성의 꿈 이야기는 이러하다.

옷 서랍을 열었는데 아기가 있었고, 20년 전에 그 아기를 서랍에 넣었던 기억이 나자 놀랍고 끔찍했다고 한다. 아이를 방치한 자신이 두렵고 부끄러웠으나 아이는 무사했고 다행히도 20년 전과 거의 다름 없는 모습으로 눈을 맞추며 "목이 너무 말라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야기 자체로만 봐서는 괴기스럽고 무서운 꿈 같지만 그 안에 담겨진 의미는 꿈을 꾼 여성의 미래에 대한 꿈과 관련이 있었다. 사실 그 여성의 장래희망은 작가였으며 꿈 속에서 보았던 서랍장은 실제 그녀의 집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그 서랍 안에 20년 전에 쓰다만 원고를 보관해 두었음을 알게되자 그녀가 꾼 꿈이 이해가 되었다. 꿈 속에서 목이 마르다고 외친 아기는 20년 전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미는 동안 옆으로 밀쳐놓은 미완성된 소설이자 그녀의 묻어둔 꿈이었던 것이다. 현실에서 아이를 키우며 지낸 20년의 세월이 흐르고 아이들이 자립할 나이가 될 무렵 이 꿈을 꾼 것 역시 꿈 속의 아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애초에 가졌던 기대와 다르다고 실망했던 것이 무색하게 책을 읽을수록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각 나라마다 전해져오는 신화를 만나고 타인의 꿈을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경험은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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