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문학동네 시인선 30
이승희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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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사서 읽었던 시집, 그 뒤로도 시집을 돈 주고 사 읽은 적은 없는 듯. 한편 한편이 마음을 건드렸고, 다 읽고 지인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중 한 명은 오랜 단골집에서 막창에 볶음밥 먹고 헤어지기 직전 꺼내서 내미는 이 책을 보고, 두고두고 잊지 못할 눈빛을 남기기도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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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와 인간
존 스타인벡 지음, 안의정 옮김 / 맑은소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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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최고의 책. 이 책을 덮은 뒤 느꼈던 설움과 비애는 에베레스트 봉우리 만큼 우뚝 솟은 뒤 꺼지질 않아서 그 뒤로도 내로라하는 감명 깊은 걸작들을 적지 않게 읽어왔지만, 여간해서는 그 고도를 뛰어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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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결탁 - 퓰리처상 수상작
존 케네디 툴 지음, 김선형 옮김 / 도마뱀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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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독자를 사로잡아 한눈 팔 틈을 주지 않는 탄복할 만 한(서커스, 차력쇼를 보는 듯한)필력, 예상을 뒤엎는 기상천외한 전개, 주인공 포함 하나같이 잔망스럽지만 밉지가 않은 괴짜 캐릭터들, 숨도 못 쉬고 낄낄대며 읽었다. 결말이 특히 마음에 든다. 도중에 덮지 말고 꼭 끝까지 읽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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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이빵 2026-06-08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교를 할만 한 책이 뭐가 있을까. 흠... 기개와 개그로 몰아치는 필력에 어안이 벙벙해진다는 점에서 오래 전 읽은 존 어빙의 <가아프가 본 세상>정도? 그 걸작에서도 책 속의 책 즉, 작가인 책 속 인물이 쓴 습작 단편 ‘그릴파르처 하숙(주인공인 가아프는 그릴파르처라는 실존 작가가 실제론 아주 형편 없는데 운 좋게 고 평가된 작가라며 힐난한다. 그래서 여봐란듯, 패기있게 본인의 습작 단편에 이런 제목을 붙였던 걸로 기억ㅎㅎ)‘이라는 글이 제목과 함께 마음 속 깊이 각인되어 있는데, 이 책에서도 주인공 이그네이셔스가 생김새와 옷차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꼴사나워도 고학력자답게 필력이 상당해 책 속에서 이그네이셔스가 쓴 일기와 편지를 책 속의 책 삼아 훔쳐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국진이빵 2026-06-08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아니키우스 보에티우스 <철학의 위안>을 한 번쯤은 펼쳐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진이빵 2026-06-08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내 몸 안에 ‘유문(위의 아래쪽에서 샘창자와 경계를 이루는 부분. 위벽을 이루는 돌림 근육층이 이 부분에서 발달하여 조임근을 이루어 음식물이 내려가는 것을 조절한다.)‘이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수시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듯한 신체적, 감각적 착각도 덤으로 얻게 됨... 열려라, 유문!
 
브리스 디제이 팬케이크 소설집
브리스 디제이 팬케이크 지음, 이승학 옮김 / 섬과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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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읽어서는 안 되고, 빨리 읽을 수도 없는 책이다. 짧고 처연한 생이 자아낸 문장들을 좇다보면 헛헛하고 서글픈 마음이 차오르고, 이 애수와 연민을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태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완독 후 시간이 제법 흘렀지만 표지만 봐도 여전히 애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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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팀 오브라이언 지음, 이승학 옮김 / 섬과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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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언젠가 꼭 가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더욱 애틋하고 간절한, 꿈 같은 이상향(낙원)을 심어주었다. 그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곳에 머물면 이내 마음이 놓인다. 무표정으로 말 없이, 강처럼, 늦여름 태양처럼, 신처럼, 완전한 침묵 속에서 나를 지켜보는 엘로이 버달과 팁 톱 오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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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이빵 2026-06-02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왜 때문에 이 책이 아름답고 서글프고 위안이 되는 지는... 읽어보면 안다.

국진이빵 2026-06-02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또 다른 한 장면,

‘매표소에서 린다가 저만치 떨어져 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매점으로 건너가 단것을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우리 둘은 어색하게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매우 주의를 기울였다. 그것으로 우리는 서로가 사랑에 빠졌음을 알았다. 순수한 앎이었다. 우리 중 누구도 그 단어, 사랑이라는 단어를 쓸 생각 안 했을 테지만, 서로 보지 않고 대화 나누지 않는 사실로써 우리는 둘이서 거대하고 영속적인 무언가를 공유하고 있음을 언어를 떠나 투명하게 이해했다.‘

그렇다. 자고로, 침묵이 금인 것이다. 린다도, 화자도, 독자인 나조차 숨 죽여 엿듣고 설레버린 바로 그 침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