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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로드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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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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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 2026-10-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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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짐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66
조셉 콘래드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평점 :
독서 모임에서 읽으면 할 말이 무척 많겠다. 두어 시간으론 택도 없고, 책 속 화자 말로처럼 듣는 이가 질려버릴 정도로 끝없이, 빽빽하게 떠들 수 있을 것 같달까. 묘사가 어찌나 생생한지 읽으면서 닭살 여러 번 돋았다. 어둠의 심연보다 흥미롭게 읽었으나 짐의 죄의식 과잉에는 끝끝내 공감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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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이빵
2026-10-2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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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노트 이 소설이 처음 책의 형태로 나왔을 때, 작품이 나를 이끌었다는 말들이 있었다. 어떤 평론가들은 단편소설로 시작된 이 작품이 급기야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 가운데 한두 명은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내적 증거를 찾아내고 흥미로워 하는 듯 했다. 그 사람들은 서술 형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한 사람이 그토록 오랜 시간 혼자서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은 내내 그 이야기를 듣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런 상황은 그리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약 16년을 이 문제로 숙고해 보았지만, 아직도 그 주장에 수긍이 되지 않는다. 열대와 온대 지역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자지 않고 모험담을 주고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소설에는 하나의 모험담만 담겨 있으며, 숨 돌릴 시간을 주기 위해 몇 차례 중단되기도 한다. 듣는 이들의 참을성에 관해 말하자면, 이야기가 <흥미로워야 한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는 처음부터 가정되는 필수 사항이다. 재미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나는 애초에 이 이야기를 시작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의문도 있겠지만, 의회에서는 연설이 세 시간을 넘어 여섯 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말로의 이야기가 차지하는 부분은 세 시간 이내에 낭독될 수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뿐만 아니라, 내가 이 이야기에서 사소한 세부 사항을 모두 엄격히 배제하긴 했지만, 그날 밤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고, 또 이야기하는 이가 중간중간 마실 수 있도록 광천수도 한 잔 있었으리라 가정하는 게 좋겠다. 하지만 솔직하고 진지하게 말하자면, 내가 처음에 생각한 건 단편소설이었고, 순례자 수송선 에피소드만 다루고자 했을 뿐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합당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몇 쪽 쓰고 나자 무슨 이유에서인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한동안 그 원고를 제쳐 두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윌리엄 블랙우드 씨에게서 자기 잡지에 뭔가 기고해 주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서야 그 원고를 서랍에서 꺼내 보았다. 그렇게 다시 원고를 꺼내 보니 순례자 수송선 에피소드가 종횡무진하며 자유로이 전개될 이야기를 펼칠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에피소드라면, 순박하고 예민한 한 인물에 담긴 모든 <실존의 감상>을 채색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 출발점에 담긴 준비 단계의 모든 감정과 정신적 동요가 명확하지 않았고, 그 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더 분명해진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제쳐 두었던 그 몇 쪽의 원고가 주제 선택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부분을 작심하고 다시 썼다.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 긴 소설이 될 거라는 건 알았지만 잡지에 13회나 연재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읽으면서 당시 평론가들의 심정을 똑같이 느꼈지만, 잡지에 13회에 걸쳐 연재 된 소설이었다고 하니... 참작해드림.
‘작가의 노트 이 소설이 처음 책의 형태로 나왔을 때, 작품이 나를 이끌었다는 말들이 있었다. 어떤 평론가들은 단편소설로 시작된 이 작품이 급기야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 버렸다고 주장했다. 그 가운데 한두 명은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내적 증거를 찾아내고 흥미로워 하는 듯 했다. 그 사람들은 서술 형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한 사람이 그토록 오랜 시간 혼자서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들은 내내 그 이야기를 듣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런 상황은 그리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약 16년을 이 문제로 숙고해 보았지만, 아직도 그 주장에 수긍이 되지 않는다. 열대와 온대 지역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자지 않고 모험담을 주고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소설에는 하나의 모험담만 담겨 있으며, 숨 돌릴 시간을 주기 위해 몇 차례 중단되기도 한다. 듣는 이들의 참을성에 관해 말하자면, 이야기가 <흥미로워야 한다>는 조건만 충족하면 그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는 처음부터 가정되는 필수 사항이다. 재미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나는 애초에 이 이야기를 시작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의문도 있겠지만, 의회에서는 연설이 세 시간을 넘어 여섯 시간 가까이 걸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말로의 이야기가 차지하는 부분은 세 시간 이내에 낭독될 수 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뿐만 아니라, 내가 이 이야기에서 사소한 세부 사항을 모두 엄격히 배제하긴 했지만, 그날 밤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고, 또 이야기하는 이가 중간중간 마실 수 있도록 광천수도 한 잔 있었으리라 가정하는 게 좋겠다. 하지만 솔직하고 진지하게 말하자면, 내가 처음에 생각한 건 단편소설이었고, 순례자 수송선 에피소드만 다루고자 했을 뿐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합당한 생각이었다. 하지만 몇 쪽 쓰고 나자 무슨 이유에서인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한동안 그 원고를 제쳐 두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윌리엄 블랙우드 씨에게서 자기 잡지에 뭔가 기고해 주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고서야 그 원고를 서랍에서 꺼내 보았다. 그렇게 다시 원고를 꺼내 보니 순례자 수송선 에피소드가 종횡무진하며 자유로이 전개될 이야기를 펼칠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에피소드라면, 순박하고 예민한 한 인물에 담긴 모든 <실존의 감상>을 채색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 출발점에 담긴 준비 단계의 모든 감정과 정신적 동요가 명확하지 않았고, 그 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더 분명해진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제쳐 두었던 그 몇 쪽의 원고가 주제 선택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부분을 작심하고 다시 썼다.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 긴 소설이 될 거라는 건 알았지만 잡지에 13회나 연재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읽으면서 당시 평론가들의 심정을 똑같이 느꼈지만, 잡지에 13회에 걸쳐 연재 된 소설이었다고 하니... 참작해드림.
국진이빵
2026-10-2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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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으로 갈수록 솔직히 좀 지겹긴 했음. 동일한 서술 방식(1인칭 독백)으로 쓰인 걸작 스티븐 킹의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숨 넘어가게 재밌게 읽었던 독자로서...
후반으로 갈수록 솔직히 좀 지겹긴 했음. 동일한 서술 방식(1인칭 독백)으로 쓰인 걸작 스티븐 킹의 <돌로레스 클레이본>을 숨 넘어가게 재밌게 읽었던 독자로서...
국진이빵
2026-10-2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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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한 여성 독자가 이 소설을 싫어하는 이유를 들어 <그 소설은 너무나 병적이거든요>라고 말했단다. 조지프 콘래드는 저 혹평이 유감스러웠다지만, 저 여성 독자가 느낀 감상이 뭔지 잘 알겠다. 내가 느끼기에도 짐의 죄 의식은 과도한 편이다. 여튼, 저자의 필력에는 확실히 압도되어 <노트스로모>도 곧 읽을 예정. 그 소설은 더욱 재밌길 바라!
이탈리아의 한 여성 독자가 이 소설을 싫어하는 이유를 들어 <그 소설은 너무나 병적이거든요>라고 말했단다. 조지프 콘래드는 저 혹평이 유감스러웠다지만, 저 여성 독자가 느낀 감상이 뭔지 잘 알겠다. 내가 느끼기에도 짐의 죄 의식은 과도한 편이다. 여튼, 저자의 필력에는 확실히 압도되어 <노트스로모>도 곧 읽을 예정. 그 소설은 더욱 재밌길 바라!
[100자평] 줄라이, 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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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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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 2026-10-08 17:05
https://blog.aladin.co.kr/apricotbrick/17561106
줄라이, 줄라이
팀 오브라이언 지음, 이승학 옮김 / 섬과달 / 2022년 11월
평점 :
적당한 시기와 타이밍에 읽어서 더 그랬을 지 몰라도 인물들의 이야기가 하나같이 내 경험, 내 사연인 양 마음에 와닿았다. 이 책의 각주 덕분에 좋아하는 소설(it)에서 주인공이 애착 자전거 이름을 실버로 짓고 탈 때마다 ˝이랴, 실버!˝하고 외친 게 론 레인저의 백마 오마주였음을 알고 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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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0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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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서서 읽더라도 팀 오브라이언의 목소리로 읽힐 만큼 찰진 번역과 친절한 각주.
물구나무 서서 읽더라도 팀 오브라이언의 목소리로 읽힐 만큼 찰진 번역과 친절한 각주.
[100자평] 오늘부터 우리는!! 1~19 세트 - 전19권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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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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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 2026-09-21 17:55
https://blog.aladin.co.kr/apricotbrick/17529339
오늘부터 우리는!! 1~19 세트 - 전19권 (완결)
- 애장판
히로유키 니시모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2년 2월
평점 :
품절
사는 게 물 없이 고구마 먹은 것처럼 팍팍할 때, 내 방 책장 상석에 오랜 세월 당당히 꽂혀있는 이 만화책을 직접 꺼내 읽거나 이 만화를 읽을 때마다 몇 번이고 으레 무아지경으로 배 잡고 낄낄거리는 나 자신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 숨통이 트이고 사는 게 우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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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태도에 관하여 (20만 부 기념 완결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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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 2026-09-17 17:20
https://blog.aladin.co.kr/apricotbrick/17522181
태도에 관하여 (20만 부 기념 완결판)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4년 9월
평점 :
오래 전 지인이 인생 책이라며 강력히 추천해주어 읽었지만 정말 식상하고 별로여서 노여웠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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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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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이 넘도록 여러 차례 개정까지 되어가며 계속 팔리고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이 넘도록 여러 차례 개정까지 되어가며 계속 팔리고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국진이빵
2026-09-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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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에 별을 하나만 줬더니, 이렇게 야박한 인성을 가진 독자가 대체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방문자들 덕분에 일일 서재 방문자 수가 난생 처음 보는 숫자를 찍었길래 별 한 개 더 주었다... 도긴개긴이지만. 아무튼 이 책이 (나에게는) 매우 별로였던 것을 나더러 어쩌란 말인가. 일개 독자 나부랭이의 취향과 평가에 너그러운 무관심을 부탁 드림...
평점에 별을 하나만 줬더니, 이렇게 야박한 인성을 가진 독자가 대체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방문자들 덕분에 일일 서재 방문자 수가 난생 처음 보는 숫자를 찍었길래 별 한 개 더 주었다... 도긴개긴이지만. 아무튼 이 책이 (나에게는) 매우 별로였던 것을 나더러 어쩌란 말인가. 일개 독자 나부랭이의 취향과 평가에 너그러운 무관심을 부탁 드림...
[100자평] 어른도 길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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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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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 2026-09-13 21:15
https://blog.aladin.co.kr/apricotbrick/17514128
어른도 길을 잃는다
- 창비장편소설
박정요 지음 / 창비 / 1998년 1월
평점 :
품절
최고의 소설, 숨겨진 명작, 엄청난 행운, 그야말로 대박이네요! 다른 독자들의 백자평에 한 술 더 떠 외쳐본다. “찌찌뽀오오옹!” 행남이가 보고 듣고 겪고 깨우치는 모든 것들이 어찌나 순수하고 애틋하며 생생하게 와닿는 지. 다 읽고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애늙은이 행남이도, 투병 끝에 작고하신 작가님도, 나만 읽기엔 정말이지 너무 너무 아까운데 절판인 이 책도 갈비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강한 힘으로 와락 끌어안고 싶다. 마침내 내가 없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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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이빵
2026-10-2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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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읽으세요 제발. 작년에 읽은 책들 중 단 한 권만 꼽자면 손창섭의 <유맹>, 올해는 이 책이 될 것 같다. 말하면서도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는 이유는 올해가 아직 4개월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확신은 보류하겠지만 낭중지추,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느껴질 만큼, 뱃속이 뜨끈해질 만큼 압도적으로 좋았다. 작년엔 손창섭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이 복이었다면, 올해는 박정요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이 복이라 여기면서도 더 읽을 그녀의 책이 없다는 사실에 마음도 길을 잃었다.
이 책 읽으세요 제발. 작년에 읽은 책들 중 단 한 권만 꼽자면 손창섭의 <유맹>, 올해는 이 책이 될 것 같다. 말하면서도 목소리가 기어들어 가는 이유는 올해가 아직 4개월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확신은 보류하겠지만 낭중지추,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느껴질 만큼, 뱃속이 뜨끈해질 만큼 압도적으로 좋았다. 작년엔 손창섭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이 복이었다면, 올해는 박정요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이 복이라 여기면서도 더 읽을 그녀의 책이 없다는 사실에 마음도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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