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환상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86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송기정 옮김 / 민음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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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두 페이지만 읽어도 확 흥미가 동하는데, 막장까지 그 흥미를 잃지 않게 유지시켜 준다. 시작부터 독자를 사로잡으며 시대(역사), 인물(캐릭터), 사회, 문화, 유머 뭐 하나라도 빠트릴 세라 전부 손에 꼭 쥐고 입에 침 튀겨가며 들려주는 탐욕스런 이야기꾼 발자크! 칭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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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이빵 2026-05-12 1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평소 속으로만 생각할 수 있을 뿐 입 밖으로 내지는 못할, 무례하고 거침없고 직설적인 풍자와 비꼼을 읽는 쾌감. 뤼시앵의 시 낭독회 장면에서는 등장인물이 무슨 씨리얼 마냥 와르르 쏟아지며 각양각색 역한 병맛 개성을 뽐내는데, 그 묘사가 어찌나 생생(징글징글)한지 눈 앞에서 산낙지가 꿈틀거리는 것 같다.
 
서울은 만원이다/보고드리옵니다 한국문학대표작선집 18
이호철 / 문학사상사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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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섭 <길>처럼 1960년대 동아일보에 연재되었고,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인기를 끌었대서 기대했으나 200 페이지 남짓 읽어보아도 주인공 길녀를 포함 조연 누구 하나 마음 가는 인물이 없다. 당시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냈을 지라도 차후가 안 궁금해서 아쉽지만 중도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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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이빵 2026-05-11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술이 확실히 불친절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오는 사람들이 죄다 이목구비가 흐리멍덩한 달걀귀신 얼굴을 한 채로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국진이빵 2026-05-12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유독 피로할 때 급하게 읽어서 더 그랬던 걸까? 남동표의 발 냄새가 실제로 맡아지는 듯하여 정나미가 떨어져서 일까? 경솔하게 평을 남겼던 것도 같아서 추후 여유가 생길 때 다시 읽어보기로. 그치만 반복해서 나오는 발 냄새 묘사는 진짜 좀 싫었다.
 
암병동 홍신 엘리트 북스 68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홍가영 옮김 / 홍신문화사 / 199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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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읽어야 할(기한이 정해진) 책들이 쌓여있어 한 장 한 장 곱씹으며 읽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쫓기는 심정으로 읽었다. 참다 못한 책이 ‘어이! 난 그렇게 서둘러 읽힐 책이 아니야!‘ 항변하듯 속도를 조절해주었기에 망정이지... 덕분에 올레그의 퇴원 날, 그 영겁같은 하루에 묶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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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이빵 2026-05-08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해 연말 토마스 만의 <부덴부로크가의 사람들>을 다 읽은 뒤의 ˝마음 상태˝와 비슷하다. 마음이 몹시 애잔하고... 책에 나온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삶이(악인, 선인 가릴 거 없이) 실제로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생생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실제 삶에서는 깍쟁이처럼 나 먹고살기에 여념이 없어 타인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하기 일수인데, 이런 책들을 읽고 나면 없던 인류애가 마구 샘솟는다. 책을 읽은 뒤 감상을 치밀하게 기록해두지 않는 탓에 이 감상은 금방 또 새로운 책이나 일상에 의해 덮히고 바래고 심지어 거의 잊혀지겠지만, 그래도 이런 정겹고 애잔한 ˝마음 상태˝에 계속 빠져들기 위해서라도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책을 읽어야겠다.
 
게으름뱅이 정신분석 1 - 개정판
기시다 슈 지음, 우주형 옮김 / 깊은샘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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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을 끊임없이 사고 있지만, 읽고 좋았던 책들을 다시 꺼내 읽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 요즘.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단박에 표면으로 떠오르는 부력을 가진 책들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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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세계 - 2004년 퓰리처상 수상작
에드워드 P. 존스 지음, 이승학 옮김 / 섬과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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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과달에서 나온 책들 중 가장 좋았다. 고급 양장본으로 수선해서 소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진짜 미친 소설이다. ‘아기는 어떤 갈채로서가 아니라 몸이 감당 못 할 만큼의 행복을 배출할 유일한 방법으로서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아기(엘우드)의 몸짓이 이 책을 읽은 내 감상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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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진이빵 2026-04-27 09: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 아래 새 것은 없지만’ 지금 보는 것은 어제의 그 빛 아래에서가 아니다. 낡은 지도처럼 알려진 미국 노예제의 세계, 그 면면이 ‘완전히 새롭게’ 보이는 것은 다루어지는 사실이나 사건 때문이 아니라, 인물들의 “첫 날과 마지막 날,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날을 그들의 ‘신’으로서 바라”보는 역설적으로 인간적인 형식 때문이다. 흑백, 남녀, 선악, 자연과 초자연의 이분법과 예상가능한 온갖 트라우마를 무심하게 건너버리는 문장이 리듬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텔레파시를 품은 채 다가오고 우리는 다시 나아간다. “우주는 시종일관 괴상한 짓을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자란 사람들이 이야기를 전하는 또 하나의 방식”(에드워드 존스), 바로 문학! - 소설가 김남주님의 평을 읽으니 내 한줄평이 너무 부끄럽고 창피하지만, 아무튼 진짜로 끝내주는 소설이다! 섬과달은 에드워드 P. 존스의 다른 책들(단편집)을 속히 출간해주십시오...

초록비 2026-04-27 09:43   좋아요 2 | URL
이 책 예전에 사놓고 아직 못읽었는데, 당장 읽고 싶어지는 리뷰네요.

국진이빵 2026-04-27 09: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초록비님 감히, 당장 읽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ㅎㅎ 저로서는 완전히 취향의 정곡을 찔려버린 책이었습니다!

초록비 2026-04-27 09:59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당장 읽어보겠습니다! ㅎㅎㅎ 워낙 유명한 잗가인 것은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당장 읽어보라고 쿡쿡 찔러주는 누군가가 필요했던 것 같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