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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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동안 여러 번 뭉클하고 아득해졌다. 

이 책의 장 제목 형식을 빌리자면 이름/약속/기억 일 텐데, 

'기억' 대신 다른 게 들어가는 게 더 좋겠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전망대도 운동장과 비슷했다. 바깥 하늘이 붉어지자 조금씩 마력을 얻었다. 여자의 시간이 제 속도를 조금 잃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인간들의 현재와 미래는 기묘하고 쓸쓸했다. 인간이라기보다는 개미와 벌을 더 닮았다. 여자는 제대로 된 순서에 대해 생각했다. 도시는 점점 빛으로 된 암호가 되어갔다.
- 1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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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박광수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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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심플하면서도 환한 표지에 호감이 생겨 읽었다.

오랜만에 만난 박광수는 매우 담백했다.

단지 그림만이 그러한 것이 아니라 글도 그렇게 스며들듯이 읽혔고

여운이 남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대목은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걸 타고 돌아가서 스무 살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들.

이십여 년 후의 자신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며

후회하기 전에 이런이런 것들을 준비하라고, 고치라고 말하고 싶다고.

그리고 낙법 배운 것은 참 잘했다고,

그렇게 날 넘어지며 상처받지 말라고 말해주겠다는 대목에서

마음이 찡해졌다.

 

스무 살의 나에게는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네가 지금 어려워하는 건 이십 년이 지나도 마찬가지일 테니

너무 아등바등하지 말라고, 너무 조바심 내지 말라고,

좀더 읽고 쓰고 천천히 배워가라고 해줄까.

 

이렇게 인생의 허들을 하나씩 넘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천천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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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해져라, 내 마음 - 다시 나를 사랑하게 만든 인생의 문장들
송정림 지음 / 예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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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워져서인가, 눈만 돌리면, 귀만 열면 온통 사납고 시끄러운 이야기들이다.

눈 감고 귀 막고 살고 싶지만 그것 또한 불가능하다.

워낙 주위의 영향을 잘 받는 편인 나도 덩달아

마음이 사나워지고 어지러워진다.

 

이 책, <착해져라, 내 마음>은 제목 그 자체가 나에게 불어넣어주는

마법의 주문 같다.

상냥하되 투정 부리지 말고, 당당하되 오만하지 않게,

혼자이되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게,

그저 착해지라고, 부드러워지라고, 조금 더 편안해지라고,

스스로에게 살짝 말해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행복전도사'나 '긍정에너지주의자'이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나는 아주 이기적으로, 나를 위해서,

착함이라는 것을 실현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나를 온전히 마주하고 들여다보기 위해서.

 

이 책의 편안하고 아름다운 글들을 그러한

나의 결심을 더욱 단단하게 해준다.

평소라면 쉽게 흘러 넘겼을 조언들이

무겁지는 않지만 의미 있게 다가옴을 느꼈다.

 

 


그러므로 고독하다는 것은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당신이 그립다는 뜻이고,
당신을 맞이할 준비가 다 되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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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기억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9
윤이형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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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는 능력과 잊는 능력. 
영원하지 않은 것들의 애틋함. 
아픔과 수치의 뫼비우스의 띠. 
좋은 기억도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사실. 
스몰월드. 작은 세계. 조그만 세계. 
무해하고 상냥한 얼굴로 남아 있는 어떤 단어. 
그리고 2022년에 열한 살이었던, 지금은 마흔일곱의 남자.

시작도 하기 전에 지쳐버린 아침 출근길이 매우 특별해진 이유는 
이 책 때문이다. 윤이형의 <개인적 기억>.


열한 살의 내 머릿속에는 더 많은 작고 구체적인 사항들, 이를테면 그날 놀이 매트에 남아 있던 스티커 자국, 줄지어 놓여 있던 색색가지 블록들의 순서, 불그스름한 저녁 하늘이 검푸른 밤하늘로 바뀌어갈 때 엄마가 곁에 있는데도 혼자 남은 기분이 들면서 울고 싶어졌던 마음 같은 것들이 압축되지 않은 채 들어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찰나라 할 만큼 짧은 순간에 매여 있으면서도 하나하나가 오직 나에게만 존재하는 의미를 엄연하고 묵직하게 품고 있다는 사실을, 열한 살의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 <개인적 기억> 중, 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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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무라카미 요코 사진,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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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여백>은 이미 오래전에 샀지만 이 책 표지 사진 때문에 또 샀다. 사진으로 보고도 놀라웠는데 실물을 보면 더욱 놀랍다.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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