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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봉 로망
로랑스 코세 지음, 이세진 옮김 / 예담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오 봉 로망. '좋은 소설이 있는 곳'이라는 말. '좋은 소설'만 파는 서점의 이름.
사실은 아주 묘한 책이다. 미스터리하게 시작되고 소설가와 작품의 이름이 끝도 없이 이어지고, (대체 나는 프랑스 문학을 어쩌면 이렇게 모르고 살아온 걸까!)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이야기를 한다. 유서 깊은 파리의 몇몇 카페에서 이어질 만한 수다스럽지만 즐거운 대화, 탄식이 나오는 가슴 아픈 사연, 지금 우리도 겪고 있는 출판계의 여러 문제들, 근본적인 질문과 대답을 찾아가는 토론, 그리고 세상에, 삼각관계까지!
500쪽이 넘는 책을 빠르게 읽어버렸고 다시 한번 펼쳐들었다. 처음에는 화자가 누구인지도 파악하지 못했다가 깨닫고 난 후 더 재미있어진 것도 매력. 이 책을 전후로 몇몇 작은 서점을 일부러 찾아가게 된 것은 큰 소득. 그리고 이 책에 열광할 만한 벗들이 떠오른 것도 즐거움.
같이 읽으면 딱 좋은 책은 이것이다.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책방에서 자신이 읽어본 책만 파는' 책방 주인>.
모든 것이 의심스럽고, 별것도 아닌 일에 눈물이 나고, 등 뒤에서 조그만 소리가 나도 소스라치는 우리를 위해 쓰여진 책을 원한다. 우리는 작가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책을 원한다. 오랜 세월, 망가진 몸, 가난, 해낼 수 없을 것 같다는 미칠 듯한 두려움, 좌절, 용기, 불안, 고집, 실패의 위험을 무릅쓰고 써낸 책을 원한다. 우리는 빛나는 현실에 빠뜨리고 그 안에 고이 품어줄, 그렇게 빛나는 책을 원한다. 세상이 아주 가까이, 때로는 희미하게 악의 편이 되고 앞으로도 가슴을 찢을 고통만큼 확실하게 그럴 것이라 생각될 때, 세상에 사랑이 있음을 증명하는 책을 원한다. 우리는 좋은 소설을 원한다. (...) 그런 책이 10년에 한 권밖에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그 한 권으로 족하다. 다른 책은 원치 않는다. - <오 봉 로망> 352-353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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