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더그라운드 ㅣ 언더그라운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열림원 / 199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도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했다. 무표정한 얼굴들, 피곤에 지쳐 조는 사람들, 경쟁에 내몰려 갈 곳을 잃은 사람들... 나도 모르게 내 옆에 서 있던 한 사람이 수상한 비닐봉지를 슬쩍 놓고 내린다면? 그리고 그 봉지로부터 치명적인 독극물이 흘러나와 너무나 평범한 우리들에게 예기치 않은 상처를 입힌다면?
하루키의 이 작품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은 사람들을 만나 '그날 아침은 어땠나?', '지금은 어떠한가?'라는 평범한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있는 그대로 충실하게 기록하는 것으로 꾸며진다.
여느 때와 같은 아침 출근길에 '불특정 다수'에 대한 테러의 대상자가 된 이들은 굳이 목소리를 높여 그들을 성토하지도,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않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예기치 못한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 상황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언제나 한 걸음 물러서 있는 듯한, 하루키 특유의 태도가 이 책을 그저 단순한 인터뷰 모음집을 넘어서 문명비판적이고, 실존적인 질문으로 가득찬 새로운 느낌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