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 생각의나무 우리소설 10
윤대녕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윤대녕의 작품 제목들은 얼마나 멋진지.

은어낚시통신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남쪽 계단을 보라

상춘곡

피아노와 백합의 사막

달의 지평선

누가 걸어갔다 등등

 

그리고 그가 걸어다니는 곳들도 나 역시 사랑한다. 하고 싶다.

인사동, 인촌, 삼청동, 7번국도, 홋카이도, 부석사, 선운사, 그리고 제주도...

 

<미란>이나 <코카콜라 애인><사슴벌레 여자>처럼 좀 뜨악하게 만드는 작품들도 물론, 있지만

역시나 '윤대녕 전작주의자'인 나로서는 그의 신작만 나오면 그래도, 하면서 사게 되고 얼른 읽고 만다.

'존재의 시원'을 찾는다는 그의 작품 세계는 잘 모르겠으나

사막이건 절이건 바다이건 그의 이미지, 장소에 흠뻑 빠지곤 한다.

 

이번 신작은 여러모로 흥미롭고 만족스럽다.

여전히 다소 '재수없어' 보이는 남자 주인공이나

도대체 왜, 라는 질문을 내뱉게 만들 정도로 그를 사랑하는

알 수 없는 여자 주인공-공히 몽환적인 인물-이 등장하지만

무엇보다 제주도에 관한, 그 앞바다에 관한 멋진 작품인 것만은 확실하니까.

 

80년대 학번이면서 그 세대가 어깨에 보이지 않는 짐처럼 지고 있을

'역사의 부채'를 외면하는 '회색 분자'의 면모를 지녔던

그(또는 작품 속 주인공)가 조금은 달라진 점도 포인트.

 

무엇보다 제주도 낚시와 물고기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흥미롭다.

 

내 호랑이는 아직 고양이만 하다.

그래서 내 책상 한구석에서 혀만 날름거리고 있을 뿐.

곧 그가 커버려서 나타날 날도 오겠지.

 

사족

- 내 주위 사람들은 아마 알 것이다. 낚시, 특히 밤낚시에 대한 나의 로망.

하지만 주위에 낚시를 할 줄 알거나 장비를 갖춘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몇 년째 그 로망은 미해결 상태.

나도 손맛 한번 보고 싶다.

 

- 작품에 실존 인물들이 등장해서 흥미롭다.

재일동포 작가 사기사와 메구무, 그리고 제주도의 사진작가 김영갑. 이 둘은 지금 이 세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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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반양장)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제주도에 갔을 때 왜 그를 몰랐을까.

루게릭병으로 고통받다가 올해 세상을 떠난

사진가 김영갑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사진갤러리

'두모악갤러리'가 그곳에 있다는 걸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오직, 사진 그리고 제주도만을 위해 살아온 그의 기록은

너무 처절하고 비장하고 깊어서 숙연하게 만든다.

 

찰나의 황홀을 기다리며 20년 동안 제주도를 누빈 사람,

제주도 사람도 몰랐던 제주도를 발견한 사람,

사진 찍는 순간의 '오르가슴'을 알았던 사람,

사진을 위해 순교한 사람,

이어도를 만났고 그예 미쳐버린 사람이다.

 

요 며칠 사진이나 배워볼까, 했던 마음을 접는다.

사진이나.. 라니.

 

바람과 햇볕과 나무가 숨쉬는 사진을 보기 위해서라도

제주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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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저기서 재미있는 책이라는 소리를 엿들은 터라

마음 먹고 읽기 시작했다.

 

꽤 두툼하고

편집이며 디자인이며 번역(이라기보다는 교정교열 상태)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니 도대체 멈추기가 어려웠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3360킬로미터에 달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에 나섰다가 '실패한(!)'

두 아저씨의 실패담.

(그나마 화자는 진지한 편이나

어리버리하게 함께 나선 친구는 뚱보에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이혼남)

 

한편으로는 도대체 특별할 것도 없는 산행의 실패담,

그것도 성공담도 아닌, 을 이렇게 장황하게 묶어서 낼 수 있는

작가와 출판사에 경배를 보내고 싶을 지경이었지만

무지막지하게 재미있고 멋진 책이다.

 

설렁설렁 넘어가는 듯하지만

신랄한 문명 비판과

툭툭 내어던지는 덤덤한 태도가 나온 지 꽤 오래되었음에도

이 책의 가치를 지속시킨다.

특히나 길을 걷는 다종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묘사,

미국사에 대한 고찰 등도 일품이고.

대체로 이런 유의 책들이 자연을 예찬하고

감탄하고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착한' 내용이지만

이 책은 솔직함, 공감이 미덕.

  

참, 전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관없는

곰이 떡하니 표지에 박혀 있다니.

원저 출판사나 번역서 출판사나 용감한 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러고보니 이 책 번역자가 요즘 자전거 타고 미국을 횡단하면서

<한겨레>에 글을 연재하고 있는 그분이군.

느낌이 약간 비슷한 것도 같다.

그 책도 분명 단행본으로 나올 텐데 기대해본다.

 

그나저나 이전에 읽은 <밤의 피크닉>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걷기'를 유혹한다.

그런데 날이 너무 춥고 길이 미끄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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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기다렸던 그들의 신보 소식.

어느새 다섯 번째의 행복을 느낄 시간이다.

세 사람의 완벽한 조화, 그루브한 리듬과 세련된 멜로디, 건조하지만 매력적인 노랫말.

무엇 하나 버릴 것이 없는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아직도

열흘이나 남았다니.

얼른 공연장으로 달려가고 싶다..

겨울과 봄의 경계에 선 시간에 딱 어울릴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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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처음 구입한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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