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재미있는 책이라는 소리를 엿들은 터라
마음 먹고 읽기 시작했다.
꽤 두툼하고
편집이며 디자인이며 번역(이라기보다는 교정교열 상태)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니 도대체 멈추기가 어려웠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3360킬로미터에 달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에 나섰다가 '실패한(!)'
두 아저씨의 실패담.
(그나마 화자는 진지한 편이나
어리버리하게 함께 나선 친구는 뚱보에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이혼남)
한편으로는 도대체 특별할 것도 없는 산행의 실패담,
그것도 성공담도 아닌, 을 이렇게 장황하게 묶어서 낼 수 있는
작가와 출판사에 경배를 보내고 싶을 지경이었지만
무지막지하게 재미있고 멋진 책이다.
설렁설렁 넘어가는 듯하지만
신랄한 문명 비판과
툭툭 내어던지는 덤덤한 태도가 나온 지 꽤 오래되었음에도
이 책의 가치를 지속시킨다.
특히나 길을 걷는 다종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묘사,
미국사에 대한 고찰 등도 일품이고.
대체로 이런 유의 책들이 자연을 예찬하고
감탄하고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착한' 내용이지만
이 책은 솔직함, 공감이 미덕.
참, 전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관없는
곰이 떡하니 표지에 박혀 있다니.
원저 출판사나 번역서 출판사나 용감한 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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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이 책 번역자가 요즘 자전거 타고 미국을 횡단하면서
<한겨레>에 글을 연재하고 있는 그분이군.
느낌이 약간 비슷한 것도 같다.
그 책도 분명 단행본으로 나올 텐데 기대해본다.
그나저나 이전에 읽은 <밤의 피크닉>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걷기'를 유혹한다.
그런데 날이 너무 춥고 길이 미끄러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