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내가 있었네 (반양장)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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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작년, 제주도에 갔을 때 왜 그를 몰랐을까.

루게릭병으로 고통받다가 올해 세상을 떠난

사진가 김영갑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사진갤러리

'두모악갤러리'가 그곳에 있다는 걸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오직, 사진 그리고 제주도만을 위해 살아온 그의 기록은

너무 처절하고 비장하고 깊어서 숙연하게 만든다.

 

찰나의 황홀을 기다리며 20년 동안 제주도를 누빈 사람,

제주도 사람도 몰랐던 제주도를 발견한 사람,

사진 찍는 순간의 '오르가슴'을 알았던 사람,

사진을 위해 순교한 사람,

이어도를 만났고 그예 미쳐버린 사람이다.

 

요 며칠 사진이나 배워볼까, 했던 마음을 접는다.

사진이나.. 라니.

 

바람과 햇볕과 나무가 숨쉬는 사진을 보기 위해서라도

제주에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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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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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여기저기서 재미있는 책이라는 소리를 엿들은 터라

마음 먹고 읽기 시작했다.

 

꽤 두툼하고

편집이며 디자인이며 번역(이라기보다는 교정교열 상태)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한번 읽기 시작하니 도대체 멈추기가 어려웠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3360킬로미터에 달하는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에 나섰다가 '실패한(!)'

두 아저씨의 실패담.

(그나마 화자는 진지한 편이나

어리버리하게 함께 나선 친구는 뚱보에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된 이혼남)

 

한편으로는 도대체 특별할 것도 없는 산행의 실패담,

그것도 성공담도 아닌, 을 이렇게 장황하게 묶어서 낼 수 있는

작가와 출판사에 경배를 보내고 싶을 지경이었지만

무지막지하게 재미있고 멋진 책이다.

 

설렁설렁 넘어가는 듯하지만

신랄한 문명 비판과

툭툭 내어던지는 덤덤한 태도가 나온 지 꽤 오래되었음에도

이 책의 가치를 지속시킨다.

특히나 길을 걷는 다종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묘사,

미국사에 대한 고찰 등도 일품이고.

대체로 이런 유의 책들이 자연을 예찬하고

감탄하고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착한' 내용이지만

이 책은 솔직함, 공감이 미덕.

  

참, 전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상관없는

곰이 떡하니 표지에 박혀 있다니.

원저 출판사나 번역서 출판사나 용감한 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러고보니 이 책 번역자가 요즘 자전거 타고 미국을 횡단하면서

<한겨레>에 글을 연재하고 있는 그분이군.

느낌이 약간 비슷한 것도 같다.

그 책도 분명 단행본으로 나올 텐데 기대해본다.

 

그나저나 이전에 읽은 <밤의 피크닉>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걷기'를 유혹한다.

그런데 날이 너무 춥고 길이 미끄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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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타키타니 (2disc) - [할인행사]
이치카와 준 감독, 미야자와 리에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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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나와 괜히 쓸쓸해져서 밤새 뒤척였다.

외로운 꿈, 도 꾸게 되고...

숨을 쉬듯 까맣게 정지되며 옆으로 흐르는 화면의 영화.

 

에이코가 사들이는 옷. 단지 옷, 은 아니었지.

나에게는 무엇일까.

그것을 갖지 않고는 한순간도 견딜 수 없는 바로 그것.

"이렇게 (예쁜 옷)들을 남겨두고 죽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괄호 안은 무엇으로 대체될 수 있을까.

한번도 입지 못한, 따뜻하고 가벼운 회색 캐시미어 코트.

 

정교하게 기계를 그려내는 남자,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웃지 않는 남자.

고독이란 감옥에 갇힌 남자.

매일 오후 두 시에 치러지는 죽음을 기다리다가 돌아온,

트롬본을 부는 남자에게서 고독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남자.

그가 느끼는 삶 속의 작은 균열, 뭐가 달라졌다고 말할 수 없지만

특유의 감성으로 느낀 아주 미묘한 변화.

 

그녀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옷을 팔아 치우고

고독이라는 유전자를 남겨준, '아버지 역할이 익숙하지 않았던'

아버지와 이별하기 위해 곰팡이 슨 레코드판을 팔아버리고

그러고도 남은 것들을 불에 태워버리며

너무나 익숙해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그 '고독'이라는 것으로

다시 돌아와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를 보면서

자꾸 눈을 돌려야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20여 페이지 되는 소설 그 자체를 영상으로

옮긴 영화(어떤 대사는 거의 같다). 인물들이 '엉뚱하게' 독백을 읊어대는데,

그것 역시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새롭다.

 

사실 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만 들어도 좋아, 라는 심정으로

이 영화를 봤다. 그리고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솔직히 토니 타키타니가 썩 '잘생기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

<우나기>의 그처럼 우수 어린 모습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데 지금 찾아보니 그 역할의 배우 오가타 이세이도 미야자와 리에처럼 1인 2역이었다고 한다.

리에의 경우는 알고 있었고 영화 보면서 알 수 있는 거였지만 이세이는 전혀 몰랐다.

게다가 그는 현재 일본에서 모노드라마의 대가로 불리는 사람이라고 한다.

실제로 일러스트도 그리고 소설도 쓰는 대단한 예술가. 멋지다.

 

영화를 보고 얼른 이 작품이 하루키 책 무엇에 실렸는지 검색해봤다.

분명히 예전에 읽은 기억이 있는 작품.

<렉싱턴의 유령>에 수록되어 있다.

침대에 누워 이 책을 다시 읽는다. <얼음 남자>나 표제작 <렉싱턴의 유령>을 참 좋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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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디지털 트렌드
김용섭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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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한국 사회를 지배할 디지털 키워드'라는 부제나

'성공을 원한다면 디지털 인간으로 변신하라!'라는 띠지의 문안들은

조금은 과장되고 책의 내용과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런 '미래 예측'적인 성격보다는 현상을 진단하고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것이

더욱 정확한 이 책의 의도일 것이다.

비교적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트렌드'와 '디지털 키워드' 들은

평상시 신문의 IT 면이나 경제면으로 흔히 보던 내용을 정리한 정도인데

더 심도 있는 분석을 원한다면 실망스러울 수 있겠으나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디지털 생활을 한눈에 파악하기엔 적당하다.

무엇보다 '빅브라더'나 '스몰시스터'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데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점이 좋았다.

디지털 지상주의, 만능주의로 흐르는 세태에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런 문제점이 잘 지적되어야 할 듯하다.

하지만 상세한 예가 부족하고, 평이하며, 다소 중복되는 내용이 나타나는 점은 아쉽다.

특히 '대한민국이 디지털에 강할 수밖에 없는 8가지 이유'는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 아날로그적인 이유'로 억지스러워서 실소가 나왔다.

역시 트렌드 읽기, 예측, 대안 제시는 쉬운 작업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게 하는 책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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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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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나가, 즉 요시나가 후미가 남자이리라고 굳게 믿었는데,

여자였구나.. 흠..

그녀가 직접 등장하여, 실재하는 일본의 '맛집'들을 소개한다.

하나하나 다 들러보고 싶다.

컬러풀한 사진 한장 없이도 세밀하게 묘사하고

분위기를 전달해주니 괜히 입맛을 다신다.

Not Love but delicious foods make me so happy.

정확한 말이다^^

Y나가, 계속 이렇게 소개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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