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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타키타니 (2disc) - [할인행사]
이치카와 준 감독, 미야자와 리에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영화를 보고 나와 괜히 쓸쓸해져서 밤새 뒤척였다.
외로운 꿈, 도 꾸게 되고...
숨을 쉬듯 까맣게 정지되며 옆으로 흐르는 화면의 영화.
에이코가 사들이는 옷. 단지 옷, 은 아니었지.
나에게는 무엇일까.
그것을 갖지 않고는 한순간도 견딜 수 없는 바로 그것.
"이렇게 (예쁜 옷)들을 남겨두고 죽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괄호 안은 무엇으로 대체될 수 있을까.
한번도 입지 못한, 따뜻하고 가벼운 회색 캐시미어 코트.
정교하게 기계를 그려내는 남자,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웃지 않는 남자.
고독이란 감옥에 갇힌 남자.
매일 오후 두 시에 치러지는 죽음을 기다리다가 돌아온,
트롬본을 부는 남자에게서 고독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남자.
그가 느끼는 삶 속의 작은 균열, 뭐가 달라졌다고 말할 수 없지만
특유의 감성으로 느낀 아주 미묘한 변화.
그녀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옷을 팔아 치우고
고독이라는 유전자를 남겨준, '아버지 역할이 익숙하지 않았던'
아버지와 이별하기 위해 곰팡이 슨 레코드판을 팔아버리고
그러고도 남은 것들을 불에 태워버리며
너무나 익숙해서 벗어나고 싶어했던 그 '고독'이라는 것으로
다시 돌아와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를 보면서
자꾸 눈을 돌려야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20여 페이지 되는 소설 그 자체를 영상으로
옮긴 영화(어떤 대사는 거의 같다). 인물들이 '엉뚱하게' 독백을 읊어대는데,
그것 역시 하루키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새롭다.
사실 난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만 들어도 좋아, 라는 심정으로
이 영화를 봤다. 그리고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다.
솔직히 토니 타키타니가 썩 '잘생기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
<우나기>의 그처럼 우수 어린 모습이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데 지금 찾아보니 그 역할의 배우 오가타 이세이도 미야자와 리에처럼 1인 2역이었다고 한다.
리에의 경우는 알고 있었고 영화 보면서 알 수 있는 거였지만 이세이는 전혀 몰랐다.
게다가 그는 현재 일본에서 모노드라마의 대가로 불리는 사람이라고 한다.
실제로 일러스트도 그리고 소설도 쓰는 대단한 예술가. 멋지다.
영화를 보고 얼른 이 작품이 하루키 책 무엇에 실렸는지 검색해봤다.
분명히 예전에 읽은 기억이 있는 작품.
<렉싱턴의 유령>에 수록되어 있다.
침대에 누워 이 책을 다시 읽는다. <얼음 남자>나 표제작 <렉싱턴의 유령>을 참 좋아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