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정리된 생각에 끄덕거리기만 할 뿐

왜 

난 내 생각을 정리하지 못할까. 정리하지 않을까.  

내 생각이 없다. 정돈하지 않고 마주 헝클어진 상태로 마구잡이로 산다.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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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rubik's cube에 몰두하다가 여섯 면 맞추기의 한계를 깨달을 무렵 카메라 렌즈에 맘을 몽땅 휘둘렸다. 아직도 렌즈에관해선 줄다리기 진행중이고, 최근엔 ripstik 타는 재미에 밖에서 애들과 엉켜 노느라 땀빼고 있다.   

ripstik 은 옆집 아이가 타고 노는 걸 보더니 큰아이가 너무나 갖고 싶어했었는데,마침 크리스마스 근처여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ripstik을 원했더랬다. 큰아이는 아직 산타의 존재에대해 반신 반의하는 경계에 있는터라 '내가 사주마'라고 말할 수 없었고, 다만 ,뭐든 재미있게 즐기며 생활하면 산타가 우리집에 오지 않겠느냐고 말해줬다.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아무 말 안하고 있었기에,남편까지도 큰아이 선물 왜 안사냐고 추긍했었다. 남편도 큰아이가 ripstik을 얼마나 갖고 싶어하는지 알고 있었으므로 사주고 싶었나 보다.  하지만,ribstik은 이미 일주일 전부터 차고에서 대기 중이었다. 남편과 아이 모두를 놀래 줄려고 했었는데... 

가끔 어린아이 같이 순진한 남편도 내가 이 계획을 성공했었다면 산타를 믿게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그런데 크리스마스 이브에 작은 아이 선물을 고를때 큰아이 것도 산다고 막무가내로 남편이 우기는 바람에 말리느라 결국 들통이 났지만,이미 주문해 놓은 선물 얘기를 하면서 둘이 한참 웃었고. 내가 남편도 속이려고 했었다는 꿍꿍이를 알고 더불어 즐거웠다. 

딸아이는 크리스마스 아침에 내가 쇼파 뒤쪽 창가 아래 숨겨둔 선물을 찾아냈다. 괴성과 함께 흘리는 환희의 눈물은 내게 너무나 아팠다. 내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콧구멍이 환하게 벌어져 하늘을 바라보고, 눈물이 줄줄 흐르는 눈으로  날 바라보며 선물을 들고 "왔어! 왔어!" 를 반복하며 좋은 건지 슬픈 건지 분간하기 힘든 표정,10년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표정. 미안하고 쓸쓸했다. 내가 평소에 큰아이에게 지워줬던 짐의 무게를 순간적으로 느꼈다. 힘들어도,하기 싫어도 아직 거부할줄 모르고 타협할줄도 모른채 그저 따라준 아이. 

내년 한 해는 하루에 꼭 한 번은 인정해주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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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너무일나 무료하야 벗어나고 싶어 안달 하다가도,막상 아줌마들이 나를 불러내기라도하면 귀찮기부터 하니..참으로 내 맘 나도 잘모르겠다. 집에 한번 박혀 있으면 그것도 관성이 붙는지 주중에 한번도 바깥 걸음을 안하기도 하는 나. 분명 자폐 증후가 있나보다.

간만에 식사 초대를 했는데,3명 중 1명이 약속 시간 막바지에 전화를 했다. 못온다는 전화. 전날부터 머릿 속으로 식사 테이블을 몇 번 차려봤지? 뜨거울 때 음식을 바로 바로 서빙하려고 요리 스케줄을 얼마나 주물럭거렸지? - 난 음식을 뜨거울 때 서빙해야한다는 것에 거의 강박적이다 - 그 전화 한 마디. 무릎에서 기운이 스르르 빠져나가는 듯한 서늘한 언짢음. 이런 기분을 종전에도 한 번 경험하게 만들었던 그 1인이 또 내게 연타를 날렸으니, 나란 존재가 그 1인에겐 불필요한 존재구나라는 비약에서 어찌 자유로울 수 있으랴.... 하지만 곰곰히 되뇌어보니, 내 초대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기억이 번뜩 나면서 잠시 위안.

이제 이곳에서의 생활을 주섬주섬 마무리해야할 때가 온 것 같은데,이곳에 오기전 뒤숭숭하게 몇 개월 산 것처럼 또 붕뜬 기분으로 몇개월을 지내겠지. 난 일박 이일 여행을 가더라도 내가 싸놓은 짐은 무지하게 크다. 하지만 여행가서 풀어놓은 짐 속엔 내가 이걸 왜 들고왔다 싶은 것들이 많다. 그리고 정작 필요한 것은 없는. 그래서 걱정이다. 여길 떠나면서 내가 또 빠뜨리고 가는 것들이 부지기수일 텐데.

...

우리집 초대에 왔던 이들 중에 하나가 내 책장에서 책 한권을 들고 갔다. 빌려달라고.  순간 찌리릿. 그 책은 내가 누군가 좋은 사람을 만나면 주려고 여분으로 구입해 놓은 책이었다. 책선물은 주인을 잘못 만나면 천덕꾸러기가 된다. 내가 선물한 책에 냄비자국을 새기고, 방바닥에 뒹굴렸던 끔찍한 책주인을 목격했었기에 책선물은 너무나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1년 반 동안 그 책은 내 책장에 꽂혀 있기만 했었다. 내가  몇 년의 텀을 주고 수 차례 읽고 또 읽으며 흐믓해 했던 그 책이 홀대 받는 꼴  '절대'  '다시는'  눈뜨고 못본다는...일념.  사실 그녀가 그 책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고,옆에 있던 이가 그 책을 거론하면서 그녀가 잡게 되었지만, 어쩌면 그 책이 그녀를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 책을 준다고는 그녀에게 아직 말 안했지만, 그 책은 이미 그녀의 것이다.

오랜만에 글쓰기를 하려니 생전 안아프던 머리가 아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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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마주하고 얘기할 때는 끝간데 없이 밀착된 느낌이다가,돌아서면 휭하고 씁쓸함. 그 사건 이후. 벌써 꽤 되었다. 시간으로도 물타기가 안되는 이 탁한 느낌은 뭘까.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서 큰아이의 여름캠프도 바로 시작되었다. ㅎ엄마의 큰아이가 내 아이와 같이 캠프를 다니게 되면서 매일 아침 저녁 ㅎ엄마와 만나지게 되었다. 잠깐의 짜투리 시간이라도 매일 얼굴을 보며 일상을 나누다 보니,지금까지 미국에서의 생활이 참 적막했었구나.자연스레 알 수 있었고, 아 그래서 교포들이 교회를 통해 소통을 하는거구나.하고 깨달을 정도로 ㅎ엄마와의 시간이 내겐 생활의 큰 변화였고 생기였다.

가끔 ㅎ엄마가 늦거나 하면 기다려서 꼭 얼굴을 보고 가곤 했었는데,지난 주 목요일은 9시가 지나도 그녀은 오지 않았다. 궁금해서 여러차례 전화를 했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계속 캠프장소에서 기다리던 중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ㅎ엄마가 접촉사고를 냈으니 운전 조심하라는 당부전화였다.ㅎ엄마가 사고를 내고 그녀의 남편에게 연락을 한 거였고,남편들이 같은 회사에 근무하므로 사고 소식을 남편이 알았던 것이다. 너무나 걱정이 되었지만,사고 처리 문제로 정신 없을 것 같아 2시간 후에 다시 전화를 했는데 그녀는 역시 받지 않았다. 사고가 크게 난 걸까,걱정이 되어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지만 남편도 사건 경위를 아직 알지 못했다. 다시 2시간 후 여러차례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역시 받지 않았다. 걱정이 점점 부풀었고,뭔가 사고가 크게 나서 외부 접촉까지 피하는 걸까,하는 상상까지 갔다. 아이들 캠프 끝날 시간이 되어서 데릴러 가면서,그녀 아이를 캠프에는 출석시켰다고 들었으니 그녀가 데릴러 올것이고, 그때 만나야겠다.하고 내심 큰 걱정을 하며 아이를 데릴러 갔는데,이미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간 후였다. 이쯤 되면 내 심정이 어떨지 쉽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집에 돌아와서 그녀의 집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녀의 큰아이가 받았다. 전화 뒤에서 "누구야? 아빠야?"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화는 그녀에게로 넘어갔다. 그녀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맥이 빠졌다. 뭔가 슁 빠져나가는 허전함.

사고는 경미했으며,일방적인 그녀의 과실로 일어났었다고 한다. 사고는 다행히 빨리 수습되었고 그녀는 아이를 캠프에 데려다 놓고 집에 있었다고 한다.  얘기를 들어보니 ㅈ엄마와 ㅅ엄마와는 이미 오전 중에 통화를 했었던 것 같다. 좌불안석,안절부절하며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던 나는 맨 나중에야 겨우 그녀와 힘겹게 통화할 수 있었던 거였다. ㅎ엄마의 말로는 집에 들어와서 세차 등을 하느라고 바빠서 전화를 못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전화한 건 이미 알고 있었는데 이것저것 바빠서 전화를 해주지 못했노라고 했다. 그러나 ㅈ엄마와 ㅅ엄마는 이미  통화를 했다는 말을 들으니,큰 사고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보다는 전화 한통에 밀려드는 그 섭섭함이 말도 못하게 컸고...나중엔 섭섭함에 황당함까지 더해지는 듯 했다.


말하자니 정말 별것도 아닌데,아무것도 아닌데, 충분히 그럴 수도 있는 건데. 말하고 나면 좁아터진 내 속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아는데. 뭔가 선명치 못한 것이 맘에 남아 시간이 지나도 희석이 안되니. 괴롭다.  그녀의 사고 이후 내 맘에 이 그늘이 그녀 앞에서 이전처럼 활짝 갠 웃음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음을 구지 거울을 갖다 들이대지 않아도 나 스스로 안다. 그녀와의 틈은 시간이 지날 수록 견고해지는 듯 하다. 더이상 그녀 앞에서의 무장해제 시절을 더듬기보다는 그 틈을 그냥 그녀와 나의 간격이나 차이로 인정해야지 싶다.


내가 그녀에게 정서적으로 많은 부분을 의지했었나보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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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여러 가족들 모임에서 큰아이의 피아노 재능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큰아이에겐 청음 능력이 있는데. 어떤 멜로디건 들으면 건반으로 칠 수 있다. 가요는 물론 최근엔 모짜르트의 주피터도 주 멜로디를 딩동딩동 치곤한다.

주위 엄마들이 큰아이의 청음능력을 매우 놀라워하면서, 아이가 재능이 있는데 부모가 뒷받침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난 작년에 사준 전자키보드면 지금 혼자 연습하는데 별 무리없다고 생각하는데,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날 참 한심하게 바라보는 듯 해서 맘이 불편하다.

피아노를 사줘야 하지 않느냐. 피아노가 있어야 제대로된 소리를 들을 거 아니냐,는 말은 매번 날 압박한다. 난 나중에 정말 아이의 능력이 재능으로 검증되면 그 때 피아노를 사주겠다고 말했다가 한 번 더 무안당했다. 하지만 내가 해주고 싶은 뒷받침은 전자피아노 딱 거기까지다. 피아노를 사면 좀 더 좋은 피아노,레슨을 하면 좀더 좋은 선생님,그 끝이 없는 뒷받침을 하는 부모도 있는 가 하면,나 처럼 직무유기급 부모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큰아이는 여러 방면에 재능이 있어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 피아노도 그렇고,원본과 똑같이 그려내는 그림 솜씨, 매일 쓰는 영어,한글 일기를 보면 글쓰기 능력도 있는지 이러다 작가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하고,손재주도 있어 이것 저것 뚝딱뚝딱 잘 만들어 내곤 한다. 난 내 아이의 이런면들을 그저 기특하네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엄마들이 보고는 음악영재라느니,미술 영재라느나,국어영재라느니 보는 것마다 영재라는 말을 갖다 붙인다. 첨엔 부담스럽더니,이젠 웃음이 난다.

난 아이의 청음 능력이 피아노 학원등의 제도권 교육으로 밀어 넣지 않았기 때문에 생겼다고 믿는다. 악보의 존재을 모르기 때문에 아이가 연주를 하려면 오로지 듣는 방법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의 감각은 듣기 쪽으로 쏠린 것이 아니었을까. 피아노 학원에 본인이 원해서 보내준 적이 있었는데,한 달만에 그만 두었다. 음악으로의 접근 방법이 자신의 것과는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시는 피아노 학원에 다니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큰아이는 지금까지 그 흔한 학습지 한 번 해보지 않았다. 한글도 플래쉬 카드 한 박스와 "오늘은 소풍가는 날"이라는 큰아이가 무지 좋아하는 그림책 한 권으로 터득했다. 집에 전집 한 권 들여놓지 않았고, 세트로 사는 기 십만원짜리 유아 놀잇감 책 세트등등도 구입한 적이 없다. 모두 한권 한권 내가 선택한 낱권 책들뿐이니 집에 있는 책도 100권 정도가 아닐까 한다. 한마디로 남들이 다 한다는 것 난 잘 안했었다. 어릴적 난 전집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책도 별로 많이 읽지 않았다. 매일 하는 일일공부는 지금 생각해도 속이 구져지는 듯하다. 그래서 내가 싫었던 경험들은 돌아서 가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가 책의 맛을 안 것은 성인이 되어서였다.

미술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 미술 학원에 보냈더니 (4세-5세 유아의 경우였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잘 그린 것 같은 정형적인 그림들을 그려내는데,이전의 창의적인 기발한 그림은 없어졌다고 아쉬워 하는 엄마를 본 적이 있다.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우려하는 게 바로 그거였다. 그래서 어린이집에 가자마자 계이름으로 멜로디언을 치는 연습을 하는 딸 아이를 걱정스럽게 쳐다보곤 했었다.

부모가 무한대로 뒷받침해주고 닦아줘야만 생기고 자라는 것이 재능이던가. 재능이란 거 아무리 덮어도 빛처럼 뿜어나오는 거 그런거 아니던가. 너무나 안이한 태도 같지만,10살 딸아이에게  난 맘편한 지금정도의 뒷받침만 하련다. 미안하다 딸아. 넌 네가 하고싶은게 뭔지만 알면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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