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아는 한 최근에 일련하여 발생한 <자살>사건과 관련해 가장 수준 높은 이해를 보여주는 글이다.

최진실 씨 자살사건은 또 하나의 ‘국가대표급’ 자살이다. 모든 세대와 계층이, 경력 20년의 ‘톱스타’인 그녀를, 또는 그녀의 인생을 알고 있다. 이는 안재환 씨 자살사건과 그 충격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났다. 이 자살은 그 파급효과에 있어서도 가장 넓고 강력하고 지속적일 것이다.

최진실 씨는 입지전적 인물의 하나다. 그녀는 ‘가난하고 못 배운’ 또순이이자 ‘소녀가장형’ 인물이었다. 몸뚱아리와 강한 의지(또는 욕망) 외에 가진 것이 없었던, 그리고 그것으로 세상과 상대해 온 인물이었다. 그녀의 인생은 한국에서 상상할 수 있는(아니, 그것을 초과하는) 가장 통속적이고 드라마틱한 ‘여자의 일생’을 구현했다. 

행복을 평범ㆍ소박하고 조용한 삶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 간주할 때, 생의 화려함과 불행(험난함)은 서로 배치(背馳)되는 것이다. 화려한 생은 불행할 가능성이 더 높다. 화려한 것을 추구하는 생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자살할 확률도 높다. 미니멀한 삶이 훨씬 안전하다. ‘단순하게 살아라’... 모든 ‘뉴에이지’적인 것이 가르치는 바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ㆍ인기ㆍ권력 등으로 표상되는 생의 화려함(일상의 용어로는 ‘잘 나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 것을 추구하지 않는 생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돈ㆍ인기ㆍ권력이 없는 생이야말로 불행한 것 아닌가. (우울증론자들은 그것을 필요한 만큼 추구하지 않는 것도 ‘우울’의 징후라 생각한다. <우울증에 반대한다>를 보라.)

 

 

 

 

 

모험을 걸어 ‘화려함’을 추구하는 것, 거기에는 대가가 따른다. 그래서 자아의 작용, 즉 자아의 ‘기술’은 개인에게 닥치는 이 거대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작동(해야) 한다. 안분(安分)의 논리는 그래서 동서고금을 통해 계발되어 왔다. 그러나 안분은 패배와 자족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초월과 다르다.




최 씨가 세상을 뜬 날, 한국에서 열리는 가장 화려한 행사의 하나인 PIFF 개막제가 열렸다. 레드카펫 위에 가장 비싼 옷을 입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저 여자 ‘스타’들을 보라. 그리고 그 생과 자아를 상상해보자. 10대에 벌써 전국적인 인물이  저런 소녀의 삶은 무엇일까? 하지만 모든 여배우들이 최진실처럼 살지는 않는다. 그들 모두가 ‘연예’라는 현대 대중문화의 기제를 통해 소비되지만, 그녀의 생과 육체의 전체를 갈취당하지는 않는다. 이런 면에서 최진실은 ‘근대적 연예인’, ‘여배우’이다. 생득적 계급ㆍ계층의 문제가 여기에도 관련된다.

소위 ‘공인’, 그중에서도 특히 ‘연예인’의 자아는 매우 위태로운 것임을 최씨의 자살이 보여준다. 그들은 ‘늘 노출된 상태’에서 지낸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언제나 감시(cf. 파파라치)와 ‘평가’의 대상이 된다. 특히 연예인에 대한 세인의 평가란 실로 놀라운 것이다. 전국의 남녀노소가 언제나 그(녀)에 대해, 그리고 그(녀)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육체의 세세한 모든 것과 연애ㆍ결혼경력과 사고방식은, 그야말로 ‘소비’된다.

그러나 ‘소비’라는 말은 매우 무책임하고 둔탁하다. 평가하는 세인(수용자)의 관점에서 볼 때에도 이 ‘소비’는 그저 껌 한번 씹고 버리는 그런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특히 여성과 청소년에게 있어) 자아와 욕망의 투사이자, 표상행위이다. 이는 심각한 ‘수행’이다. 

그런데 이 평가와 소비는 오늘날, ‘인터넷’이라는 공간 덕분에 새롭게, 더욱 신경증적으로 제도화되어있다. 평가받는 쪽은 어떨까? 이건 과히 상상을 초월한다. 타인의 평가, 세인의 평이라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바로 여기에서 자살할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주어져있다.)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주목-받기(인정받기)’가 행복의 경계와 맺는 함수가 어디까지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그 상대적 작용을 거의 조정하지 못한다.

 


[출처] 최진실 씨의 경우 (1) |작성자 마포매냐

최진실 씨의 자살과 그에 따른 사회적 파장에 대처하는 여당과 일부 보수 언론의 대응은 한마디로 졸렬하다.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살률에 대해서는 아무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않는) 정부ㆍ여당이 저처럼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최진실 씨의 자살에 따른 사회적 파장을 즐기고 있다. 그 목적은 단 하나다. 인터넷을 통제하여 언로(言路)를 막고 우민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과 보수 언론은 최씨의 자살 원인을 ‘악플’이라 단정하고 있다. 안재환 씨와 결부된 최씨에 대한 소문이 만들어진 곳은 온라인이 아니라, 평소에도 온갖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만드는 증권가라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그들은 그렇게 몰고 가고 있다. 

자살학에서 가장 어려운 점의 하나는 자살(기도)자의 심리적 동기를 객관적인 사회적 언어로 재구성(프로파일링)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복합적인 인격을 가진 현대의 인간은 단 한 개의 명쾌한 동기나 원인 때문에 자살하지 않는다. 스스로도 모호하고 절망적인 상태에서, 복잡한 이유가 중첩되고 또 그 이유가 반복적으로 자아를 파괴시켜 온 상황에서 자살을 선택한다. 어떤 경우 자살은 충동적으로 선택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 경우에도 그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다만 우리가 가진 상식에 비추어 어떤 행위의 동기를 사후적으로만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과학적으로는 급ㆍ만성 우울증과 조울증과 자살행동의 관계에 대한 생화학적ㆍ통계적 상관성이 밝혀져 있을 뿐이다. 

사회(학)적으로는, 통계적 필요와 ‘예방’을 위한 활동 때문에 자살자의 동기를 분류하고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타인의 자살(기도)에 대해 조금이라도 구체적이고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쉽게 그 원인과 동기를 단정하는 것은 자살(기도)이라는 실존적 행위에 대한 모욕이며, 자살(기도)자에 대한 예의 있는 태도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관련된 정황을 여러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런 견지에서 그들은 최진실 씨의 죽음을 모독하고 있다.

물론 타인에 의한 모욕과 자살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동서고금에서 자살은 견디기 어려운 모욕을 씻는 방법으로 널리 선택되어 왔다. 또한 모욕은 공격당하는 자아에게 상처를 입히고 결국 자아존중감을 약화시킬 수 있다. 자아존중감의 약화는 자살의 근저적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인신공격은 그 자체로 위험하고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이다.

전여옥이라는 국회의원이 최진실 씨가 죽고 난 뒤에 악성댓글이 죽음의 원인이라 단정하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닌가 싶다"며 "각박한 세상에 우리에게 꿈과 용기를 그리고 즐거움을 주었던 이들이 이렇게 바쁘게 이 세상을 떠나게 만든 것은 말입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한다. 싸움닭처럼 남을 공격하는 데 누구보다 뛰어난 능력을 보여줬던 이 국회의원 자신이 네티즌들한테 항상 심한 공격을 받아왔다. 밖에 보이는 것과 통상의 감각으로 그녀는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듯’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도 쏟아지는 욕들 앞에서는 힘들었을 것이다. 악플 받는 어려움을 진정 이해한다면, '우리 모두의'를 운운하지말고 이번 기회에 그녀가 그동안 자신이 타인들에게 해왔던 공격들을 사과했다면 어땠을까?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최진실법>은 전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너무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법리적으로도 전혀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한나라당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그들은 진심으로 악의를 가진 ‘안티팬’으로부터 연예인들을 보호하고, 스토커나 페니스 파시스트들에게서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 법을 제정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한나라당은 어떤 사람들을 막무가내로 ‘좌빨’ ‘친북’ ‘좌파’ ‘좀비’ ‘절라도’라는 식으로 매도하는 문화도 함께 사라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을까? 

한나라당은 원하는 것은 오로지 대통령을 쥐에 비유하고, ‘조선’에 ㅅ받침을 첨가하여 부르는 식의 인터넷 문화가 사라지는 것일 테다. 그런 문화는 잘못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인터넷 문화는 우리 민주주의의 기초이다.

한편, 그런 인터넷정치 문화와 연예인 누군가의 용모, 행동, 언행을 인신공격하는 사적인 ‘배설’이 같은 차원의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나라당과 일부 보수 언론은 이런 것들을 구분할 능력과 의사가 없다고 보인다. 누가 악플러이며, 어떤 것이 악플인지? ‘모욕’의 상대성ㆍ주관성의 문제를 누가 판단할 수 있는지? 기초적인 법리조차 처음부터 토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 마지막으로 하나 덧붙이자.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10대에서 70대 노인까지 전세대에 걸쳐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의 높은 자살률은 소위 ‘민주정부’ 약 10년 간 달성된 것이라는 점. 이 사이에 한국에는 무슨 일이 있었나? IMF가 있었고, ‘양극화’가 심화되었고, 비정규직은 늘어났다. 한마디로 개인들 사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사람들은 더욱 외로워졌다. 한국에서 어린이건 노인이건, 누구나 살기 어렵다. 누구나 팍팍한 삶을 살기 때문에 자살률이 높다. 그리고 팍팍한 삶을 살기 때문에 여리고 약한 희생양을 찾아낸다. 만약 자살률이 해당 사회 성원의 행복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면, 지난 10년 간의 소위 민주정부는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자살률이 무려 2배로 높아졌다. 그들은 자랑스런 ‘대한민국’에 복속된 개인들의 행복을 전혀 증진시켜 주지 못했다. 과연 이명박 정권은 어떨까? 입만 아플 것 같다.


[출처] 최진실 씨의 경우(2) - '최진실법'|작성자 마포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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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6 2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06 2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10-07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덕끄덕~ 공감입니다!

나비80 2008-10-07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래저래 우울한 소식일 수밖에 없지요. 역시 죽음은 인간에 대한 좀 더 심오한 이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때에도 상황을 기가막히게 이용하려는 세력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는 걸 보며 놀랄수밖에 없습니다.
 

 
"한일중 대표작가들 동아시아의 평화비전과
공동가치를 위해 서울에 모이다"
'제1회 한일중 동아시아 문학포럼'개최
오는 9월 29~10월 5일 서울과 춘천에서
문학포럼(9/30~10/1), 선상낭독회(10/1), 작가교류의 밤(9/30),
작가별 강연 총 10회, 3국 작가 공개대담(10/2),
춘천 방문 행사(10/3~4)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열려

-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의 문학 및 문화교류와 동아시아 담론 정립에 일대 전기를 마련할 '제1회 한일중 동아시아문학포럼'이 오는 9월 29일(월)부터 10월 5일(일)까지 프레스센터를 비롯한 서울과 춘천 일원에서 개최된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김정헌) 주관, 동아시아문학포럼 한일중 조직위원회 주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3국을 대표하는 문학인과 지식인들이 대거 참여해 동아시아가 추구할 공동가치와 미래비전 구축에 대해 논의하고 상호간에 이해의 폭을 넓히며 우의를 돈독히 하는 화합과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행사의 의의, 추진경과, 전망
  이번 '한일중 동아시아문학포럼'은 ▲오랜 세월 밀접한 영향관계를 맺어온 3국의 문학과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갈등 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현 상황에서 지식인이자 예술가인 3국의 문학인들이 모여 동아시아의 미래지향적 공동가치를 탐색하고 평화기조를 정착시키는데 기여하며 ▲3국 문학인과 지식인들의 지속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상호 교류를 통한 문화적 공감대 형성에 그 의의가 있다.
  특히 ▲한중일의 대표적인 주류 작가와 지식인들이 참가하고 ▲어느 한 나라의 일방적인 주도가 아닌 3개국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각각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여 공동으로 추진하며 ▲3개국이 순회개최하며 향후 동아시아의 주변국가의 참가와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동아시아 공동가치와 미래비전 구축에 크게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아시아문학포럼은 2006년 재단이 주최한 '김우창-오에 겐자부로 공개좌담'에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했다. 이어 재단과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 모옌 간에 행사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며 중국의 참가가 모색되었다. 이를 토대로 작년 한일중 조직위원회가 구성되면서 행사준비가 본격화되었다. 한국 조직위는 위원장 김우창(고려대 명예교수), 부위원장 오정희(소설가) 등 9명의 위원들로 구성돼 있고 일본 조직위에는 대표 시마다 마사히코(島田雅彦), 특별고문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郎), 이노우에 히사시(井上ひさし) 등 역시 9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작가협회 주석인 티에닝(鐵凝)이 주임위원, 소설가 모옌(莫言)과 시인 레이쉬옌(雷抒雁)이 부주임위원을 맡는 등 주요 작가들로 조직위를 구성하였다.
  동아시아문학포럼은 재단과 문화예술위원회가 주도하여 올해 대회를 창설하고 향후 일본, 중국을 순회하며 격년제로 개최되며 행사업무와 비용의 대부분을 주최국에서 부담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행사명칭은 '주최국-차기 주최국-차차기 주최국' 순으로 정해지며 행사가 한일중을 한바퀴 순회한 후에는 북한, 대만, 몽골, 베트남 등 여타 동아시아 국가들을 포괄하는 진정한 의미의 동아시아포럼으로 확대, 발전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 주요 프로그램 개요
  이번 행사는 크게 동아시아적 담론과 3국의 문학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학술행사와 각국의 작가들이 서로 교류하고 우정을 쌓으면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작가교류행사로 구성돼 있다. 특히 거대담론에 대한 논의 못지않게 작가들 개개인 간의 접촉을 긴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3국 조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작가교류행사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는 데 이번 행사의 특징이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현대사회와 문학의 운명 - 동아시아와 외부세계"를 주제로 한 문학포럼, 3국 작가단 대표 기자회견, 한강 유람선에서의 선상낭독회, 작가별 강연 및 언론대담, 3국 작가 공개대담, 작가교류의 밤, 공연관람, 춘천 방문 행사 등이 있다.
  행사는 외국 작가들의 입국일인 9월 29일(월) 오후 2시에 광화문 교보빌딩 10층 강당에서 열리는 3국 작가단 대표 기자회견으로 시작된다. 이 자리에는 한일중 3국 작가단 대표 각 3명씩이 참가해 행사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게 된다.
  이어 9월 30일(화)~10월 1일(수) 이틀간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과 기자회견장에서 개최되는 문학포럼은 3국 대표문인들의 기조발제를 비롯, '동아시아문학과 세계문학'(총 3개 세션), '동아시아문명과 문화공동체'(총 1개 세션), '고향, 국가, 지역 공동체, 세계'(총 3개 세션), '문학의 미래'(총 3개 세션) 등 5개의 소주제로 나뉘어 진행된다.
  9월 30일(화) 남산 문학의집 서울에서 열리는 작가교류의 밤은 각국의 작가들이 자유롭게 대화하고 토론하며 상호이해와 우정을 두텁게 하는 자리이다. 아울러 이때 맞춰 출간되는 중일 작가들의 번역서에 대한 증정행사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10월 1일(수) 저녁 한강 유람선에서 개최되는 선상낭독회는 3국의 작가 각 4~5명씩이 낭독자로 나서 각자의 작품을 낭독하고 서로의 문학세계를 음미하며 친목을 도모하는 문학축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가별 강연은 주요 대학 및 문화단체 등의 신청을 받아 이루어졌으며 대한민국예술원과 서울대 등 총 10개 대학 및 기관에서 진행된다. 3국 작가 공개대담은 황석영, 시마다 마사히코, 모옌 등 각국 최고의 인기작가들이 대중들 앞에서 서로의 문학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값진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관람은 중일 작가들이 한국 대표공연인 <지하철 1호선>을 단체로 관람하게 된다.
  한편 "이야기로 만나는 아시아의 작가들"이란 타이틀로 열리는 춘천 행사는 김유정 탄생 1백주년 기념행사와 연계하여 개최되는 것으로 동명의 주제를 가지고 열리는 문학포럼을 비롯, 김유정 문학의 밤, 한일중 문예영화제, 대학 및 고교생들과의 간담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 방한작가들 작품출간 줄이어
  이번 중일 작가들의 방한을 계기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 출판돼 화제가 되고 있다.
  문지에서는 쓰시마 유코의 대표작 『불의 산』이 대산세계문학총서로 발간될 예정이고 창비에서는 모옌의 『인생은 고달파』를 출간한다. 문학동네에서는 역시 쓰시마 유코의 장편 『웃는 늑대』와 히라노 게이치로 단편집 『당신이 없었다 당신』, 쑤퉁 신작장편 『뱀이 어떻게 날 수 있지』, 모옌 단편집 『달빛을 베다』를 대거 출간하게 된다. 또 실천문학에서는 티에닝 주석의 장편 『목욕하는 여자들』(가제)을 출간하고 강 출판사에서도 나카자와 게이의 소설을 출판할 예정이다. 창비와 실천문학 등에서는 이들 작가들의 방한에 맞춰 별도의 출간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 동아시아문학포럼에 즈음하여 출간되는 중일 작가 작품
작가
작품
출판사

쓰시마 유코
 불의 산
문학과지성


 웃는 늑대
문학동네

히라노 게이치로
 당신이 없었다 당신
문학동네

나카자와 게이
 토끼 사냥(가제)
강 출판사

티에닝
 목욕하는 여자들(가제)
실천문학

모옌
 인생은 고달파
창비


 달빛을 베다
문학동네

쑤퉁
 뱀이 어떻게 날 수 있지
문학동네

▶ 출간 기념 행사
  - 창비 : 모옌 신작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10/1 점심, 장소 미정)
  - 실천문학 : 티에닝 신작 출간 기념 강연회(10/1 오전 광운대)
  ◎ 세부 프로그램 내용
◆ 3국 작가단 대표 기자회견 * 비공개
 - 일시 및 장소 : 9월 29일(월) 오후 2시 광화문 교보빌딩 10층 소강당
 - 참가작가 : 김우창, 오정희, 최원식(이상 한국),
              이노우에 히사시, 시마다 마사히코, 쓰시마 유코(이상 일본)
              티에닝, 모옌, 레이쉬옌(이상 중국)
◆ 문학포럼 : 9월 30일(화)~10월 1일(수) 오전 10시~오후 6시 프레스센터 * 공개
날짜
시간
장소 및 내용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

9/30
(화)
10:00~
10:30
개회식
-


10:30~
12:30
1세션: 기조발제
▶ 발제 : 유종호, 이노우에 히사시, 티에닝
▶ 사회 : 황지우
-


14:00~
16:00
2세션: 동아시아문학과 세계문학-1
▶ 발제 : 정현종, 가와무라 미나토, 모옌
▶ 토론 : 황종연, 치노 유키코, 왕홍자
▶ 사회 : 박재우
3세션: 동아시아문학과 세계문학-2
▶ 발제 : 최윤, 나카자와 게이, 지홍전
▶ 토론 : 방현석, 이문재, 아오야마 신지
▶ 사회 : 윤상인


16:10~
18:10
5세션: 동아시아문명과 문화공동체
▶ 발제 : 최원식, 시마다 마사히코, 왕홍자
▶ 토론 : 유중하, 마쓰우라 리에코, 지홍전
▶ 사회 : 신인섭
4세션: 동아시아문학과 세계문학-3
▶ 발제 : 김연수, 히라이데 다카시, 쑨깐루
▶ 토론 : 공지영, 강영숙, 쓰시마 유코
▶ 사회 : 성민엽

10/1
(수)
10:30~
12:30
6세션: 고향, 국가, 지역 공동체, 세계-1
▶ 발제 : 황석영, 아오야마 신지, 쑤퉁
▶ 토론 : 도종환, 천운영, 히라노 게이치로
▶ 사회 : 서경석
9세션: 문학의 미래-1
▶ 발제 : 오정희, 마쓰우라 리에코, 리징저
▶ 토론 : 이인성, 김기택, 가와무라 미나토
▶ 사회 : 백원담


14:00~
16:00
7세션: 고향, 국가, 지역 공동체, 세계-2
▶ 발제 : 임철우, 쓰시마 유코, 쑨후이펀
▶ 토론 : 오수연, 나카자와 게이, 리징저
▶ 사회 : 김진공
10세션: 문학의 미래-2
▶ 발제 : 나희덕, 히라노 게이치로, 쉬롱쉬
▶ 토론 : 은희경, 히라이데 다카시, 쑨깐루
▶ 사회 : 김춘미


16:10~
18:10
8세션: 고향, 국가, 지역 공동체, 세계-3
▶ 발제 : 신경숙, 호시노 도모유키, 한스샨
▶ 토론 : 최인석, 안도현, 치노 유키코
▶ 사회 : 박유하
11세션: 문학의 미래-3
▶ 발제 : 성석제, 와타야 리사, 레이쉬옌
▶ 토론 : 김혜순, 김애란, 시마다 마사히코
▶ 사회 : 유세종

◆ 선상낭독회  * 비공개
 - 일시 및 장소 : 10월 1일(수) 오후 7시 여의도 한강유람선
 - 낭독자 : 정현종, 최승호, 안도현, 김행숙, 오정희(이상 한국),
            시마다 마시히코, 히라노 게이치로, 나카자와 게이, 히라이데 다카시(이상 일본)
            티에닝, 레이쉬옌, 쑤퉁, 쉬롱시, 한스샨(이상 중국)
◆ 3국 작가 공개대담 * 공개
 - 주최 : 대산문화재단, 교보문고
 - 일시 및 장소 : 10월 2일(목) 오후 6시,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10층 강당
 - 참가작가 : 황석영, 시마다 마사히코, 모옌 (사회 성민엽)
◆ 작가교류의 밤 * 비공개
 - 일시 및 장소 : 9월 30일(화) 오후 7시, 남산 문학의집 서울
 - 참가자 : 한일중 참가작가 및 주요 문인 등 120여명
◆ 작가별 강연 * 공개
주최기관
참가작가
내용
일자 및 장소

대한민국
예술원
티에닝
국제예술심포지엄 강연
10/2 14:00~17:00 대한민국예술원

실천문학
티에닝
신간 출간 기념 강연회
10/1 오전 광운대

한국중국
현대문학회
모옌, 쑨깐루
중국 작가 초청 강연회
10/2 15:00~17:00 연세대 or 서강대

서울대
이노우에 히사시
일본학연구소 초청 강연회
10/1 15:00~17:00 서울대

중앙대 
쑤퉁, 레이쉬옌
외국학연구소 초청 강연회
10/2 10:00~12:00 중앙대(안성)

단국대
히라이데 다카시,
모옌
대학원 개교
50주년 기념 강연회
10/2 10:30~12:30 단국대(죽전)

이화여대
쑤퉁
중국 작가 초청 강연회
10/2 15:30~17:00 이화여대

동덕여대
쑨후이펀,
마쓰우라 리에코
중문과, 일문과,
문예창작과 합동강연
10/2 15:00~17:00 동덕여대 국제회의실

한양대
쓰시마 유코
작가 초청 강연회
10/2 15:00~17:00 한양대

건국대
시마다 마사히코,
임철우
한-일 작가 대담
10/2 15:00~17:00 건국대 상허관

◆ 춘천 행사 : 이야기로 만나는 아시아의 작가들
▶ 주관 : 김유정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 김유정 문학의 밤
  - 일시 및 장소 : 10월 3일(금) 오후 5시 김유정문학촌
  - 주요 프로그램 : 동요제(1부), 작품낭독 및 문학토크(2부), 김유정 문학체험, 초대가수 공연 등
▶ 문학포럼
  - 일시 및 장소 : 10월 4일(토) 오후 2시 한림대 국제회의장
  - 프로그램
주제
이야기로 만나는 아시아의 작가들

시간
1세션
(14:20~16:20)
고향과 지역
- 발제자 : 신봉승, 가와무라 미나토, 모옌
- 토론자 : 전상국, 쓰시마 유코, 리징저
- 사회자 : 이기호


2세션
(16:30~18:30)
가족과 이웃
- 발제자 : 김원일, 시마다 마사히코, 쑨후이펀
- 토론자 : 오정희, 히라이데 다카시, 지홍전
- 사회자 : 김선우

▶ 한일중 문예영화제
일시
영화
장소

10월 2일(목)
김유정 원작의 <땡볕>
김유정문학촌

10월 3일(금)
모옌 원작의 <붉은 수수밭>


10월 4일(토)
아오야마 신지 원작 및 감독의
<새드 베케이션>


  * 영화 상영 전 원작자와의 대화의 시간 예정
▶ 고교 및 대학생 간담회
  - 일시 및 장소 : 10월 4일(토) 오전 춘천 일원의 고교 및 대학
  - 내용 : 중일 참가작가들이 한국작가들과 팀을 이뤄 춘천 일원의 고교 및 대학을 방문해
           문예반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짐
  ◎ 참가작가
  이번 행사는 그 규모와 의의, 그리고 첫회 대회라는 상징성에 걸맞게 참가작가들의 면면이 대단히 화려하다. 먼저 한국에서는 유종호(평론가, 전 연세대 석좌교수), 황석영(소설가), 오정희(소설가), 최원식(평론가, 인하대 교수), 정현종(시인, 연세대 명예교수), 신경숙(소설가), 김연수(소설가) 등 장르, 세대를 망라해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 11명이 발제자로 참여한다. 또 황지우, 이인성, 은희경, 공지영, 김애란 등 27명의 작가가 토론 및 사회자를 맡게 된다.
  일본에서는 무엇보다 기조발제를 맡게 될 소설가 겸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井上ひさし)가 눈에 띈다. 그는 오에 겐자부로와 함께 일본 문단을 양분하고 있는 일본 문단의 최고원로이다. 또 동아시아문학포럼 일본 조직위원장이며 시대와 사회의 문제점을 예민하게 포착해낸 문제작들을 다수 발표해 일본 문단의 흐름을 최선봉에서 이끌어가는 소설가 시마다 마사히코(島田雅彦), 신경숙과의 서신교환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다자이 오사무의 딸로도 유명한 쓰시마 유코(津島佑子), 23살의 나이에 「일식 日蝕」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일본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郎), 이번 대회 참가작가 중 최연소로 불과 19살의 나이에 역대 최연소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와타야 리사(綿矢りさ), 영화감독과 소설가로 공히 명성이 높은 아오야마 신지(青山真治) 등이 주목된다.
  중국에서는 중국 작가들의 공식 연합체인 중국작가협회를 이끌고 있는 티에닝(铁凝) 주석의 참가가 화제이다. 그녀는 문학적으로도 당대 중국을 대표하는 여성 소설가로 인정받고 있다. 모옌(莫言)은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소설가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만큼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져 있고, 재기 넘치는 상상력과 감각적인 문체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쑤퉁(苏童) 역시 우리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소설가 겸 극작가 쑨깐루(孙甘露)는 중국 전위파 작가의 선두주자이며 상하이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이고 레이쉬옌(雷抒雁)은 당대 중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중국작가협회 전국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중국 내 조선족문학을 대표하는 쉬롱쉬(许龙锡, 허용석)는 옌볜작가협회 주석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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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환씨의 자살 소식은 나의 마음을 황량하게 한다. 예상외로 그의 죽음은 나의 마음속에 아주 깊게 틈입해왔다. 그의 죽음과 관련된 뉴스를 찾아 보면서 여과없이 게재된 죽음의 흔적들도 아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곧 그의 자살은 나에게 죽음에 대한 어떤 태도 변경을 요구하는 일이 되어 버렸다. 

나는 이전까지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편이었다. 아니 죽음에 대해 좀 더 빨리 익숙해지고 싶었다고 말하는 편이 옳으리라. 이전까지 죽음은 나에게 슬픔과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보다 어떤 의식 혹은 감당해야 할 일종의 제례 성격을 띠고 있었다. 장례와 조문, 혹은 입관과 발인 등의 절차로만 기억되는 죽음에 대한 상례적 처리 과정은 내게 별다른 충격이나 감흥을 주지 않았다. 또한 나에게 죽음은 곧 단순히 생물학적 시효 정지를 뜻했다. 하나의 생명이 소멸했다라는 명료한 판단. 사태를 이렇듯 차갑게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죽음에서 비켜선 삶을 다행스럽게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는 보다 현명한 처사라고 나는 스스로 믿으려고 애썼던 같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그건 내가 죽음에 대한 보편적 혹은 정신적 이해가 부족하거나 결핍과 부재에 대한 절망감을 미쳐 깨닫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사실을.  

그런데 이 주전 돌아가신 할머니와 이틀전에 시신으로 발견된 안재환 씨는 내가 가지고 있던 죽음에 대한 태도를 바꾸도록 종용한다.

올해 서른여섯인 안재환 씨의 죽음과 1921년 생으로 올해로 여든여덟이신 할머니의 죽음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바라보기는 어렵다. 그것은 친소의 개념보다도 중요한 사회적 효용 혹은 죽음에 대한 일반적 태도에서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안재환은 비교적 젊은 나이로 창창한 미래를 남겨둔 이외의 시간을 많이 가졌어야 할 존재였다면 나의 할머니는 살아온 날이 이미 넘쳐 자리에 누운 뒤로는 마치 잉여의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결국 이 두 죽음은 결코 같을 수도 만날 수도 없다. 그렇지만 나는 이 두 죽음이 이 같은 차이를 무화하는 선택된 죽음, 즉 자살이라는 공통항을 발견하게 되면서 죽음에 대한 태도를 정하는 데 있어 어떤 분열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니까 최근에 내가 겪은 이 죽음들은  병 혹은 예기치 못한 사고와 연관되어 곧바로 슬픔과 공포를 조장하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안재환은 알려진대로 정황상 자살임이 분명해 보인다. 또한 나의 할머니는 의학적인 소견상으로 분명 노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내가 판단하기에 할머니 역시 일종의 의식적인 자살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엄밀히 말하자면 안재환 씨는 형식적으로 죽음을 선택했지만 가혹한 경제적(현재까지 알려진 바대로라면) 시련에 내몰려 죽음을 강요당한 경우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나의 할머니 역시 자리보전하고 누워계신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왕성했던 소화와 배설과 같은 생물학적 기능을 통해 보건대 아직 사망할 시점이 아니었다는 것을 나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결국 할머니 역시 가족에 대한 의무 부담을 못 견뎌 미약하고 빈곤한 정신 상태의 와중에도 나름의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고투한 결과 의지로써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할머니의 의식은 언제나 또렷했으며 돌아가시기 며칠전까지 나의 이름을 부르며 잡았던 손아귀의 강도를 내 귀와 손목은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회에서 경제적인 부담, 다시 말하자면 돈의 압력, 더 쉽게 말해 빚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상 중 하>정도로만 엉성하게 분류 될 수 없는 복잡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다. 백만원때문에 자살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며 몇 백억의 손실에 결국 죽음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 곧 자신의 신체를 제어할 수 없는 노인이 자손들에게 짐지우는 경제적 부담과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게 된 젊은이의 빚의 누적은 동일하진 않지만 비슷한 종류의 괴로움일 수는 있는 것이다.   

확실한 것은 나 역시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 전혀 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결부는 한달에 180만원이라는 부담이 어려워 간병인을 쓰지 못해 불편하고 괴로운 자식의 마음과  3만원짜리 링겔을 꼽으면서도 빨리 돌아가시기를 바라는 복잡한 손주의 마음을 순식간에 같아지게 만들 수도 있다. 결국 나는 할머니의 죽음이 슬프다기 보다 괴로웠다. 더해 안재환 씨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결점 혹은 모순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예인이라는 특수성, 즉 불가촉이지만 정서적으로 근접가능한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괴로움을 주고 있다.

이렇듯  최근에 내가 겪은 죽음은 대부분 사고 혹은 (자살) 의지와 돈이 교묘하고도 깊게 결합되어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제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죽음은 곧바로 슬픔의 정조와 연결되지 않고 죽은 신체에 매달려 있는 돈을 생각한 뒤 영광스런 죽음과 비참한 죽음을 가늠하는 게 우선이 되어 버렸다. 고인이 남긴 발자취, 즉 온갖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계수들이 종합되어 결국 남게 되는 수치의 값들이 그 사람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상황. 슬픔의 정조보다 그 표현해야하는 슬픔의 강도를 조절하는 사람들의 빠른 계산법이 횡행하는 세상이다.

나는 지금 5억 혹은 40억으로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안타까운 젊은이의 죽음과 자식과 손주의 마음을 견디지 못하고 돌아가신 할머니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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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9-1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랬어요, 다른 사람보다 안재환 이번 죽음이 자꾸 마음에 많이 걸리더라구요.
남아서 살아가야 하는 정선희에게도 마음이 많이 쓰이고.
스콧 니어링처럼 죽기 전 10일 금식해서 자연사 하는 자살을 꿈꾸기는 하지만,
그런 걸 해낼 결연한 의지 같은 건 원래 없는 인간이죠, 제가...

나비80 2008-09-16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답이 늦었습니다. 안재환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당황한 사람들과 정선희를 자신의 삶의 대리보충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텐데 여파가 걱정됩니다. 연관성을 쉽게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추석연휴 기간내에 벌써 연탄가스 자살이 3건이나 일어났더군요. 안타까운 일이 계속될까 염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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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점 매년 1000억원대 성장…앞길은 ‘안개 속’

세계일보 | 기사입력 2008.07.18 10:58 | 최종수정 2008.07.18 11:23

온라인 서점의 성장세가 무섭다. 최근 몇 년간 매년 1000억원 이상 매출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2007년 10월 도서정가제 개정으로 순이익 폭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업계에서는 앞으로 온라인 서점의 이러한 성장 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서시장은 최근 3년간 총 매출에 큰 변화가 없지만, 온라인 서점만은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출판업계 매출은 2조7000억원으로 2년전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서점 시장 비중은 2005년 4957억원(점유율 18%)에서 2006년 6277억원(24%)으로, 2007년에는 7442억원(28%)까지 늘었다. 온라인 도서시장이 정체된 출판업계의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서점 매출 중 주요 5사(예스24, 인터파크도서, 인터넷교보문고, 알라딘, 리브로)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과거 온라인시장에 뛰어들었던 여러 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5개사는 과점 형태로 성장했다.

2005년 83%를 차지했던 인터넷서점 주요 5개사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94.5%%까지 뛰었다. 올 1분기에는 그 비중이 95%로 늘었다.

온라인 서점 간 연이은 논쟁에 '예스24' 등 이미지 타격
그러나 온라인 서점의 이러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그 속은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져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서점의 대표 주자인 예스24가 최근 연이어 타격을 입으며 주가가 하락하고 인지도에 치명상을 받는 등 곤혹을 치르고 있다. 특히 인터파크도서와의 '매출 1위' 싸움은 진위 여부를 떠나 기존 업계 1위 이미지에 먹칠을 하기에 충분했다.

예스24와 인터파크도서가 온라인 적립금 사용액을 매출에 포함시키느냐 아니냐로 서로 1위라는 상반된 주장을 펼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업체 간 기준이 달라 발생한 문제라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론 예스24가 입은 손해가 훨씬 크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예스24 관계자는 "(그 문제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인터파크가 사실과 다른 근거를 대고 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폈다. 그럼에도 추가로 입장을 밝혀 달라는 요구를 정중히 거절했다. 계속되는 '1위 싸움' 논란 자체가 이미지에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이 문제가 잠잠해지기 무섭게 또다시 하나은행-예스24 제휴 할인카드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해 개정된 도서정가제에 따르면 온라인 서점의 신간(출간 후 1년 6개월 이내) 할인율은 10%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하나은행-예스24 제휴카드가 최고 40%까지 할인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도서정가제를 위반했다며 출판물불법유통신고센터에서는 예스24를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다.

도서정가제는 과거 인터넷 서점들이 우후죽순 생길 무렵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업계가 타격을 입자 이런 병폐를 막고 출판 시장을 건전하게 키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나은행-예스24 제휴 카드는 도서정가제의 이러한 취지를 위배하면서 다시 과도한 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성장세 속 너도나도 첨벙…주요 5개사는 기존고객 이탈 막기 안간힘



출판 관계자들은 전체 출판시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온라인 서점이 최근 들어 지속적인 논란에 휩싸이는 이유는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파이'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향후 지속적인 온라인 서점의 성장세가 예상됨에 따라 여러 업체들이 시장에 다시 뛰어들고 있는데다, 점유율이 높아진 빅5사가 자신들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려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옥션과 GS이숍이 온라인 서점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또 지난해에는 SK텔레콤이 모닝 365를 인수했고, G마켓도 도서 판매를 시작했다.

이들 업체들은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을 감안할 때, 손해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더구나 도서 판매는 사이트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을 주고, 다른 제품과 연계해 고객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

인터파크도서 관계자는 "후발업체들이 진입해 시장이 더 활성화 되고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 "독서 활성화 캠페인이나 도서관 후원사업 등으로 전국민적인 독서바람을 조성해 전체 시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온라인 서점 상위 5개사는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기존 고객의 발을 묶어두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애독자들끼리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는 블로그를 운영한다든가 작가와의 만남의 자리를 기획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마련에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떠난 고객 돌아오지 않는다' 향후 판도 변화 주목

온라인 서점에선 일반적으로 고객들이 여러 사이트를 고루 방문하기보다 적립금, 포인트 이용 혜택을 위해 한 사이트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한번 떠난 고객의 발길을 다시 돌리게 하는 것이 어느 업계보다 어려운 곳이 바로 온라인 서점이다.

기존 고객의 이탈을 막고 다른 한편으로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온라인 서점들의 판도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업계와 일반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임삼미 기자 sm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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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7-18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수년간 알라딘 이외에 다른 4군데는 거의 사용해보지 않은, 진정한 단골인데. 흠흠. 그에 비하면 어째 혜택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사뭇 드는걸요.

나비80 2008-07-19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련한 충성 고객중 하나일 겁니다. 알라딘에서 팔지 않는 책을 구할때만 다른 서점을 이용하는데 그때는 특정한 서점을 가리지 않습니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인터넷 서점들이 타격을 받을 줄 알았는데 고객은 줄지않고 할인률은 낮아져 오히려 이익을 늘려주는 결과를 낳고 있네요. 단순한 할인률 감소뿐만 아니라 등급이 높은 고객들에게 주는 쿠폰이나 5만원 이상 적립금 혜택도 모두 '구간서적'에 해당되기 때문에 피부로 느끼는 혜택 감소는 더 크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