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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자서전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36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안정효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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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자서전

사막 - 시나이

 

375 너는 모든 길의 끝에 하나님이 앉아서 기다린다는 진실을 몰라서 항상 조급한 마음에 중간에서 용기를 잃고 다른 길로 방향을 바꾸잖아. 평범한 사람들은 세이렌을 보거나 그 노래를 들지 못해. 장님에 귀머거리가 된 그들은 세상에서 노예처럼 쭈그리고 앉아 노를 젓지. 하지만 그보다 출중한 선장들은 그들 내면에 존재하는 세이렌인 영혼의 소리 듣고 용감하게 그 목소리를 따라가지. 어떤 다른 요소가 과연 인생을 보람있게 만든다고 생각해? 하지만 불쌍하고 재앙에 빠진 선장들은 세이렌 소리를 듣고도 믿지 않아 신중함과 비겁함 뒤에 구덩이를 파고 숨어서 그들은 민감한 시금 거울로 이리저리 달아보며 살아가지.

 

376 영웅이 된다는 말은 한 인간의 개인적인 양상을 초월하는 율동에 자신을 종속시킨다는 것을 의미

 

377 산다는 것, 대지를 사랑하고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며 죽음을 굽어보는 기쁨!

 

398 영혼과 육체가 강할수록 투쟁은 그만큼 수확이 많고 최후의 조화는 더욱 풍요하다.

 

높은 산봉우리를 향해 길을 나서는 행위, 이것이 투쟁하는 인간의 숭고한 의무이다.

 

400 흙을 떠나고 일어서서 더 훌륭하게 되어라

싫어요. 우린 그럴 능력이 없어요.

너희들에게는 능력이 없지만 나에게는 있다. 일어서라.

그 너머는 나락입니다.

그 너머에는 내가 기다린다. 일어서라.

 

410 조급함은 악마의 함정이니라. 믿음을 간직하고 차분히 기다려라.

 

가장 중요한 건 성공 여부가 아니죠. 그것을 더 키우겠다는 당신의 투쟁 의지가 훨씬 중요해요. 신은 우리들에게서 투쟁 이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376 , 무정한 목소리여, 나는 당신 얘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넌 도망칠 때마다 앞으로도 항상 내 목소리를 듣게 되겠지.

언제까지 그럴 샘이야?

정상에 도달 할 때 까지요. 그런 다음에 쉬겠어요.

정상은 없어 언덕뿐이야. 휴식은 없으며 투쟁 뿐이고

 

 

크레타

 

418 지금은 속세가 수도원이니, 그곳에서 성자가 되어야 해요.

속세가 우리들의 수도원이었고, 흙을 만지며 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이곳에 사는자가 참된 수사였다. 그는 우리와 더불어 이곳 대지에서 투쟁한다.

 

419 천국에 문 앞에 네가 나타났는데도 문이 열리지 않으면 문을 두드리지 마라. 어깨에서 총을 내려 쏘아 버려.

정말 신이 겁을 내고 문을 열어 주리라 믿으세요?

아냐, 애야 신은 겁을 내지 않아. 하지만 네가 싸움터에서 돌아오는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문을 열게 되지.

농부들에게서, 특히 투쟁을 끝마친 노인들에게서 들었던 그토록 심오한 얘기들을 나는 교육받은 사람에게서는 들어 본 적이 없었다.

 

431 모자라는 것이 없으면서도 모든 것이 모자랐다. 나는 아직도 젊음의 탐욕과 오만에 시달렸고, 여행을 해서 세상을 넓혔던 위대한 항해자들과, 절대성을 추구하던 테바이의 은자들이 (아직까지도 그렇지만) 내 마음속에서 충동질을 했다.

 

파리- 위대한 순교자 니체

 

1.선과 악이 적 : 내 안에 선과 악인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악을 밖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며 그것과 싸운다.

2.선과 악이 동지: 내 안에 선과 악을 인식하고 포용하며 의식화 시켜 악을 필요로 할 때 이용하며 동지가 된다.

3.선과 악이 하나: 결국은 선과 악이라는 개념을 넘어 허심의 상태로 어떤 일에 열심히 몰입하면 마음은 한없이 고요하고 어떤 성취감에 젖는다. 무선 무악의 상태.

 

이해와 자비와 공감을 차례로 거치는 사이에 증오가 사랑으로 변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그토록 실감나게 경험했던 적이 없었다.

 

449 우리들은 신이 명령했기 때문이 아니라, 두렵거나 희망에 찾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일하고 싶기 때문에 일하리라.

 

432 선지자는 무엇을 했는가? 그는 무엇을 하라고 우리에게 말했는가? 그는 우리들에게 신과 조국과 도덕과 진리를 모두 부정하고 따로 홀로 떨어져 오직 우리들의 힘만으로 우리 마음을 부끄럽게 하지 않을 만한 세계를 이룩하라고 말했다. 무엇이 가장 용감한 기쁨인가? 철저한 책임감에 대한 의식!

 

458 내가 항상 바라던 바는 치료가 아니라 상처였다.

 

젊은이의 두드러진 속성 뿐 아니라 성숙함의 두드러진 속성: 몰입

 

어떤 확실성에 이를때마다 항상 나에게는 자신감과 휴식이 끝나버린다. 새로운 불안과 회의가 재빨리 확실성에서 파생되고 나는 마지못해 과거의 확실성으로부터 나 자신을 해방시키고 새로운 확실성을 찾아내어 결국은 새로운 확실성이 성숙하고 다시금 불확실성으로 바뀔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는데...그렇다면 불확실성은 새로운 확실성의 어머니이다.

 

 

삶은 끝없는 투쟁의 연속이다. “신은 우리에게서 투쟁 이외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왜 신은 우리에게 끝없는 투쟁을 요구할까? 정상은 없고 언덕뿐이라고 심연 끝에서 자신을 믿고 일어나라고 외친다. 영웅이 되라고 말한다. 영혼의 소리를 듣고 용감하게 그 목소리를 따라가라고 말한다. 속세가 수도원이니 그곳에서 성자가 되어야 한다고.

 

왜 우리는 성장해야 하는가? 나는 더이상 이 투쟁에 대해 저항감을 조차 갖지 않는다. 그렇다고 영웅이 되기 위해 조바심을 내지도 않는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신의 소리를 듣고자 한다. 영웅이 된다는 것은 개인적인 양상을 초월하는 율동에 자신을 내맡김을 의미한다. 그러려면 에고의 아우성을 잠재우고 불확실성을 견뎌내야 한다. “불확실성은 새로운 확실성의 어머니다.” 삶의 모든 순간이 경험이어서 그 경험으로 우리는 어제의 내가 아니므로 우리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변화와 성장은 좀 더 세상에 걸맞게 자라나야 한다. 속세가 수도원이니 삶에서 성자가 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영혼의 성장은 육체의 성장과 비례하므로 열심히 체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나는 그렇게 끝까지 투쟁하는 인간으로 남고 싶다. 난 그것을 선택했다. 에고의 소리는 점점 더 잠잠해지고 신의 소리, 삶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매순간 나에게 오는 모든 것에 온전히 몰입하며 사는 것이 지금 나의 책무이다. 더 바라는 것이 있다면 좀 더 명랑하게! 그 일을 해내는 것!

 

그래서 새로운 슬로건 하나를 만들었다. Just do it with 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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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차가운 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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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차가운 손

 

인상 깊은 구절

 

p61 그들 중에 누구라 한들, 나는 그 사람에게 적의를 품을 수 없었다. 단지 그는 나와 똑같이 비겁했을 뿐이다. 나와 똑같이 거짓을 말했을 뿐이다. 그날 저녁 나는 그 누군지 모를 사람의 거짓을 미워하지 않았다. 오로지 고모의 뻔뻔하기 짝이 없는 진실만을 환멸했다.

 

p62 진실이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거였다. 실제로 무슨 일이 나에게 일어났고 내가 무슨 감정을 느꼈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일어난 상황에 가장 잘 맞는 행동을 하고 그러고나서 나에게 남은 감정의 찌꺼기들은 내가 처리해야 한다. 인내한다거나, 잊어준다거나, 용서한다거나, 어쨌든 내가 소화해 낼 수 있으며 - 소화해내야만 하며 - 결국 내 안에서 진실이란,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p73 더이상 자신을 방어할 수도 은폐할 수도 없는 것. 그것이 그때 내가 알게 된 죽음이라는 것이었다. 진실은 불쌍한 것이었다. 저렇게 누추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눈가에 번쩍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나는 마치 낯선 이물질을 보듯 그 눈물을 올려다 보았다. 눈물 역시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임을 그때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p88 조각의 어떤 점을 좋아하느냐고 누군가 물어오면 나는 간단히 손을 믿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두 손으로 뼈대를 세우고 흙을 주무르는 순간만은 모든 것의 껍질을 꿰뚫어보기 위한 집요한 긴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열띤 신체적 몰입을 필요로하는 그 예민한 작업을 나는 사랑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내가 빚어내는 삼차원의 견고하고 육체적인 형태를 통해서만 간신히 이 세상과 연결되어 나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나에게 조각이란 해독할 수 없는 생의 비밀들을 두 손으로 빚어냄으로써 마치 그것들을 체득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일종의 최면요법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p168 네 손이 성스럽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돼.

그게 어디가 됐건, 자기 몸에 성스러운 것을 가졌다는 건, 수호신을 가진 것과 같은 거 아닐까

 

p240 못을 빼도 못 자국이 남는다는 말처럼 말야. 다 극복했다 해도 그 자린 여전히 남아있게 마련이지. 한데 그 여자와 함께 있으면 이상하게, 과거가 사라지는 것 같더란 말야. 이를테면 내가 언제나 추구해왔던 상태, 현재 속에서 충만한 상태가 되더란 얘기야. 과거의 힘이 완전히 정지된 느낌 속에서 그 우아한 여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자면 그 여자의 말할 수 없이 특별한 개성들이 내 못 자국을 가만히 덮어주는 걸 느낄 수 있었어.

 

p315 정말 꺼내진 것 같은 기분이었어.

네가 날 꺼냈고.... 또 난 널 꺼낸건가?

만일 우리가 꺼내졌다면 이제 어떻게 하면 되지?......다시 들어갈 수 없다면......저 부서진 석고 껍데기 속으로.

 

나는 그녀의 알몸을 거기 반쯤 포개어진 나의 벌거벗은 몸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그때 왜 내 눈이 뜨거워졌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집요하게 내 몸을 감싸고 있었던 일생의 긴장이 조용히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느낀 점

조각가 장운형은 어려서부터 기만적인 주위 사람들을 관찰해왔다. 잘린 손가락을 숨겨왔던 외삼촌,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았지만 집안의 재산을 보고 결혼한 교수 아버지 그리고 누구보다도 어머니는 아들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언제나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여지는가가 중요한 사람이었다. 운형은 진실이란 누추하고 보잘 것 없는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는 예술 활동을 통해 진실을 찾고자 갈망한다. 많은 사람들이 혐오감을 던지는 뚱뚱한 L양의 손에서 성스러움을 발견하고 그녀의 석고로 뜬 몸을 안식처로 느낀다. 완벽해 보이는 E도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걸 감지하고 관심을 갖는다. 운형은 그녀의 몸에 석고 작업을 하던 중 손을 감추려던 그녀가 화가나 어릴 적 손가락이 여섯 개여서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은 사실을 폭로한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그림자에서 꺼내졌음을 느낀다. 장운형도 E가 그의 몸에 석고를 부어 상처를 입으며 그 틀에서 나온다. 둘은 자신의 어둠으로부터 빠져나온 것 같은 느낌을 가진다. 장운형은 E의 손가락이 제거된 자리를 정성스럽게 품어주고 따뜻한 정사를 나눈다. 그리고 둘은 어디론가 실종된다.

 

진실은 누추하고 공허하다고 느끼지만 결국 그들은 자신이 숨겨온 진실을 밝히며 서로에게 치유된다. 자신의 그림자, 숨기려고만 애쓰던 어두운 부분들을 드러내고 그것이 수용될 때 치유되고 한 단계 성장한다. 자신의 어둠을 함께 들여다보고 기꺼이 안아줄 그 한 사람이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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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주
김소윤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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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22. 난주는 경헌의 이마에 찬 볼을 댔다. 곧 아침이 밝아올 것이다. 더 이상은 떠난 임을 그리워하며 애통해하거나 부질없는 요행을 바라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견디어내는 것만이 그들에게 남은 삶이었다.

 

27. 천하고 귀한 것은 다 우리 마음 안에 있답니다. 저는 천한 종이지만 아씨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질 않나요. 이 마음은 천한 것이 아니랍니다. 그러니 이 마음이 머무는 제 몸뚱이도 그저 천한 것만은 아니라고 믿어요. 반명에 심술궂고 악한 마음이 물들어 있는 사람이라면 그저 귀하다고만은 못 하겠지요.

 

천한 것 안에도 귀한 것이 머물 수 있다는 것뿐예요. 사랑하는 마음만은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하늘이 뜻도 같을 테니까요.

 

고난 중에 만난 주모의 따뜻한 배려야 말로 귀한 사랑이 아니던가.

난주는 무엇보다 어떤 일도 그저 좋고 그저 나쁜 일은 없다는 순덕 어멈의 말에 위안을 받았다. 사람과 사람 속에 어우러져 살아가다 보면 막막하기만 한 남은 날들도 실낱같은 빛이 보이리라. 그러한 믿음조차 없다면 그야말로 스스로 택한 지옥을 사는 셈이다.

 

31. 바느질을 할 때는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을 함께 엮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한땀 한땀 정성과 복이 붙는다고 했다.

 

74. 난주는 오랜만에 가슴을 꼿꼿하게 폈다. 몸서리치게 아프고 난 뒤에 오히려 발걸음을 가볍게 느끼는 것은 죽음의 경계를 다녀온 자만이 알 수 있는 산 자의 기꺼운 착각이다. 오랜만에 들이마신 겨울의 신선한 냉기와 마른 가지 타오르는 뿌연연기, 눅눅한 풀 내가 뒤섞인 아침의 냄새까지 모든 것이 처음 대한 듯 낯설고 경이로웠다. 산 사람은 살게된다. 잔혹한 현실이다. 죽음 끝에 다시 만난 삶은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천주를 위한 것이든 아들을 위한 것이든 난주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83. 난주는 종이 되어 사는 동안 사람 위에 군림하는 자들이 얼마나 잔혹하고 이기적일 수 있는지 보았고, 살을 직접 뜯어가지 않을 뿐 모든 것을 빼앗기고 남은 것이라곤 살아있다는 비극적인 사실뿐임을 알았다.

 

145 관례가 사람을 살리지 못합니다. 사람을 살리는 것은 행동입니다.

 

179 천한 집 어린 자식이라도 억울한 일이 있다고 우는 일은 없습니다. 그들이 배곯아 죽을 지경에도 제 몫의 죽을 할망이나 아우에게 양보하면서 눈물 한 방을 내놓지 않는다오.

 

185. 유모는 두렵지 않을지라도 우리들은 두렵소. 유모를 능멸하는 것은 우리를 능멸하는 것이며, 유모를 아프게 하는 일은 또 우리를 아프게하는 일이오.

 

189 모든 축복과 악운이 하나이며 고결한 천주의 뜻과 비루한 인간의 속내가 하늘과 땅차이가 아니라 실은 하나인 것 같기도 했다. 고락이 손바닥 뒤집듯 하나이고, 행불행이 또한 그렇지 아니 할까

 

210 무당이란 신의 말을 받아 세상에 없는 일을 이야기하는 자들이니, 그 역()이 약한 게 아니라 그 말에 기대는 이들의 나약함이 약하다. 무당이 쓴 말에 벌벌 떨고 단 말에 휘어 잡혀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그 부부 또한 두려움을 기대는 값이 수백 냥이요. 입맛에 맞는 점괘를 얻는 데 수백냥이라.

 

215 난주는 경헌을 생각했고, 흰 꽃같은 계모와 태산같은 아비를 생각했으며, 깊은 한숨과 눈물로 어미를 근심할 어린 딸 보말을 생각했다. 때로는 누군가를 위해서라도 악착스레 살아남아야 할 때가 있다. 222. 예순여섯의 난주에게는 수없이 만나고 헤어진 소중한 인연들이 비슷한 무게로 함께 있다는 사실이었다.

 

218 마음으로써 순응하는 것과 억지스러운 것은 분명 다를 것이다. 자신이 떠나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란 생각에서였다. 하 이방이나 여홍개나 미움과 증오로 괴로운 누구든 마음의 지옥에서 벗어나기를 바랐다. 부질없는 열정이나 바람 또한 훌훌 털어버릴 수 있기를 바랐다.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난주 자신을 위한 기도였다.

 

224. 이제부터 닥쳐올 고난이 오롯이 혼자의 것임에 적이 안심한다. 혼자만 아는 고통은 비록 상처는 깊더라도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되새기지 않아서 좋다.

 

269 고비를 건너면 또 고비, 가시밭길을 건너면 또 가시밭길, 그래도 간간이 햇살이 나리고 부드러운 풀밭이 위안해주니 살아갈 만한 세상이다.

 

310 오늘처럼 태연자약하게 능멸하는 것을 난주는 분하게도 또 가엾게도 여겼다. 그러나 누군들 온전한 악인이고 선인이랴. 황림에게 잔혹한 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바로 난주일 것이다.

 

320 죽음을 목적에 두었을 때 뼈마디마디 시려오는 한기와 허기로 쪼그라진 위장보다도 외로움이란 맹독은 더 치명적이었다. 그래서 지금 난주는 설사 죽음을 눈앞에 두었다해도 의연할 수 있었다. 깊은 연을 맺어온 사람들과 자식들은 물론, 올레길 한 곳 담장 한 쪽에도 숱한 시간과 기억이 난주의 곁에 있기 때문이었다.

 

322 제주는 형벌의 땅이 아니라 축복이었다.

 

340. 악함과 선함이 공존하고 고귀함과 비열함이 함께하며 때론 의도치 않은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런 혼란한 세계 속에서도 어떤 선한 결과(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을 향상시킬 만한)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느낀점: 명문가의 맡딸로 젊은 나이에 진사에 합격하여 천재라는 소리를 듣던 황사영의 아내로 살아가던 난주는 천주교 박해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바뀐다. 남편 황사영은 순조 1년 신유박해 동안 북경의 주교에게 박해의 전말을 담은 편지를 보내려다 발각되어 능지처참형을 당하고 난주는 관노비가 되어 제주로 이송된다. 아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배교하지만 제주로 가는 길 추자도에서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떠난다. 자신의 아들마저 노비의 삶을 살기를 원하지 않았다. 아이를 두고가는 어미의 심정을 어찌 말로 할 수 있을까?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 아픔과 함께 나는 자문했다. 난주는 더 이상 삶을 살아내야할 이유가 있을까? 난주를 지켜보는 내내 죽음을 생각했다. 노비로 갖은 수모와 멸시를 당하며 삶을 이어가야 할 이유를 알지 못했다. 처음에는 아들을 살려내기 위한 어머니의 모정인 것을 깊이 공감했다. 아무 죄없는 아이를 살리기위해 어머니도 살아야했다. 하지만 추자도에 아이를 두고오는 순간 난 또다시 난주의 삶을 이어갈 명분을 찾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난주는 주위 사람들을 아낌없이 도우며 그녀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점점 확장된다. 난주를 겁탈하려는 나졸로부터 구해준 강노인을 양아버지로 모시고 자신에게 온 인연을 소중히 여겨고 돌보아 연이라는 양아들과 보말이라는 양딸을 두었다. 상집과 상윤이라는 양반댁 자제를 유모로 정성스레 길러냈다. 한양 할망이라 불리며 숱한 수양자식이 있었다. 구휼소를 차려 거리에 버려지다 싶이한 환자와 아이들, 노인들을 돌보았으며 온갖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매사에 정성을 다하였다. 그녀는 비록 노비의 삶이었지만 자신의 자리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존재가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거친 세상을 살아갈 만한 곳으로 만들어주었다.

 

악함과 선함이 공존하고 고귀함과 비열함이 함께하며 때론 의도치 않은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억울한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런 혼란한 세계 속에서도 어떤 선한 결과(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을 향상시킬 만한)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분명히 있다

 

자신의 자리에서 인간의 도리와 책임을 다하고 사람을 보배 다루듯 정성을 다해 살아가는 그녀의 삶은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었기에 난주의 귀천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존재 자체로 빛났고 그 빛으로 주위 사람들이 따뜻하게 살아갈 힘이 되었다. 노비의 삶으로 사느리 차라리 죽음이 낫겠다는 생각은 나의 어리석음이었다. 언제나 가진 것으로 판단하는 나의 세속적인 관점의 한계였다. 그녀의 이타적 삶과 나눔은 곁에서 보는 내내 따뜻했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어렴풋하게 들었다. 비록 허구적인 부분이 많으나 그녀의 영향력은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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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30만 부 기념 에디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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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깊은 구절

14 공의 노고가 컸다....메이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이토는 짐작할 수 없었다. 메이지의 목소리는 메말라 있었다. 이것은 의례적인 덕담이 아닐 것이라고 이토는 생각했다......유학이라는 명분으로 이은을 데려온 정치공작의 성공을 치하하는 것인지....혼란한 정세를 놓고 꾸짖는 말인지를 가늠할 수 없었다......메이지가 하려는 말은 이것이었구나.

이토는 메이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말 이면의 의미를 찾으려고 계속 유추하고 예상하고 가늠해본다.

 

63 어떠한 유형에도 속하지 않는 내밀한 죄들을 다들 깊이 지니고 있을 터인데, 그 죄는 마음에 사무치고 몸에 인 박여서 인간은 결코 자신의 죄를 온전히 성찰하거나 고백할 수 없을 것임을 빌렘은 알고 있었다.

246 고해성사 때마다 마을의 죄는 풍토병처럼 거듭되었다. 똑같은 죄는 자고 새면 날마다 생겨나서 일상화 되었다. 뉘우침의 힘으로 새로워져서 다시는 죄를 짓지마라.

자신의 의식 수준 안에서만 성찰 가능하다. 진정한 성찰은 어렵겠구나.

 

64 빌렘은 마음이 다급할 때 느리게 움직였다.

급할수록 더욱 천천히

68 성정이 고우면 속마음이 더 힘들다.

92 우리는 적을 죽이려는 목적으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오!

105 이번 여행으로 경의 시심이 맑아지지길을 바란다. 풍류 속에서 경륜이 무르익겠구나.

.... 폐하의 당부대로 망가진 시심을 회복하려 한다.

시와 풍류의 중요성

121 강인한 정신은 반듯한 외양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몸을 바르게 하라. 지금 처해있는 자리가 인간의 근본이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 강인한 정신은 반듯한 외양으로 나타난다.

172 순종의 슬픔의 의전은 화려하고 엄숙했다. 그 슬픔의 위기를 모면하려는 가식이라 하더라도 가식이 지극하면 진짜 슬픔과 구별하기 어려웠고, 구별하기가 어려워지니 마음이 편안했다.

미안하다는 말이 그를 위하기보다는 내 마음 편함을 달래기 위함이기도 하다.

189 유리한 정황을 들이대지 않았고 불리한 정황을 아니라고 우겨대지 않았다.

234 피고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힘주어 말했다. 진술은 유불리를 떠나 있었다.

안중근의 군더더기 없는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의 담백함, 이 담백함은 자신의 유리함을 떠나 있으므로 가능하다.

211 나는 이토를 반드시 죽일 결심으로 우라지에서 하얼빈까지 왔지만 경계가 엄중해서 죽일 수 없으면 발포만이라도 해서 나의 의견을 말하고 자살할 생각이었다. 이것이 사실이다. -우덕순- 우덕순의 신념과 소신

 

248 자신의 입으로 나가는 말을 자신의 귀로 들으면서 말이 통제되지 않는 위기를 느꼈다. 긴말을 해서는 안되겠다고 스스로 조이면서 빌렘은 강독을 끝냈다.

빌렘의 자의식

252 안중근은 선고를 받기 전부터 자신의 일대기인 안응칠의 역사를 쓰고 있었다.

사형선고를 받고 217일부터 동양 평화론을 쓰기 시작했다.

안중근의 마지막 정리와 성찰들

이 모든 것은 저의 모자람이고 저의 복입니다.

 

303 포수, 무직, 담배팔이 이 세 단어의 순수성이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등대처럼 나를 인도해 주었다. 이 세 단어는 생명의 육질로 살아 있었고 세상의 그 어떤 위력에도 기대고 있지 않았다.

 

304 관념과 추상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날것의 힘으로 일어서서 말들끼리 끌고 당기며 흘러가는 장관을 보여주었는데 저 남루한 세 단어가 그 선두를 이끌고 있었다.

즐거움은 잠깐뿐이고 연필을 쥐고 책상에 앉으면 말을 듣지 않는 말을 부려서 목표를 향해 끌고 나가는 노동의 날들이 계속되지만, 이런 수고로움을 길게 말하는 일은 너절하다.

 

305 한국 청년 안중근은 그 시대 전체의 대세를 이루었던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있었다. 그의 대의는 동양 평화였고 그가 확보한 물리력은 권총 한 자루였다.

 

306 나는 안중근의 대의보다도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과 그의 살아있는 몸에 관하여 말하려 했다.


느낀점: 김훈의 문장을 처음 읽었다. 익히 최고의 작가라고 들어온 터라 약간의 기대가 있었다. 그는 어떻게 안중근의 서사를 풀어가고, 또 어떻게 한 인간 내면의 깊이를 담아낼까? 지난번 안중근의 뮤지컬 영화 영웅을 보고 섬세한 묘사 없이 덩어리로 표현된 작품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책에 대한 기대는 더 컸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나는 메마름을 느꼈다. 이곳에도 등장인물의 감정의 표현이나 내면의 깊은 사고의 흐름은 거의 담겨있지 않았다. 할 말이 있어도 하지 않았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직감했다. 어떤 미사여구의 형용사나 부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하얀 방에 아주 간소하게 최소의 가구들만 덩그러니 들여놓은 느낌이었다. 그 안에 어떤 미적 감각이나 군더더기는 있을 수 없다는 듯이. 메마른 마음으로 내용을 읽어가다 나는 어느덧 그의 글 패턴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것도 가미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담백한 채소를 먹듯이 한 입 한 입 음미해 갔다. 채소 그대로 본연의 단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포수, 무직, 담배팔이 이 세 단어의 순수성이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등대처럼 나를 인도해 주었다. 이 세 단어는 생명의 육질로 살아 있었고 세상의 그 어떤 위력에도 기대고 있지 않았다.

 

관념과 추상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날것의 힘으로 일어서서 말들끼리 끌고 당기며 흘러가는 장관을 보여주었는데 저 남루한 세 단어가 그 선두를 이끌고 있었다.

세상의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직관적인 앎으로 서로의 마음이 전해지고 울림이 깊어질 수 있음을 알았다.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권총 한 자루로 홀로 맞서 동양의 평화를 외친 그의 살아 숨 쉬는 몸을 함께 느꼈다. 그것이 전부다. 이 단순한 한 줄로 그 깊이와 너비를 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우면서도 아직 믿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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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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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p20 사소하지만 필요한 일

p20 힘들게 사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

p21 어디든 운 나쁜 사람은 있기 마련이니까.

p22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

p29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마찬가지 일까-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p30 펄롱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려고 밖을 나가 외양간으로 가서 울었다. 산타도 아버지도 오지 않았다. 지그소 퍼즐도 없었다.

p31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에 펄롱은 말구유에 손을 차가운 물에 깊이 담그고 손에 아무 느낌이 없을 때까지 한참 그러고 있었다.

p31 사람들은 말을 하다보면 반드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뭘 아는지 드러내기 마련이다.

p34 아일린은 언제나 힘든 일부터 먼저 처리했다.

p34 그 집 물건들이 펄롱의 것은 아니었지만 전혀 상관없었다. 미시즈 월슨이 그 물건들을 쓰라고 기꺼이 내주었기 때문이다.

p36 한번 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각자에게 나날과 기회가 주어지고 지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거라고.

p37 누구나 어휘를 갖춰야 한다.

p37 미시즈 월슨은 마치 자기 자식인 양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었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렴그날 종일, 그 뒤로도 얼마간 펄롱은 키가 한 뼘은 자란 기분으로 자기가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소중한 존재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돌아다녔다.

p43 이게 다 무엇 때문일까? 펄롱은 생각했다. 일 그리고 끝없는 걱정, 캄캄할 때 일어나서 작업장으로 출근해 날마다 하루 종일 배달하고 캄캄할 때 집에 돌아와서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가 어둠 속에서 잠에서 깨어 똑같은 것을 또다시 마주하는 것,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요즘 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p53 너무 오래 제멋대로 살아온 고집 센 조랑말을 떠올렸다.

p54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네.

p54 그런 일을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어쨌든 간에,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우리 딸들은 건강하게 잘 크고 있잖아.

걔들은 우리 애들이 아니라고

p111 자기가 더 나은 혈통 출신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서 그 세월 내내 펄롱의 곁에서 변함없이 지켜보았던 네드의 행동이 바로 나날의 은총이 아니었나. 왜 가장 가까이 있는 게 가장 보기 어려운 걸까?

 

p113 펄롱의 하루는 지금 무언가 다른 것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p114 펄롱은 불안한 걸음을 계속 옮겼다. 무언가 흥분에 가까운 기운이 피를 타고 흘렀다.

자기보호 본능과 용기가 서로 싸우는 걸 느꼈고

p119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년을, 평생을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아이를 데리고 걸으면서 펄롱은 얼마나 몸이 가볍고 당당한 느낌이던지 가슴속에 새롭고 새삼스럽고 뭔지 모를 기쁨이 솟았다. 펄롱의 가장 좋은 부분이 빛을 내며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을까? 펄롱은 자신이 어떤 부분이 밖으로 마구 나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대가를 치르게 될 테지만 그래도 변변찮은 삶에서 펄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와 견줄 만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p120 펄롱은 미시즈 월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p120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평생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p121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느낀점: 펄롱의 열심인 삶, 미시즈 윌슨의 자비로운 삶, 네드의 은근한 사랑, 이 모든 것이 모여 성당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무모하고도 위대한 일이 벌어졌다. 무엇 하나가 없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펄롱은 이제 자신이 받은 것을 다른 이에게 돌려주고자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사소하지만 필요한 일, 우리는 그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일지 모른다. 나와 내 가족을 넘어 내가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까지 손을 뻗고 있는 펄롱의 모습이 벅차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펄롱의 마음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 가슴에서 마구 쏟아져 나올 때 나도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안에 가장 좋은 부분을 열어서 그 마음을 깊이 느끼며 살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윌슨 부인의 펄롱에게 보낸 친절과 격려, 말과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 펄롱을 좋은 혈통 출신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곁에서 변함없이 지켜준 네드의 행동들이 나날의 은총이었다. 펄롱은 그 은총들로 하나의 삶을 이루고 자신도 그렇게 살고자 한다. 작지만 사소한 것들, 나는 무엇을 생각하며 지켜나갈까? 세상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은 어떻게 실천해 갈 수 있을까?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 하루를 잘 몰입하며 매순간 열심히 살 것,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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