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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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p20 사소하지만 필요한 일

p20 힘들게 사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

p21 어디든 운 나쁜 사람은 있기 마련이니까.

p22 모든 걸 다 잃는 일이 너무나 쉽게 일어난다.

p29 언제나 쉼 없이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다음 해야 할 일로 넘어갔다. 멈춰서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있다면, 삶이 어떨까, 펄롱은 생각했다. 삶이 달라질까 아니면 마찬가지 일까-아니면 그저 일상이 엉망진창 흐트러지고 말까?

p30 펄롱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려고 밖을 나가 외양간으로 가서 울었다. 산타도 아버지도 오지 않았다. 지그소 퍼즐도 없었다.

p31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에 펄롱은 말구유에 손을 차가운 물에 깊이 담그고 손에 아무 느낌이 없을 때까지 한참 그러고 있었다.

p31 사람들은 말을 하다보면 반드시 본인이 어떤 사람인지 뭘 아는지 드러내기 마련이다.

p34 아일린은 언제나 힘든 일부터 먼저 처리했다.

p34 그 집 물건들이 펄롱의 것은 아니었지만 전혀 상관없었다. 미시즈 월슨이 그 물건들을 쓰라고 기꺼이 내주었기 때문이다.

p36 한번 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각자에게 나날과 기회가 주어지고 지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거라고.

p37 누구나 어휘를 갖춰야 한다.

p37 미시즈 월슨은 마치 자기 자식인 양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 주었다. “자랑스럽게 생각하렴그날 종일, 그 뒤로도 얼마간 펄롱은 키가 한 뼘은 자란 기분으로 자기가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소중한 존재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돌아다녔다.

p43 이게 다 무엇 때문일까? 펄롱은 생각했다. 일 그리고 끝없는 걱정, 캄캄할 때 일어나서 작업장으로 출근해 날마다 하루 종일 배달하고 캄캄할 때 집에 돌아와서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가 어둠 속에서 잠에서 깨어 똑같은 것을 또다시 마주하는 것,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요즘 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일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뭔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p53 너무 오래 제멋대로 살아온 고집 센 조랑말을 떠올렸다.

p54 이 길로 어디든 자네가 원하는 데로 갈 수 있다네.

p54 그런 일을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어쨌든 간에,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우리 딸들은 건강하게 잘 크고 있잖아.

걔들은 우리 애들이 아니라고

p111 자기가 더 나은 혈통 출신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서 그 세월 내내 펄롱의 곁에서 변함없이 지켜보았던 네드의 행동이 바로 나날의 은총이 아니었나. 왜 가장 가까이 있는 게 가장 보기 어려운 걸까?

 

p113 펄롱의 하루는 지금 무언가 다른 것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p114 펄롱은 불안한 걸음을 계속 옮겼다. 무언가 흥분에 가까운 기운이 피를 타고 흘렀다.

자기보호 본능과 용기가 서로 싸우는 걸 느꼈고

p119 문득 서로 돕지 않는다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날을, 수십년을, 평생을 단 한 번도 세상에 맞설 용기를 내보지 않고도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 부르고 거울 앞에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나?

아이를 데리고 걸으면서 펄롱은 얼마나 몸이 가볍고 당당한 느낌이던지 가슴속에 새롭고 새삼스럽고 뭔지 모를 기쁨이 솟았다. 펄롱의 가장 좋은 부분이 빛을 내며 밖으로 나오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을까? 펄롱은 자신이 어떤 부분이 밖으로 마구 나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대가를 치르게 될 테지만 그래도 변변찮은 삶에서 펄롱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와 견줄 만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p120 펄롱은 미시즈 월슨을,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 어떻게 펄롱을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p120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평생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p121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느낀점: 펄롱의 열심인 삶, 미시즈 윌슨의 자비로운 삶, 네드의 은근한 사랑, 이 모든 것이 모여 성당에서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무모하고도 위대한 일이 벌어졌다. 무엇 하나가 없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펄롱은 이제 자신이 받은 것을 다른 이에게 돌려주고자 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사소하지만 필요한 일, 우리는 그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일지 모른다. 나와 내 가족을 넘어 내가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까지 손을 뻗고 있는 펄롱의 모습이 벅차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펄롱의 마음에서 가장 좋은 부분이 가슴에서 마구 쏟아져 나올 때 나도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안에 가장 좋은 부분을 열어서 그 마음을 깊이 느끼며 살아야겠단 생각을 했다.

 

윌슨 부인의 펄롱에게 보낸 친절과 격려, 말과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 펄롱을 좋은 혈통 출신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곁에서 변함없이 지켜준 네드의 행동들이 나날의 은총이었다. 펄롱은 그 은총들로 하나의 삶을 이루고 자신도 그렇게 살고자 한다. 작지만 사소한 것들, 나는 무엇을 생각하며 지켜나갈까? 세상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은 어떻게 실천해 갈 수 있을까?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 하루를 잘 몰입하며 매순간 열심히 살 것,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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