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 내면아이를 만났다 - 엄마 마음속 상처 입은 어린아이를 마주하는 심리 치유 가이드
안정희 지음 / 카시오페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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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예전보다는 덜 하지만 육아가 너무너무 힘든 시절이 있었어요. 큰 아이가 배앓이를 100일까지 해서 매일 이유 없이 밤마다 2시간씩 울어대도 내 잘못 같았고, 작은 아이가 잘 안 자고 예민해도, 고집을 부려 힘들게 해도 다 내 탓 같았던 날들이 많았어요. 아이에게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자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늘 반성을 하는 날들이 여러 해가 지나갔답니다. 지금도 아이들이 치우지 않거나 말을 몇 번씩 했는데도 지키지 않으면 속에서 무언가가 올라옵니다. 아이들에게 울컥하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해요. 그럼 아이들은 그런 내 눈치를 보고.. 그런데 그럴 때마다 내가 엄마가 아니라 그냥 아이에게 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기도 하고 짜증을 낸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 마음속 어릴 적 제 모습을 자꾸 끄집어 내고 있는 걸 느꼈답니다. 내가 너무 힘든 건 지금 이 순간이 힘들다기 보다 내가 어릴 적 겪었던 결핍과 상처 때문에 생긴 자아 때문에 그렇다는 걸 백번 공감한답니다. 그래서 내 마음을 먼저 치유해야 바른 육아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책을 펴들게 되었어요. 제목이 정말 공감이 되네요. 엄마가 되고 내면아이를 만났다..

아이가 말하는 한 마디에 상처를 받거나 화가 난다면 내가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예요. 아이가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을 수 있는데 거기에 발끈한다거나 같이 화를 낸다면 아직 내 속에 있는 아이가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책은 엄마 내면의 상처 입은 어린아이를 만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그 존재를 돌보고 성장시키는 방법까지 단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어요.

엄마는 한결같아야 하는데 그게 정말 쉽지가 않더라고요. 양육할 때에도 내가 힘들거나 피곤하면 정말 평소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 더 짜증이 난다거나 기분이 좋으면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대한다거나.. 말 그대로 내 안에 있는 내면아이가 꽁꽁 숨어 살면서 우리의 인생 전반에 많은 힘과 영향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느 순간 아이가 나를 닮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게 그렇게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너무나 신기했던 건 저는 장녀로 태어났어요. 항상 밤낮없이 바쁘게 일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동생이랑 함께 컸는데 초등학교 시절 우리끼리 자야 하는 날도 있었고, 우리가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날들도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항상 예민했던 것 같아요. 대중교통을 타도 한 번 졸아본 적이 없었고.. 동생은 잠을 자도 혹시 우리가 내릴 곳을 놓칠까 봐 혹은 동생이 졸다가 옆으로 떨어질까 봐 그 옆에서 지키고 서 있었고, 내가 힘들거나 안 좋은 일은 쏙 빼놓고 늘 잘하는 일, 잘 한 것만 부모님께 말씀드리곤 했었어요. 걱정하실까 봐 그랬던 것 같아요. 아빠가 술을 드시고 늦게 들어오면 오실 때까지 잠을 못 이루고.. 전형적인 장녀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는 아이에게 그런 것들을 가르치지 않았는데 우리 아이가 정말 날 똑같이 닮았어요. 내가 싫어하던 나의 그런 점들이...

그런 걸 보면 내가 아직 어린 시절의 상처와 결핍을 극복하지 못하고 아이 앞에서 그런 모습들을 많이 보여줬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파집니다. 별거 아닌 아이의 말과 행동에 화가 나기도 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들도 크게 만들어버리고.. 내 안의 아이는 무슨 슬픔이, 화가 그렇게도 많은 걸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내 안에 있는 내면아이를 마주 보게 됩니다.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 내면 아이를 끄집어 내어 말을 하는 건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들이 혼자서도 충분히 자기 안의 내면 아이를 만나고 돌보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정말 다채롭고 실용적인 활동지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어서 이 부분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이런 시간 자체를 가져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커피 한 잔과 함께 이런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요..

정말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 내 모습이 생각나서 혼자 울컥울컥했어요.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고 아무 걱정 없이 자란 것 같지만 혼자서 숨겨둔 상처들이 제법 많았던 모양입니다. 몸은 다 자랐지만 마음은 미처 자라지 못한 것 같아 책을 읽으며 저를 달래주었어요. 그래서 지금 나의 감정들은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도 쉽게 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내가 내 상처를 제대로 돌아보고 돌봐주지 못해 그 상처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것 같아 지난 세월이 너무도 미안하고 마음이 아픕니다. 엄마를 통해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을 배우고 이런 감정 자체가 대물림되는데 좋지 않은 감정들만 물려준 것 같아 마음이 찡하네요. 저도 겉으로 바르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아이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릴 때 저처럼 감정을 자꾸 안으로 삼키는 큰 아이를 보면서 이 부분은 제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26년 차 엄마이자 15년 차 부모교육 전문가인 저자는 양육을 하면서 엄마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로 엄마 자신이 성장 과정에서 겪은 결핍과 상처들로 인해 심리적인 성장이 멈춰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을 하고 있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어린 시절과 자꾸 오버랩 되는 모습을 자주 만나게 되고 그때마다 아이로 인해 내 내면 아이가 자극을 받기 때문이죠. 책을 읽으면서 내 안의 내면아이가 어떤 모습인지 직시할 수 있고, 내가 내 감정과 친해지고 상처 입은 내면아이를 다독이는 행동 양식을 챙기면서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답니다. 아이가 이렇게 하면 저런 행동을 하고, 저렇게 하면 이렇게 하라는 육아서의 행동지침이 아니라 왜 내가 그런 반응을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근원을 파악하게 되어서 양육의 본질을 이해하고 스스로 힘을 기를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지만 나도 엄마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는 이 순간순간에서 나를 조금 더 당당하고 멋지게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엄마가 되고 내면아이를 만났다'가 고마웠어요. 육아를 한다면 꼭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조금 더 일찍 만났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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