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배수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12월
구판절판


지금 당장 나에게도 꿈이 있다. 탈한국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프라이드도 아니다. 바로 웨이터가 서 있는 저 문으로 누군가가 걸어오는 것이다. 근사하게 옷을 차려입고 있는 척하는 계급의 그런 사람이. 상대편보다 잘났다고 생각하는 거드름과 자신이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존재라는 오만한 관용으로 뭉친 사람이. 그리고 나를 쳐다본다. 헤게모니의 승자가 된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고. 바로 그 순간 그 사람에게 아주 쿨하게 말해 주는 것이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하고.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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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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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쓰는 것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신들의 호의를 얻지 못하면(거기에만 매달려 살아가는 자들에게 재앙이 있을진저), 글만 써서는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 비바람을 막아 줄 방 한칸 없이 떠돌다가 굶어 죽지 않으려면, 일찌감치 작가가 되기를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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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구판절판


다만 내가 그것보다 더 짜증이 나는 것은, 상상력이 결여된 인간들 때문이야. T.S 엘리엇이 말하는, '공허한 인간들'이지. 상상력이 결여된 부분을, 공허한 부분을, 무감각한 지푸라기로 메운 주제에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바깥을 돌아다니는 인간이지. 그리고 그 무감각함을, 공허한 말을 늘어 놓으면서 타인에게 억지로 강요하려는 인간들이지. 즉 쉽게 말하자면, 조금 전 도서관의 실태를 조사오러 온 두 여성 같은 인간들이라구.

(중략..)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정상인이든, 페미니스트든, 파시스트의 돼지든, 공산주의자든, 힌두교 신자든,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어. 어떤 깃발을 내걸든 나는 전혀 상관하지 않아. 내가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런 '공허한 사람들'이야.

(중략..)

결국 사에키상의 연인을 죽인 것도 그런 인간들임에 틀림없어. 상상력이 결여된 속 좁은 비관용성 독불장군 같은 계급 투쟁의 운동 방침, 공허한 말들, 찬탈된 이상, 경직된 시스템. 내가 정말로 두려운 것은 그런 것들이야. 나는 그런 것들을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증오해. 무엇이 옳고 옳지 않은가- 물론 그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지. 그러나 그런 개별적인 판단은 혹시 잘못되었더라도 나중에 정정할 수가 있어.
잘못을 스스로 인정할 용기만 있다면, 대개의 경우는 돌이킬 수 있지. 그러나 상상력이 결여된 속 좁은 것이나 관용할 줄 모르는 것은 기생충과 마찬가지거든. 중간 숙주를 바꾸고 형태를 바꾸어서 끝없이 이어져가는 거야. 거기에는 구원이 없어. 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을 여기에 들여놓고 싶지는 않아..

(중략..)

나는 그런 것을.. 적당하게 웃어 넘길 수가 없어.
-351p~353p쪽

나는 자유다, 라고 생각한다. 눈을 감고, 내가 자유다, 라는 것에 대해 한동안 생각한다. 그러나 자유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아직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외톨이라는 사실뿐이다. 혼자 모르는 고장에 와 있다. 자석도 지도도 잃어버린 고독한 탐험가처럼, 자유란 이런 상태를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조차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둔다.
-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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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6 S.E. - [할인행사]
왕가위 감독, 양조위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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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2046>을 보았다.



<2046>은 왕가위가 꾸는 꿈 속 같은 영화다.



우리가 꾸는 꿈은 한 장 한 장의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 영상이 뇌에 저장되었다가,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 자동적으로 스토리가 이어져 한 편의 꿈이 된단다. (그래서 꿈은 황당하고 비논리적이다)



<2046>도 그러하다

이 영화는 왕가위 영화 세계가 꾸는 과거와 미래, 시간과 사랑에 대한 꿈이며

빠져있는 퍼즐 조각 중 하나이고

아니면 그 세계 자체이기도 하다.



<2046>이 왕가위 영화의 전작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기무라 타쿠야가 등장한다는 점 정도일까?

기무라 타쿠야는 왕가위의 연출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토리도 캐릭터도, 촬영종료일도 알 수 없는 가운데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또 상당부분 드러내서 화를 냈다고도 하던데..장만옥은 그래도 좀 심했다...-_- 한 세 컷 나왔나..)



하지만 기무라 타쿠야는 차우가 쓴 소설 속 주인공일 뿐이니

그가 이 세계의 결말이나 영화의 내용을 모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잘생긴 기무라 타쿠야는 영화의 내용을 알건 모르건 어쨌든 안드로이드 왕정문에게 말한다.

함께 가지 않을래? (이 대사가 맞나.. 기억이 잘 안나네.. 근데 저건 레카 마지막 대산데..;;;)

낡은 안드로이드 왕정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열차는 2046으로 계속 달려간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그곳에 가면 기억을 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2046에서 돌아온 사람은 없다고 한다.

낡은 안드로이드 왕정문은 구멍에 비밀을 속삭인다.



이 소설을 쓰고 있는 차우 (양조위)는 호텔 2047호에 투숙해 있다.

화양연화에서 장만옥과 이별하고 어느 새 느끼한 바람둥이가 되어버린 양조위는 이 영화에서 3명의 여인을 만난다.



먼저 공리가 연기한 수리첸.(수리진?)

화양연화의 장만옥과 같은 이름을 하고, 절대 장갑을 벗지 않는, 베일에 쌓인 여인.

(이 수리진이란 이름은 아비정전에서 장만옥의 배역 이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양조위는 과거를 잊지 못하고, 그녀를 떠나보내게 된다.



그 후 홍콩에 온 양조위는 유가령(루루)를 만난다.

아비정전에 출연해 아비(장국영)과도 사랑을 나눈 적이 있는 댄서 루루.

동사서독에서 눈이 멀어가는 맹무살수 양조위의 바람난 아내로 나왔던 유가령이다.

검은 말을 붙잡고 흐느적거리던..;;;

(흠..그렇다면 화양연화에서 양조위의 바람난 아내로 등장했었어도 좋았겠군.. 조건만 맞았다면)



유가령은 왕가위 영화에서 늘 찬밥인 것 같다.

이번에도 그녀는 이렇다 할 사건도 없이 나오자마자 죽는다.(안드로이드로 출연하긴 하지만 아쉽게도 이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너무 안어울린다.-_-)

(그녀의 애인인가 뭐로 나오는 장첸은 왜 1분 정도 나오더니 유가령을 살해하고 그 뒤론 전혀 나오지 않는가..-_-;)



그 방에 장쯔이가 투숙하게 된다.

바람둥이 양조위는 장쯔이와 관계를 갖게 되지만, 다른 것은 다 빌려줘도 마음만은 주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호텔 사장의 딸 왕정문과 비밀을 공유하게 되고, 함께 소설을 쓴다.

하지만 왕정문은 캘리포니아가 아닌 기무라 타쿠라가 있는 일본으로 떠나버린다.

(참! 기무라 타쿠라의 포마드 기름에 딱 붙은 2대 8 가르마는 못봐주겠다. 앞으론 다신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왕가위가 영화로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애초에 서사 따위엔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그의 영화에서 스토리나 내러티브는 중요하지 않다.

그의 세계는 한 권의 시집과 갖고, 그의 영화들은 시집의 부분 부분을 나눠가진 같은 시제의 연시들이다.



그는 스토리가 아닌 정황과 이미지로 말한다.



사랑은 또각이는 하이힐 소리와 함께 찾아오지만, 그것은 엇갈림 속에서 사라진다.

나와 함께 떠나지 않을래?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들은 작은 구멍에 말못한 비밀을 속삭이고는 묻어버린다.

과거는 그렇게 구멍 속에 묻힌다. 앙코르와트에서. 낡은 호텔의 2046호 벽 안에서. 안드로이드의 차가운 손가락 사이에서.

기억은 취생몽사 한 잔으로 지워져버린다.

우리들은 기억을 찾아 2046으로 가는 열차에 오른다. 2046은 미래이지만, 그곳은 또 과거다.

우리들은 엇갈림 속에서 끊임없이 레일 위를 돈다.

삶의 유통기한이 다 하는 날 발없는 새는 땅에 내려와 눈을 감는다. 그러나 사실 그 새는 처음부터 죽어있던 새다.



나는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다.

해 본적도 없고 이해도 할 수 없다.

만약 정말 세상에 사랑이란 게 있다면, 그것은 꼭 왕가위의 영화같을 것 같다.



그나저나 영화 본 지 몇 시간 안지났는데.. 벌써 대사들이 가물가물하네.. 늙었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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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 SE - [할인행사]
스티븐 달드리 감독, 제이미 벨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2001년 겨울에, 나는 당시 서브작가였던 아이와 함께 회사에 남아 이 영화를 보았다.
레카가 14화까지 방영을 하고, 회사가 극도로 어려워져 직원들이 반 이상 나가고, 남은 인원들이 한달에 겨우 한 편 정도밖에 만들지 못했던 시절이었다. 사장님은 14화 이후를 제작하느냐 마느냐 고심하다가 제작을 단행키로 결정했고, 남은 사람들은 꾸물거리며 조금씩 조금씩 15화,16화를 이어 만들었다. EBS에선 14화 이후에 다시 1화부터 재방영을 하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의 항의에 리플을 달아주기 바쁠 때였다.

예술을 하면 배고프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다. 그렇게 주체 못하는 끼를 감당 못해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 사람들 치고 배 안고픈 사람 거의 못 봤다.
가스에 쌀까지 떨어진 만화가들, 여기저기 옮겨다닌 서너개의 회사에서 모두 임금이 체불되었다며 노동청 드나들기 바쁜 애니매이터들, 시 한편에 만원도 안되는 원고료를 받으며 최저생계비 지급대상자가 되어 살고 있는, 그래도 문단에서는 꽤 알아주는 시인들, 1년에 벌어봐야 300만원 벌기도 힘들다는 소설가들, 겉으로는 고상한 발레단의 발레리나지만 한달 60만원의 월급을 받으며 밤에는 무용 과외나 아줌마들 다이어트 재즈 댄스 강의 등의 알바를 뛰어야 하는 무용수들, 돈 없으면 전시회 하기도 힘든 화가들, 교통비도 안되는 푼돈을 받으며 주말도 휴가도 없이 24시간 내내 뛰어다니는 영화인들, 그나마도 여기 저기 원고료를 떼먹히고 남 좋은 일만 죽어라 하는 프리랜서들, 연예인의 꿈을 꾸며 죽어라 노력하지만 아무리 해도 뜨지도 못하고 나이만 먹어가는 어린 아이들….

예대를 나온 나는, 집안의 반대로 다른 학과에 지원했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 다시 입학을 했던 예술학도들을 많이 보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면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끝까지 꿈에 매달려서 결국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왠걸? 나는 그토록 하고 싶어하던 꿈도 석 달 월급 체불 못 이긴다는 걸 알았다.
뭐.. 요즘이야 이걸 하나 저걸 하나 못사는 건 마찬가지니까 차라리 잘 됐다 싶다. 문학 포기하고 경영과 간 친구도 똑같이 죽쑤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와야 그래도 글쓰겠다며 문창과 들어온 사람 기분이 좀 좋지 않겠는가. (안 그런가..? ^^)

자식이 예술을 하겠다고 나섰을 때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여기서 두 가지의 생각이 교차할 것이다. ‘예술? 그거 해서 입에 풀칠이나 하겠어? 그런거 시켜줄 돈도 없어.’ – 이 예술이란게.. 돈은 못 벌면서 들어가는 돈은 또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래도 이거 시켜주면 나중에 엄청 성공하는 거 아냐? 내 자식의 이 넘치는 끼와 재능을 썪히는 것도 아까운데. 적어도 나처럼 지긋지긋한 인생을 살게 하진 말아야지’ 하는 생각도 한다.

왜냐면, 예술을 선택해서 결국 성공하게 된 사람이란, 극 소수지만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그런 인물이 한 명 나온다면, 그 집안은 성공 한거다.

너무 옆길로 샜다. 다시 [빌리 엘리어트]로 돌아오자.
빌리는 탄광촌에서 파업 중인 한 광부의 아들이다. 그 집안엔 꿈도 없고 미래도 없다. 빌리의 형은 이미 아무런 비전도 없는 광부가 되었다. 아버지는 늙어가고, 엄마는 죽었고, 할머니는 치매에 걸렸다. 파업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빌리의 집은 점점 가난에 쪼들린다.
그러니까 찢어지게 가난한 광부의 집에 춤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 뭐..영화엔 그렇게 설정되어 있으니- 빌리가 태어난 것이다. -이건 꽤나 슬픈 설정이다 -
이제 빌리의 아버지는 선택을 해야 한다. 자, 어떻게 할까?
사실 빌리가 춤에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아버지로써는 알 수가 없다. 그냥 잘 추니까 그런가보다 할 뿐이다. 발레 학교에 보낼려면 돈도 무진장 들어간다. 아버지와 형이 죽어라 광석을 캐서 버는 돈을 족족 부쳐줘야 하니까 말이다. 그 학교에 간다고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유명한 무용수가 된다 한들 돈을 많이 벌어서 그 동안 빚 다 갚고 가족들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볼 수도 없다.
빌리를 보자. 그다지 착한 애도 아니다. 아빠가 없는 돈에 권투 도장가라고 준 돈으론 엉뚱하게 발레 강습에 들어가고, (태연하게 어른 속이기) 발레라는 세계를 열어준 고마운 선생님한테는 무례하게 대들고, 입학 시험 때 만난 곱상한 학생한테 괜한 자격지심에 주먹까지 휘두르고, 시험을 보고 와선 괜히 집안 사람들에게 툴툴거린다.
아마 학교에 가서도 애들 꽤나 팼을 것이다. 부잣집 아이들에게 열등감도 느꼈을 것이다. 빽있고 돈 있는 것들한테 밀려 주연자리를 못따고 단역만 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결국 빌리에게 모든 것을 건다. 우리는 이 지긋지긋한 인생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너는 떠나서 성공해라. 너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세계를 누비며 집안을 드놉혀라. 한마디로 입신양명 하라는 거다. (제일 불쌍한 건 형이다. 기껏해야 20대일텐데..)

빌리는 런던(?)으로 떠나고, 아버지와 형은 탄광촌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후 빌리는 멋지게 성공한다. 아버지와 형은 빌리를 보러 와서 눈물을 흘리며 기뻐한다. 그 한 순간을 위해 10 년 이상을 희생했을 것이다.(어쩌면 영화가 끝난 후에 갑자기 검은 가래침을 내뿜으며 병원으로 실려가 폐암 판정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판타지를 실현시켜준 우화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부모의 반대를 받지만 곧 반대는 기대로 바뀌고, 그들의 따뜻한 희생을 밟고 일어서 결국엔 성공하는, 즉 대박을 날리며 날아 오르는 그런 꿈. 너는 안돼! 못해! 라며 야유를 퍼붓던 고등학교 담임이나 기타 등등 사람들에게 성공한 자의 미소를 지어 보이는 꿈.
그래서 구질구질한 많은 부분들은 알아서 생략되어 버리고, 빌리의 경쾌한 탭댄스와 천진난만한 모습, 춤에 대한 열정만 미화되어 보여진다.

예술가라면 누구나 대박의 꿈을 꾸고 있다. 누구나 언젠가 화려한 시상식에서 소감을 발표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속물 예술가의 모습 같지만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그 한 순간을 위해서 지긋지긋한 현재를 견디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늘도 우리들의 부모님은 여기저기 자식 자랑을 하고 다니기 바쁘다. 우리 딸은, 우리 아들은 작가에요, 음악가에요, 화가에요, 하며. 언젠가는 우리들이 집안의 빚을 청산해주고 대궐 같은 아파트를 사 주기를 꿈꾸며.

휴. 어쩔 수 없지. 죽이 되든 떡이 되든 끝까지 해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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