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6 S.E. - [할인행사]
왕가위 감독, 양조위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드디어 <2046>을 보았다.



<2046>은 왕가위가 꾸는 꿈 속 같은 영화다.



우리가 꾸는 꿈은 한 장 한 장의 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그 영상이 뇌에 저장되었다가,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 자동적으로 스토리가 이어져 한 편의 꿈이 된단다. (그래서 꿈은 황당하고 비논리적이다)



<2046>도 그러하다

이 영화는 왕가위 영화 세계가 꾸는 과거와 미래, 시간과 사랑에 대한 꿈이며

빠져있는 퍼즐 조각 중 하나이고

아니면 그 세계 자체이기도 하다.



<2046>이 왕가위 영화의 전작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기무라 타쿠야가 등장한다는 점 정도일까?

기무라 타쿠야는 왕가위의 연출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토리도 캐릭터도, 촬영종료일도 알 수 없는 가운데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또 상당부분 드러내서 화를 냈다고도 하던데..장만옥은 그래도 좀 심했다...-_- 한 세 컷 나왔나..)



하지만 기무라 타쿠야는 차우가 쓴 소설 속 주인공일 뿐이니

그가 이 세계의 결말이나 영화의 내용을 모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잘생긴 기무라 타쿠야는 영화의 내용을 알건 모르건 어쨌든 안드로이드 왕정문에게 말한다.

함께 가지 않을래? (이 대사가 맞나.. 기억이 잘 안나네.. 근데 저건 레카 마지막 대산데..;;;)

낡은 안드로이드 왕정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열차는 2046으로 계속 달려간다.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그곳에 가면 기억을 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2046에서 돌아온 사람은 없다고 한다.

낡은 안드로이드 왕정문은 구멍에 비밀을 속삭인다.



이 소설을 쓰고 있는 차우 (양조위)는 호텔 2047호에 투숙해 있다.

화양연화에서 장만옥과 이별하고 어느 새 느끼한 바람둥이가 되어버린 양조위는 이 영화에서 3명의 여인을 만난다.



먼저 공리가 연기한 수리첸.(수리진?)

화양연화의 장만옥과 같은 이름을 하고, 절대 장갑을 벗지 않는, 베일에 쌓인 여인.

(이 수리진이란 이름은 아비정전에서 장만옥의 배역 이름이기도 하다)

하지만 양조위는 과거를 잊지 못하고, 그녀를 떠나보내게 된다.



그 후 홍콩에 온 양조위는 유가령(루루)를 만난다.

아비정전에 출연해 아비(장국영)과도 사랑을 나눈 적이 있는 댄서 루루.

동사서독에서 눈이 멀어가는 맹무살수 양조위의 바람난 아내로 나왔던 유가령이다.

검은 말을 붙잡고 흐느적거리던..;;;

(흠..그렇다면 화양연화에서 양조위의 바람난 아내로 등장했었어도 좋았겠군.. 조건만 맞았다면)



유가령은 왕가위 영화에서 늘 찬밥인 것 같다.

이번에도 그녀는 이렇다 할 사건도 없이 나오자마자 죽는다.(안드로이드로 출연하긴 하지만 아쉽게도 이 의상과 헤어스타일이 너무 안어울린다.-_-)

(그녀의 애인인가 뭐로 나오는 장첸은 왜 1분 정도 나오더니 유가령을 살해하고 그 뒤론 전혀 나오지 않는가..-_-;)



그 방에 장쯔이가 투숙하게 된다.

바람둥이 양조위는 장쯔이와 관계를 갖게 되지만, 다른 것은 다 빌려줘도 마음만은 주지 못한다.



그리고 그는 호텔 사장의 딸 왕정문과 비밀을 공유하게 되고, 함께 소설을 쓴다.

하지만 왕정문은 캘리포니아가 아닌 기무라 타쿠라가 있는 일본으로 떠나버린다.

(참! 기무라 타쿠라의 포마드 기름에 딱 붙은 2대 8 가르마는 못봐주겠다. 앞으론 다신 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왕가위가 영화로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애초에 서사 따위엔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

그의 영화에서 스토리나 내러티브는 중요하지 않다.

그의 세계는 한 권의 시집과 갖고, 그의 영화들은 시집의 부분 부분을 나눠가진 같은 시제의 연시들이다.



그는 스토리가 아닌 정황과 이미지로 말한다.



사랑은 또각이는 하이힐 소리와 함께 찾아오지만, 그것은 엇갈림 속에서 사라진다.

나와 함께 떠나지 않을래?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들은 작은 구멍에 말못한 비밀을 속삭이고는 묻어버린다.

과거는 그렇게 구멍 속에 묻힌다. 앙코르와트에서. 낡은 호텔의 2046호 벽 안에서. 안드로이드의 차가운 손가락 사이에서.

기억은 취생몽사 한 잔으로 지워져버린다.

우리들은 기억을 찾아 2046으로 가는 열차에 오른다. 2046은 미래이지만, 그곳은 또 과거다.

우리들은 엇갈림 속에서 끊임없이 레일 위를 돈다.

삶의 유통기한이 다 하는 날 발없는 새는 땅에 내려와 눈을 감는다. 그러나 사실 그 새는 처음부터 죽어있던 새다.



나는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다.

해 본적도 없고 이해도 할 수 없다.

만약 정말 세상에 사랑이란 게 있다면, 그것은 꼭 왕가위의 영화같을 것 같다.



그나저나 영화 본 지 몇 시간 안지났는데.. 벌써 대사들이 가물가물하네.. 늙었나..-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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