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랑 같잖아. 자연스러움을 연기하고 있잖아. 사실은 너도, 자신은 다른사람들과 다른 무슨 특별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잖아.무지하게 우월감을 품고 있으면서 일부러 멍청한 듯이 행동하잖아. 네 쪽이 훨씬 더 그럴듯하게 연기하고 있어. 넌 아주 자유로워 보여. 난 그걸 좋아했어. 다른 애들처럼 이런 저런 틀을 만들지 않으니까. 그렇지만 말야 언제나 자유롭다는 건 진짜로 자유롭지 않은 거라구. 나도 마찬가지지. 네가 말한 그대로야. 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나를 좋아해. 그런 연기를 열심히 하는 것이 나의 취미야. 어중간하게 자유인 흉내 따위는 내지 않아" -?쪽
다른 사람과는 다른 무슨 특별한 것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제에. 나는 그녀의 말을 되씹어 보았다. 나야말로 자연스러움을 연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변형된 아부나 작위는 싫다. 그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걸 너무도 멀리하고 싶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것을 덮어쓰고 만 것은 아닐까. 사람들에 대한 아부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아부를.
인간에게는 시선을 받아들이는 안테나가 붙어 있다. 타인의 시선이나 자기 자신의 시선을 받으면 사람은 반드시 아부라는 독을 생산해 낸다. 나는 그 독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지를 생각해보아야만 했다. 모모코나 어머니가 시원스러운 것은 그런 과정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자기 자신을 언제나 명확히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문득 껍질 벗기는 칼이 떠올랐다. 그것으로 채소 껍질을 벗기듯이, 나의 이상한 자의식을 벗겨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렇게 할 수 있을때 나의 겉모습과 속마음이 일치하는 날이 올 것이다. -166쪽
선생님, 삼각형의 세 각을 합하면 180도가 되잖아요. 일직선이 되는 거지요. 고통의 각을 세 개 모으면 그것도 일직선이 됩니다. 여섯 개를 모으면 360도가 됩니다. 동그랗게요. 더이상 아프게 하는 뾰족한 각은 없습니다. 나와 아카마는 이미 한 개의 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는 빨리 일직선이나 동그라미가 될 수 있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지구도 둥글잖아요."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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