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떨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6월
구판절판


오랜 옛날부터 서민들은 자신들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현실에 삶을 바쳐 왔다. 적어도 과거에는 이렇게 무의미하게 삶을 바치면서 어떤 절대적인 대의가 있다고 상정이라도 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더이상 환상을 가질 수 없었다. 그들은 아무 명분도 없이 자신들의 존재를 던지고 있었다.

중략..

그런데 회사 밖에서, 숫자로 뇌가 세척된 경리들을 기다리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만큼이나 두개골에 구멍이 생긴 동료들과 의무적으로 맥주를 마시고 터질 듯한 지하철을 몇 시간이나 타는 것. 이미 잠든 아내, 벌써 무감각해진 아이들, 물 빠지는 세면대처럼 당신을 빨아들이는 잠, 아무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모르는 드문 휴가. 삶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데 제일 끔찍한 것은, 이 사람들이 지구상에서 특권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데 있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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