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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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잠에서 깨니 어제와 같은 날이 다시 시작한다. 시간이 선형적으로 흐르지 않고 계속 순환 반복되는 주제의 영화를 우리는 많이 접한다. 전형적으로 주인공은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다음 기회에 그것을 바로잡으려고 한다. 대부분 부정의 사건에서 긍정의 결말로 끝나기를 바라며 다음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영화<사랑의 블랙홀>에 나오는 주인공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주인공 필은 매년 열리는 축제 취재를 위해 마을에 왔다. 그 일을 귀찮게 여긴 그는 잠이 들고 아침에 깨어보니 자신이 다시 축제 취재를 하는 것이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러한 원하지 않는 상황에 처한 필의 반응은 여러 단계를 거쳐 나타난다. 처음에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불신이 생기며, 그것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탐닉하고, 그러다 분노가 치밀고, 상황이 자신을 기만한다고 여기다 한탄하지만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 절망한다. 그러나 마침내 자신에게 처한 상황을 수용하기에 이른다. 여기에서 저자는 필에게 자유의지가 있는지 아니면 정해진 운명대로 사는지에 대해 질문한다(364).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유의지가 있다. 자유로운 상황에서 자유의지를 내세우는 것과 달리, 필의 경우처럼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선택지가 거의 한정되어 있을 때 자유의지는 불행에 가깝다. 덫에 걸린 듯한 상황에서 우리는 자유의지가 존재할까 아니면 주어진 운명에 나를 맡겨야 하는지는 난해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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