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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 자 (리커버 에디션)
실비아 플라스 지음, 공경희 옮김 / 마음산책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지난봄에 시작한 학사일정이 이번 학기도 정말 빠듯하다. 숨이 막힐 정도로 일이 많다는 이유로 알라딘 새내기가 채 발도 담그기 전에 지쳤다. 보통 여름방학 3개월이 이번에는 한 달 남짓하여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는 사이 다시 새 학기가 되었다. 읽어야 하는 책이 점점 쌓여 이젠 능력을 초과한듯하다. 간만에 머리를 정리하는 날이다.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는 미국의 시인으로 더 잘 알려졌는데, 그녀의 시에 자전적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 전 소설 <벨 자>(The Bell Jar, 1963)가 빅토리아 루커스 Victoria Lucas라는 가명으로 출간되었다. 1981년 남편인 테드 휴스가 엮은 <실비아 플라스 시 전집>은 다음 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시 부문에서 작가 사후에 출간된 책이 퓰리처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며 지금까지 유일하다.
벨 자의 주인공 에스더 그린우드는 플라스의 삶을 보여주는 듯하다. 1950년 당시 여인이 당연히 해야 하는 역할이라는 사회와 가정 안에서 만들어놓은 억압과 구속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욕망은 그저 욕망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어머니와의 갈등 안에서 그녀는 그녀 자신의, 여성의 목소리를 내려고 한 것은 아닐까. 그렇지만 그녀 역시 사랑을 원하는 한 여성의 인생을 보여주며, 복잡한 작가의 심리상태를 주인공인 그린우드의 모습에 투영되고 있다. 이는 어쩌면 그녀가 생에서 마지막까지 외치며 보이고 싶었던 그녀 자신의 본 보습이 아닐까. 여성은 말을 하고 있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던 당대의 시대에 대한 외침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