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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속의 건포도 ㅣ 현대영미드라마학회 영한대역 4
로레인 한스베리 지음, 박정근 옮김 / 동인(이성모) / 1998년 8월
평점 :
로레인 한스베리(Lorraine Hansberry)는 자신의 첫 작품 <태양 속의 건포도>(A Raisin in the Sun)로 흑인 여성 극작가로는 최초로 브로드웨이에 입성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20세기 중반 미국은 흑백 분리 차별문제로 인종갈등이 정점에 달해, 제 2차 세계 대전 기간에 일어난 미국의 흑백 통합, 50년대 초 연방 대법원에 의한 인종분리 중단 결정에도 불구하고 흑인들의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 한스베리는 흑인시인 랭스턴 휴스(Langston Hughes)의 시 “Halem"의 전문을 자기 작품의 프롤로그로 제시하고 있다.
제목 또한 이 시에서 따온 것인데 지연된 꿈이 태양속의 건포도처럼 말라버릴까 의문을 던지며 사회적 편견과 제도에 묶여 자유롭지 못하고, 계속해서 지연되어야만 하는 흑인들의 자유와 꿈에 대한 메시지를 도입부분에서 전하고 있다. <태양 속의 건포도>는 백인 남성중심 미국 사회에서 영거가족이 견뎌내야 하는 좌절과 꿈을 그리며 보통의 흑인들이 실제적으로 직면하는 현실 문제를 고뇌하며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여성인물 레나, 루스, 베니사의 모습을 통해 미국 흑인사회의 전형적인 세 가지 형태의 여성상을 나타내고 있다. 전통적인 가치관과 생활 태도를 고수하는 레나는 북부로 이주한 남부 흑인 여성을 대표하고, 루스는 남부 흑인 여성과 미국 현대 흑인 여성의 과도기적 인물로 자신의 지위를 높이고자 신분 상승을 열망한다. 베니사는 현대 미국흑인 여성의 전형으로 구조적 신분 상승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지적 신분 상승을 열망한다.
한스베리가 베니사를 자신의 8년 전 모습이라고 말했듯이 베니사는 60-70년대 흑인 여성들이 추구하던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은 백인중심 사회에서 여러 좌절을 통해 그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행동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