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은, 무화과 익어가는 시절이다.

뜨거움과 서늘함이 공존하여

파랗고 딴딴하던 열매가 말랑한 연두 빛깔로 바뀐다.

빈가지에 바구니를 걸어놓고

어느 새가 먹다 남긴 농익은 무화과를 제외하고

나머지 붉은색 열매를 딴다.

시원하고 건조한 그늘에서 하루나 반나절이 지나면

단내를 가득 품고

한입에 먹기 좋도록 숙성된다.

, 하루도 거르지 말고 부지런히 수확해야 한다.

게으름에 방심하고 날을 건너뛰면

너무 익어 발효된 열매에 개미떼가 몰려드는 까닭이다.

날이면 날마다 열심히 따고 손질하여

지인과 이웃에게 나눔도 하고

그러고도 남는 게 생기면 잼을 만든다.

오렌지청과 설탕을 적당히 넣어 뭉갠 후,

뜨거운 불 앞에서

끓는 냄비 속을 묵묵히 보고 견디면

연 갈색의 새콤달콤한 잼이 된다.

물론, 1도 정도의 화상은 감수해야 한다.

무화과는, 열매 안에 꽃을 품고 있어

꽃이 없다, 라고 하지만

먹기 전에 반으로 자른 열매를 보고 꽃이 아니라는 말은 못한다.

꽃이 열매고, 열매가 꽃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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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의 가장 높은 지점에서 솟구치듯 떨어지는

쾌감, 희열, 환희, 혹은 오르가즘 그 모든 감정의 총합에 대하여,

, 궁금하고 상상하고 또 상상했다.

불운아인 나는 지독하고 최악인 멀미라는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종족이다.

멀미는 수평으로 움직이는 탈 것들의 흔들림에서 시작된다.

롤러코스터의 수직 하강이 멀미와 무슨 상관일까

상관관계가 있건 없건 슬프게도

내 심장과 뇌는 공포와 두려움을 먼저 체득해 버렸다.

그럼에도 가끔은 미련스럽게 동경하고 꿈을 꾸었다.

언젠가, 지리멸렬한 이것에서 벗어날 자유가 온다면

이 세계 가장 높고 긴 롤러코스터를 타겠노라고

무디고 지친 상상이 칼 같은 현실이 되기를.

천형처럼, 오한과 오심으로 몸살 할 때

온갖 신들을 원망하며

이 저주에서 벗어나고 싶어 간구해도

기도는 답을 구하지 못했다.

나약한 인간은 운명에 극복이 아닌 굴복하여 살 수밖에 없었다.

다수의 누구에겐 하찮고 소소한

그러나 몇몇의 소수에게 극한의 시련인

멀미는 현재의 무거움에 대한 혼잣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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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널드 로웰 톨킨의 전기 영화를 보다

 

 

우연히 발견한 영화다. 정말 진짜일까 의심하며 검색하는 확인을 거쳤다. 도메 카루코스키라는 생소한 핀란드 감독이다. 톨킨의 열렬한 팬으로서 감격 또 감격이었다. <어바웃어보이>의 그 소년, 니콜라스 홀트가 젊은 시절의 톨킨을 연기한다. 그의 가난한 유년, 어머니의 죽음, 고아가 되어 교회의 후원을 받아 옥스퍼드 대학에 입학하기까지의 과정이 최대한 담백하게 그려진다. 이후, 문헌학자가 되는 과정이 슬픈 사랑, 이별 그리고 세계 1차 대전의 발발과 참전으로 이어진다. 모든 전쟁은 잔혹하고 끔찍하다. 피의 강과 시체의 산을 넘어 친구의 생사를 확인하는 과정이 톨킨의 앞에 판타지처럼 펼쳐진다. 전쟁은 사랑하는 친구를 삼켜버렸고, 톨킨은 살아남아 장대한 소설을 집필한다. 인간, 요정, 오크가 등장하는 아주 아름다운 세계의 서사가 그렇게 탄생했다. 영화 자체가 한편의 비현실적인 판타지였다. 아껴서 다시 한 번 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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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불쾌하지만 익숙한, 적응하기 싫은

아랫배를 끌어안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화장실에 갔다.

약간의 어지러움, 메스꺼움에

짜증, 불안, 초조

무한 반복의 악몽 같은

날짜는 불변의 불규칙성

부정할 수 없는 호르몬의 반격이다.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

죄를 찾아 고해라도 하면 고통이 사라질까.

, 궁금했다.

이건 무엇에 대한 벌일지

그 존재가 의심스런 신이 내린

인간, 여자에 대한

 

마음이 유리 같다.

부서질 듯 투명했을 시절은 가고

무수한 손가락 지문으로 더렵혀진

닦고 또 닦아도

남아있는 얼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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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는 각자의 방이 있다.

숨어있기 좋은 방

짧은 오수, 꿈을 찾아가는 시간

마실 나간 엄마를 찾아 나선

길 잃은 어린아이

흙투성이 꼬질꼬질한 주먹 안

설움 한 가득

가도 가도 끝없는 꿈 길

놀라 깨어나는, 낯선

닫힌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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