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벽 1 발란데르 시리즈
헤닝 만켈 지음, 권혁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메일을 보낼 줄도 받을 줄도 모르는 범죄수사관 발란더의 자괴감이 유난히 짙었던 소설이다. 현 시점에서 흥미를 가지기엔 방화벽이니 해커라는 소재는 식상한 면이 있다. 2004년도 나왔을 당시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추리물은 여타 장르에 비해 유행에 민감하다. 아무리 잘 쓰여 졌어도 흥미를 유발시킬 소재가 아니면 재미는 반감된다. 하지만 여전히 발란더의 고뇌와 사색은 인간미를 물씬 풍긴다.


몇 몇의 미치광이 광신도들로부터 세계를 구하는 발란더의 활약. 무겁고 지친 몸을 던져 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오해와 비난. 존재감은 위협받고 당뇨와의 끝나지 않은 전쟁을 치루는 몸은 피폐하고 고독에 사무친 정신은 건조한 사막 같다. 우주공간 너머의 보이지 않는 존재는 결국 그러한 발란더 수사관의 취약점을 파고들어 공격을 가한다. 소설을 읽으며 가장 이해가 안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교제광고란에 투고할 광고 문안을 두고 고민하는 발란더는 웃음을 유발했다. 그러나 덜컥 진위도 확인하지 않고 편지를 받자마자 만나러 달려가는 모습이라니. 척 보아도 수상한 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노련하고 노련한 발란더 수사관의 판단력이 단숨에 추락하는 장면이었다. 로베르트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해서 헐레벌떡 찾아왔을 때의 그 안일함이란.


이 소설은 불완전한 인간들의 집합소다. 발란더를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들이 한 가지 이상씩의 문제를 끌어안고 살아간다. 스웨덴, 북구의 낙원 같은 막연한 이미지를 풍기는 나라. 그 조국에 대한 헤닝 만켈의 불신과 근심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만연한 폭력과 부패와 타락, 술과 마약, 성의 문란 등 그가 말하는 스웨덴은 사람이 소박한 행복을 누리며 살 만한 곳이 아니다. 그곳은 다른 낙원을 찾아 떠나기 전, 여건이 여의치 않아 하는 수 없이 살아가는 안개 자욱한 음울한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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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8-22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란더 시리즈는 이제 더 못볼 거 같아 안타까워요. 그 딸도 경찰이 된다고 하던데요.

겨울 2006-08-2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요? 출간을 안하는 건가요, 작품이 없는 건가요?

물만두 2006-08-23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을 안하네요.

비로그인 2006-08-23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겨울 2006-08-24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만큼 책이 팔리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어째서 이렇게 멋진 작가를!!
님이 홍보 좀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