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컨디션이 계속 바닥을 긴다. 젤 큰 원인으로는 할머니의 입원이리라. 주말마다 병원에 가서 이틀 밤을 연속으로 머물다보니 피로가 쌓이고 쌓여 컴퓨터만 들여다볼라치면 하품이 찢어지게 나오고 막상 어기적어기적 침대로 올라가 누워도 흉흉한 꿈에 시달리기 일쑤. 뭐든 쓰려고 새창을 열었다가도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결국에는 그냥 닫고 만다. 이건 핑계야, 핑계. 게으름을 빙자한 핑계. 심술궂은 내안의 자아는 오늘도 온갖 잔소리를 해댄다.
집 근처에 새로 문을 연 포장마차에서는 붕어빵과 오뎅을 판다. 평소 바람처럼 휙 하고 나르듯 걷는 습관 탓에 아무리 군침 도는 냄새를 솔솔 풍겨도 유혹을 이기고 굳건히 집으로 향하곤 했다. 정 입맛이 당기면 포장을 부탁해서 집까지 날라놓고 시식을 하거나. 그랬는데, 오늘은 추위를 예상 못하고 얇은 옷을 입는 실수를 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후끈거릴 만치 날씨가 좋았다. 몇 겹씩 껴입던 옷을 왜 하필 오늘은 벗어던졌을까. 시원하게 목을 드러내고 다니는 청춘들을 부러워한 벌처럼 종일 몸은 몸살이 난 듯이 쑤시고 결리고 손끝은 시렸다.
그리하여 오뎅국물의 뜨겁고 진한 맛을 찾아서 오가며 눈여겨둔 포장마차의 아줌마와 눈인사를 건넸다. 종이컵 가득 국물을 담아 호호 불어 마시며 붕어빵도 하나 먹어보고 까마득한 옛날 꼬맹이 조카를 위해서나 사봤던 팅팅 불은 오뎅도 하나 건져서 맛을 봤다.
드디어, 겨울이다. 열린 옷의 틈 사이로 파고드는 바람에 진저리를 치며 걸었던 아침 이후, 겨울이 이렇게 오고야 말았음을 실감했다. 뜨거운 국물이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아내리던 꽁꽁 언 몸과 마음을 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걸음은 경쾌했다. 어쨌거나 겨울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인고로.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의 빨간불을 주시하며 선 내 얼굴은 그런 의미로 반짝반짝 빛났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