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에 아빠의 60회 생일을 맞아 가족들이 모였다. 환갑잔치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격식을 갖추자는 올케언니의 제안을 소박한 가족모임으로 끝내자고 고집을 부려 그렇게 했다. 멀리 있는 아들 며느리, 딸들과 손자 손녀들이 모여 웃고 떠드는 1박 2일은 나름대로 즐겁고 의미가 있었다. 다음날, 부모님은 가축들 때문에 아침 일찍 시골로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하루를 더 묵어가기로 했다. 진작부터 할머니를 모시고 영정사진을 찍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던 터다. 하늘은 우중충 비는 부슬부슬 내렸지만 꼬마 아이들 넷과 오빠와 언니, 여동생 내외와 함께 집을 나섰다. 먼저 미장원으로 가서 할머니의 머리를 다듬고, 신발가게에 들러 가볍고 예쁜 운동화도 사서 신겨드렸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사진관들이 문을 닫아서 발품을 팔아 겨우 열려있는 곳을 찾아 들었다. 넓은 스튜디오가 인상적이고 사진을 찍어줄 젊은 청년의 예의바른 모습도 맘에 들었다. 가능한 밝고 환한 모습으로 찍어주세요, 라고 주문했지만 그게 어찌 마음대로 되는 건가. 누구라도 번쩍하는 사진기 앞에만 서면 굳어지게 마련인데 낯선 환경에 정신이 없으신지 할머니의 표정은 내내 어둡고 지쳐 보였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힘겹게 사진사의 분의 요구에 부응하려고 노력하셨다. 몇 걸음 떨어져 바라보는데 눈시울이 뜨거웠다.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 할머니의 손을 잡고 사진관에 들리는 일 같은 거 정말 하기 싫었는데, 웃어야할 하등의 이유도 없이 웃으라고 요구하는 손자와 손녀들에게 둘러싸여 앉아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점점 서글퍼졌다. 아들도 며느리도 없는 박복한 팔자였지만 그래도 우리들이 있어 할머니는 행복하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