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카 녀석에게 준다고 사 놓고는 내가 푹 빠져 읽어버린.
나뭇잎이라는 닌자 마을에 나루토라는 천방지축 외로운 꼬마가 살고 있었다. 설상가상, 꼬마는 만년 낙제생에 고아. 마을 사람들로부터의 은근한 따돌림을 당하며 그 반작용으로 일부러 말썽을 부리는 장난꾸러기지만 그런 소년에게 믿음을 준 선생님이 있었으니, 이름 하여 이루카 선생님. 실력은 제로면서 나중에 커서 호카게(대통령쯤?)가 될 거야, 라고 큰소리 뻥뻥 치는 나루토. 나는 나의 닌자의 길을 갈 테야. 일단 꿈을 크게 가져라 인가? 하하.
며칠에 걸려 읽고 나니, 정신이 몽롱할 지경이다. 매력적인데, 악당과 대립하는 선한 사람들의 정신 구조는 어느 만화에서나 비슷해서 차별성이 희미해지고 만다. 힘을 얻기 위해서, 강해지기 위해서는 일족이나 가족, 가장 친한 친구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패륜이라니. 이런 사상이 성장기의 애들에게 어떻게 비출까. 그러니까 악당이지 정도? 낙제생도 나루토 같은 근성만 있으면 된다는 적당한 교훈과 무엇보다 대단한 스승과 운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 하여튼 매력적인 만화고, 만화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맨드라미는 참, 싱싱하기도 하다. 어지간한 녀석들은 말라 죽거나 벌레에게 먹히거나 이유모를 병에 걸려 있는데, 이 녀석만은 생명력이 흘러 넘친다. 우리집 마당 구석구석은 지금 채송화와 맨드라미가 만개해 있다. 맨드라미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예쁘다는 말은 솔직히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꽃은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