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깃들여




나무들은 

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든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정현종-




길을 걷다가 무심코 멈춰 서서 발밑을 보았더니 송충이가 있다. 화들짝 놀라서 뒤로 몇 걸음 물러나 팔뚝을 문질렀지만 나무에 벌레가 깃드는 것은 그 나무가 건강하고 살만 한 곳이어서가 아니겠는가. 벌레 한 마리, 새 한 마리 깃들지 못하는 나무가 진짜 나무일까. 거리의 멋들어진 풍경을 위해 그림처럼 선 푸른 나무들의 대부분이 실은 죽었는데 살아있는 척 하는 게 아닐까.



가끔 쓸데없는 것을 키우곤 한다. 가령 풀인데 이름은 모르고 어떻게 자라는지 호기심은 생길 때다. 납작하게 바닥에 붙어 크다 마는 녀석들과는 다르게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저녀석도 그렇다. 할머니는 망초라고 뽑아내라 성화신데, 난 그럴듯한 꽃이라도 피울 것 같아서 내버려두고 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여우 2007-07-0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망초 맞아요. 노란 꽃술에 흰 꽃이 피죠.
쟤네들은 무리지어 있어야 어울린답니다.
어머, 할머니가 저 혼내실텐데...ㅎㅎ

겨울 2007-07-08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망초군요. 생김생김은 참 의젓한데 이름이 어째, ^^
바다와는 너무 먼 내륙에만 살아서 바다를 보면서도 좀처럼 실감을 못하는 편이에요.
돌아서면 꿈 같기만 하고, 그래서 바다 근처에 진저리나도록 살아보는 게 꿈이기도 하지요.

프레이야 2007-07-08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 개망초가 피어있는 군락은 참 아름답지요. ^^
도시의 가로수들보다 얘네들이 훨씬 건강할 거에요.

겨울 2007-07-08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 시절, 꽃모양이 마치 계란 후라이 같아서 소꼽장난의 반찬으로 애용했던 기억이 나네요. 두 포기를 크게 키웠는데 뽑지말고 꽃을 피워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