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깃들여
나무들은
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든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정현종-
길을 걷다가 무심코 멈춰 서서 발밑을 보았더니 송충이가 있다. 화들짝 놀라서 뒤로 몇 걸음 물러나 팔뚝을 문질렀지만 나무에 벌레가 깃드는 것은 그 나무가 건강하고 살만 한 곳이어서가 아니겠는가. 벌레 한 마리, 새 한 마리 깃들지 못하는 나무가 진짜 나무일까. 거리의 멋들어진 풍경을 위해 그림처럼 선 푸른 나무들의 대부분이 실은 죽었는데 살아있는 척 하는 게 아닐까.

가끔 쓸데없는 것을 키우곤 한다. 가령 풀인데 이름은 모르고 어떻게 자라는지 호기심은 생길 때다. 납작하게 바닥에 붙어 크다 마는 녀석들과는 다르게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저녀석도 그렇다. 할머니는 망초라고 뽑아내라 성화신데, 난 그럴듯한 꽃이라도 피울 것 같아서 내버려두고 있다.